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며 불어오는 찬바람 사이를 비집고 부산 금정구 금사동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려왔다.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아주는 박경영(70)씨의 표정은 날씨처럼 화창한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품안에 든 무공화랑훈장을 꺼내 보이며 지난해 67년 만에 돌아온 아버지의 무공화랑훈장을 받아든 그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마치 아버지를 다시 만난 듯 했다고 말했다.고 박종술 침전용사의 화랑무공훈장이 박경영씨 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낯선 전화 한 통 덕분이었다. 지난해 1월 걸려온 전화는 3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함을 불
2022년 국가보훈처 업무는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비전을 실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보훈처는 이를 위해 △국가를 위한 헌신에 대한 책임 강화 △국가유공자 예우와 보훈문화 확산 △제대군인지원과 국제보훈 교류협력을 주요 방향으로 핵심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의 상황은 국가보훈대상자 연령이 평균 69.9세에 이른 가운데 역사적 사건의 당사자인 독립과 호국, 민주유공자 본인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의 공동체 가치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훈이 국민통합을 위한
100여년 전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전통과 문화의 도시 안동에서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오롯이 계승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안동 경안여자고등학교는 지난해 안동문화지킴이, 안동무궁화·이육사 배지 제작·배포, 독립운동가 인물기획전,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나라사랑콘서트 등 다채로운 보훈문화 활동을 펼쳤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구지방보훈청으로부터 보훈단체 선양활동 모범 표창을 받았다. 경안여고 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는 이원걸(61) 교장을 만났다.“자라나는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보훈가족과 함께한 23년쌓인 세월만큼 깊어가는 정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른 낙엽 위로 기분 좋은 사각거림을 느끼며 들어선 국립대전현충원은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울긋불긋한 단풍과 여전히 꼿꼿함을 유지하는 사철나무들 사이로 엄숙함이 감도는 이곳을 23년간 한결같이 지키며 보훈가족과 한호흡으로 살아온 김임모(46) 주무관을 만났다. 330만㎡ 대지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3만여 위를 모신 대전현충원은 연간 300만여 명이 방문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예를
보훈의 가치는 과거와 보상, 보은에 멈춰서 있지 않다. 보훈은 오늘의 우리 삶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한편 내일을 준비하는 든든한 미래의 동력이기도 하다. 전쟁과 분단, 민주화 과정에서의 고난의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은 근현대사의 역사적 순간들을 미래 보훈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 중요한 중심의 하나는 국제보훈이다. 참전국과의 관계는 이제 오늘의 연대로, 그리고 미래 동반 발전으로 확장되어 나아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연세대학교 인간평화와치유연구센터와 함께 국제보훈발전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다. 이 연구
초겨울비가 내리는 충남 태안군 보훈회관 주변은 새로 지어진 건물들이 많아 깔끔하면서도 고요하고 아늑했다. 먼 길을 왔다며 두 팔 벌려 환대하는 김준희(89) 6·25참전유공자회 태안군지회 안면도분회장을 만났다. 아흔의 춘추에도 어르신은 더 없이 활력이 넘쳤다. 평생을 안면도를 지키며 이웃들과 나누며 살아온 어르신의 삶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하는 듯 했다. 김준희 어르신은 안면도에서 ‘기부천사’ ‘나눔천사’로 통한다. 어르신은 지난해 1월과 8월, 올해 1월, 3월, 6월에 이어 8월까지 총 1,0
완연한 가을하늘과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가로수들 사이로 보이는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보훈청의 불은 밝았다. 이곳에는 지금이 낮 시간인 듯 업무를 처리하는 3~4명의 직원들이 보였다. “늦은 시간이지만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하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바로 보상과 김상현 주무관이다. 인구 천만의 국제도시 서울. 인구가 많은 만큼 서울지방보훈청이 지원하는 보훈가족의 숫자도 엄청나다. 그 중에서도 생활조정수당 업무를 맡은 김상현 주무관은
사회 : 각계의 좋은 평가 속에 ‘보훈, 미래를 위한 제언’ 기획 시리즈가 지난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보훈 관련 현안을 분야별로 점검하고 정리하면서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고 과제를 찾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으로 평가해 봅니다. 지난 10회의 기획을 정리하면서 비대면으로나마 전문가들을 다시 모시고 종합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리즈에 참여하거나 집중해서 보신 소감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김종성 전 국가보훈처 차장◇ 심옥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장◇ 유호근 청주대 교수◇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지난 8월 뜨거운 여름을 달궜던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은 한동안 우리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주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대한민국이 함께 집중했던 ‘장군의 귀환’은 카자흐스탄 당국이나 이들과 외교적 협의를 계속해온 관계자들에서부터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등 대통령 특사 3인, 현지 절차에 함께한 대한고려인협회 임원들, 유해가 봉환된 특별기를 움직인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의 협력으로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는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장군의 유해를 발굴하고(파묘) 예우를 다해 처리한 후, 대전현충원에 안장되기까지의 절차를 직접 지켜온 박채원 한성대
