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자 남해와 서해를 잇는 한반도 남서부 모서리에 위치한 전남 진도. 지난달 19일 아직은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진도국민해양안전관에서 6·25참전유공자를 인터뷰하는 중학생들을 만났다. 진도 석교중학교 학생 취재단 양수아, 채인영, 정수민, 이한나 네 명의 학생들과 김주성(95) 6·25참전유공자가 한 자리에 모였다.‘우리동네 영웅들’은 진도군이 청소년과 함께하는 국가유공자 인식개선 사업으로, 지난해 말부터 석교중 학생 취재단이 진도의 6·25참전유공자를 매달 한 분씩 만나 6·25전쟁 경험담과 미래세
문학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데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전몰군경미망인회 은평구지회 회원 18명이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긴 세월을 견뎌낸 생애를 수필과 시로 써내려간 문학집 ‘흰 국화꽃’을 펴냈다. 상실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글 모음인 셈이다. 지난 3년간 회원들과 함께 수필과 시를 배우고, 원고를 써내려가며 책의 발간까지 이끌어낸 하택례(70) 은평구지회장을 만났다.“혹자는 할머니들, 초보자들이 쓴 글이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3년간 생각을 모아내고 글로 다듬는 노력을
간밤에 내린 눈으로 고요한 전북 군산시보훈회관. 겨울 찬바람을 뚫고 참전용사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따스한 실내에서 정겨운 인사말이 오가는 가운데, 거울 앞에 앉은 어르신의 목에 흰 천을 두르고 머리칼을 다듬는 류성진(52) 원장을 향한 덕담이 이어졌다. 이곳 군산보훈회관에서 10년 넘게 미용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외출준비’ 미용실의 류성진 원장을 만났다.류성진씨는 군산시 문화동에서 28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며 다양한 미용봉사를 하던 중 10여 년 전부터는 보훈회관과 인연이 닿아 한 달에 한 두 번씩 휴무일을 이용해 출장 미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의 한 가운데 경기도 수원 경기남부보훈지청에서 성신여대 서양화과 학생들이 자신이 그린 초상화를 들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마이 히어로즈(MY HEROS)라는 이름 아래 신구세대가 새로운 인연을 맺은 ‘초상화 그리기’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전달식이 열리는 자리이다.지난달 20일 전국에 큰 눈이 내리고 있는 가운데 개최된 마이 히어로즈 초상화 전달식은 지난해 초 경기남부보훈지청과 성신여대가 6·25참전유공자의 헌신을 알리고, 감사를 전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으며 시작됐다.성신여대 서양화과 학생들의 재능기부로 6·2
“벨기에 사람들에게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벨기에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지난 코로나 때는 마스크까지 보내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세상에 이런 나라 없습니다. 이번에 아버지를 한국에 모시면서 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을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깊이 기억해 주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지난 2월 4일 레옹 보스케 참전용사가 94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유엔기념공원 안장을 허락받기까지 거쳐야 할 많은 절차들이 있었다. 그러나 다니엘 은 부친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벨기에와 한국을
지난달 25~29일 대전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대전 학교예술교육박람회. 초·중·고등학생 1만여 명이 참여하고, 500여 개의 학교별 작품부스전이 펼쳐진 이번 박람회에서 보훈캐릭터 ‘보보’를 활용한 보훈디자인 용품을 선보인 전시 부스 ‘보훈 잇템! 보훈에 감성을 담다’가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지도하고 함께 만들어간 정희석(54), 성기혁(52) 교사를 만났다.이번 프로젝트에 대전예술고등학교와 대전신일여자고등학교의 학생 10명이 참여했다. 대전예술고 미술부장 정희석 교사와 대전신일여고의 문화콘텐츠부장
지난달 9일(현지시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2023 인빅터스 게임의 막이 올랐다. 전 세계 22개국 500여 명의 선수들을 비롯해 수많은 관객이 모인 독일 뒤셀도르프 메르쿠르 슈피엘 아레나의 열기가 고조되며 대회의 참가자들의 심장도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대회를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온 홍미향, 김인희, 이은주, 신법기 선수를 출국전 만났다.인빅터스(Invictus)는 라틴어로 ‘정복당하지 않는’ ‘불패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국을 앞둔 네 선수는 기대와 설렘, 약간의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나타났다.“열심히 준비한
증조부는 독립유공자, 할아버지는 6·25참전유공자, 아버지는 월남전참전유공자이자 소방관. 3대가 국가유공자 가문이자 그런 가문 뜻을 이어 소방관으로 4대째 ‘공익 우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보훈명문가’ 공병삼(49) 소방위를 만났다. 지난달 1일 공병삼 소방위는 병마와 싸우는 백혈병어린이들을 위해 헌혈증 119장을 기부하고, 평생 매일 119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해 화제가 됐다.경기 부천소방서 공병삼 소방위는 독립유공자 고 공칠보 의사의 증손자이자, 6·25참전유공자이자 전상 국가유공자인 고 공진택 씨의 손자이자, 월남전참전유공