광주광역시 운암동과 신창동 사이를 잇는 산동교. 광주의 유일한 6·25전적지인 산동교를 바라보는 광주지방보훈청 복지과 이혁 주무관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린다. 그가 기획한 광주 지역의 독립·호국·민주 핵심 사건들을 엮은 웹툰과 웹드라마 등이 지역에 화제를 낳으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그가 만든 이야기는 1929년 학생독립운동, 1950년 산동교 전투, 1980년 5·18민주항쟁을 중심에 두고 ‘보훈’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각 시대의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오가며 역사를 체험하도록 구성됐다.“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보훈을 자주 접하게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흔히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흐른다고 생각한다. 시계와 달력을 보고 같은 시간대에 뉴스를 듣다 보니 누구나 동일한 시간을 살아가는 것처럼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경험하는 시간은 다르다. 시간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인간의 감각기관이 포착한 어떤 대상이 특정 지점 사이에 변화한 정도를 일컫는 말이다. 시간은 사실상 인간의 경험과 인식의 문제이다. 시간이라는 객관적 실재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 듣고 만지며 느끼고 해석하는 경험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 만큼 여러 주관적 시간들이 있을
이른 가을비가 내리는 경기도 평촌의 아파트는 조용하지만 단정한 모습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며 문을 열어주는 부자는 김항식 참전유공자(92)와 서예로 평생을 살아온 아들 김용귀 작가. ‘따로’ 그러나 ‘자주 함께’ 사는 부자가 잡은 손이 더 없이 정겹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참전유공자와 아버지를 닮아 60여년의 세월을 당당하게 살아온 아들이 오늘은 진지한 이야기로 머리를 맞댄다.부자가 오늘 자리를 함께 한 것은 김용귀 작가가 용인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개인전을 앞두고 전시회를 찾는 국가유공자께 사군자 작품을 한 점씩 기증하는 아이디어를
남북관계와 통일 여론광복 76돌을 보낸 이 시각, 한반도 통일의 시계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총성이 그친 1953년 7월 27일을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8월 지금은 몇 시인가? 12시가 통일이라고 한다면 6시는 넘어섰는가?국민들의 통일의식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전문기관의 통계를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통일에 대한 지지도는 50%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통일의 첫 번째 이유로 거론되던 민족 재결합에 대한 응답치도 줄어들었다. 대신 전쟁위험 제거와 같은 평화의 가치가
책상 위로 겹겹이 쌓인 서류들이 눈에 띈다. 이곳은 보훈심사위원회. 개인정보와 관련된 자료들이 많기에 외부인의 출입도 까다롭다.이곳에서 국가유공자 상이등급 심사에 필요한 의무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 관리하는 김혜원(31) 의무기록사를 만났다. 그의 손 끝에서 국가유공자의 기록이 관리되고 정리되는 셈이다. 자신이 든든한 보훈인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 저를 잘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선배들의 도움이 오늘의 저를 이만큼 키운 것 같습니다. 감사
‘문화’라는 말은 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그것은 나라별로 ‘한국문화’ ‘미국문화’ ‘중국문화’라든가, 대륙별로 ‘아시아문화’ ‘유럽문화’ ‘아메리카문화’ 등 특정 지역의 제반 문화현상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또 생로병사에 관한 고유 관습의 특성을 나타내는 ‘결혼문화’ ‘장례문화’ 등과 의식주의 형식을 규정하는 ‘복식문화’ ‘음식문화’ ‘주거문화’ 등 일상생활의 풍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행위, 절차, 제도, 규범 등이 ‘문화’라는 말과 결합해 쓰이고 있다.즉, 문화는 인류 역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 놓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동해바다를 따라 강원도 고성의 거진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 작은 바닷가 마을에 한 미용실이 있다. 그곳에서 평생을 고향사람들과 정을 쌓으며, 봉사를 삶으로 이어오고 있는 조춘선(75) 씨가 있었다. 그는 군부대 미용 봉사활동, 장병들을 위한 민간상담원, 요양원 봉사활동, 지역 충혼탑 참배와 주변 정화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2001년부터 18년간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고성군지회장으로 일해왔다. 그리고 지난달 21일 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의 ‘장한어머니상’을 받았다.
우뚝 솟은 백련산을 앞에 두고, 옥정호와 섬진강 줄기가 감싸는 국립임실호국원에도 여름이 왔다. 잘 정돈된 묘역과 짙은 녹음 가득한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곳에 임실호국원 직원들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매일 이곳을 애정 어린 손길로 가꾸고, 참배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람이 이미숙(52) 주무관이다.그는 임실호국원 개원 준비 단계에서부터 2002년 개원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이곳을 지켜오며 누구보다 임실호국원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자부한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마치고,
의료서비스가 일반적인 재화 혹은 서비스와 구별되는 사회경제적 특징으로는 공급자의 면허제도와 정보독점에 의한 독점시장, 감염병처럼 한 사람의 감염이 사회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외부효과의 존재,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생존에 필수적인 서비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의료시장에서는 면허를 가진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감염병처럼 한 개인이 스스로 대처할 수 없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닌 질병도 있다.의료서비스는 무엇보다 생명과 직결되므로 인간이면 누구든지 경제적, 지리적 장벽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보훈의료의 핵심은 보훈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사장 감신)은 현재 중앙보훈병원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6개 보훈병원에 총 3,458병상을 갖추고 국가유공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연인원 기준으로 보훈병원에서만 128만명의 입원진료, 376만명의 외래진료가 계획돼 있다.보훈병원은 병원별로 특성화된 전문진료를 실시함으로써 ‘국가유공자를 위한 팀웍’을 발휘하는 한편 각 병원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의 중앙보훈병원은 전문진료센터 육성을 통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매주 일요일 아침 6시 반, ‘대전봉사체험교실’이라는 글자가 적힌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모여 연탄을 옮긴다. 지난 3월 21일, 홀로 사시는 국가유공자의 집 한 편에는 사랑이 담긴 연탄이 차곡차곡 쌓였다.매주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대전봉사체험교실 권흥주 회장을 만났다. 권흥주 회장이 봉사를 시작한 것은 벌써 20여 년이 넘었다. IMF 시절 사업실패로 좌절하던 그는 봉사를 통해 좌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동력과 행복을 얻었다. 이후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