연보라빛 무궁화가 곱게 피어난 한여름의 국립대전현충원.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묘역정화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정성스럽다. 지난 2011년부터 국립대전현충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묘역정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전 유산회 이범진 회장(73)을 만났다.“봉사는 시간이 많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으로 하는 것이죠. 정화활동으로 깨끗해진 묘역을 바라보면 여기 잠든 전우들도 평안히 쉬는 것 같아 큰 보람을 느낍니다.”이범진 회장은 청룡부대 소속으로 파병돼 최전선에서 싸웠던 월남전
부산 도시철도 2호선과 3호선이 만나는 수영역 문화매개공간 쌈 갤러리에서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제목부터 부산 내음 물씬 풍기는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는교’라는 전시의 사진 속 주인공들은 모두 6·25참전용사다. 사진전의 기획, 촬영, 인화까지 모든 과정을 정성어린 손길로 만든 박희진(59) 부산보건대 교수를 만났다.“3년 전 부산역 대합실에서 새벽기차를 기다리는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가슴에 단 훈장에 대해 여쭤보니 6·25참전유공자라고 알려주셨죠. 세월이 오래 흘러 금박이 벗겨진 훈장과 아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정정하신
성큼 다가온 여름을 맞아 거리의 가로수마다 초록의 새 잎들을 무성하게 뽐낸다. 초여름을 맞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의 호스피스병동은 예의 차분한 모습이다. 병동 조금 외진 곳에 자리잡은 목욕실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목소리가 문틈으로 흘러나온다. 환우들에게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김화선 자원봉사자(74)를 만났다.“목욕봉사를 하는 화요일은 일주일 중 제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입니다. 의사는 의사의 일을, 간호사는 간호사의 일을, 자원봉사자들은 그 사이 어느 빈틈 환우의 마음을 보듬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 맡은 일에 최선
남겨진 전몰·순직군경의 어린 자녀들을 돕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히어로즈 패밀리’ 멘토단에 남다른 사연을 가진 멘토가 참여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연평도포격전 전사자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전 교장(63, 광주 대성여자고등학교). 출범식 다음 날, 봄 햇살 가득 비치는 광주광역시 자택에서 김오복 교장을 만났다.전날 출범식을 다녀왔지만 피곤함도 잊은 채 이 일의 중요성을 펼쳐놓는 김오복 교장의 표정이 밝다.“아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이 북받칠 때마다 남몰래 기도하며 많이 울기도 했어요. 아들에 관한 기사가 실리면 모두 스크랩하고
가로수 가지마다 작은 꽃들이 고개를 들며 봄기운이 가득하다. 어느덧 완연해진 봄을 느끼며 서울 역삼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국가유공자를 위한 기부와 봉사에 앞장서온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 에이전트에이치(H), 황지훈(36)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 2월 23일 서울남부보훈지청 6·25전쟁 정전 70주년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된 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올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홍보하고, 국가유공자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널리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인사
함경남도 북청, 부산 동래와 더불어 항일운동 3대 성지라 불리는 전남 소안도. 일제강점기 시절 6,000여 명의 주민 중, 800여 명이 ‘불령선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항일운동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른 곳이다. 삼천리 방방곡곡 태극기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3월,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태극기의 섬’의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김광선(67) 회장을 만났다.전라남도 완도군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소안도. 항일운동 3대 성지답게 ‘대한’ ‘민국’ ‘만세’라는 이름을 가진 세 척의 배가 육지
정오의 햇볕처럼 따스한 손길로 매년 형편이 어려운 참전유공자를 돕는 사람이 있다. 벌써 5년째 자신의 보훈급여금 등을 모아 매년 1,000만 원씩 경남동부보훈지청을 통해 저소득 보훈대상자 10가구를 지원하고 있는 월남전참전유공자 김상길(81)씨를 만났다.김상길씨는 월남전참전용사이자 상이군인이다. 그는 1965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 소위로 임관한 이듬해 월남전에 참전했다. 소대장으로 전선에 선지 7개월 만에 적의 총탄에 어깨가 관통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의사 말로는 총알이 관통한 곳이 심장에서 10센티미터 떨어진 위치로
지난 10월 경주시보훈회관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경북남부보훈지청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기자단 ‘보훈프렌즈’ 대학생들이다. 국가유공자와 이야기콘서트부터 제대군인주간과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홍보, 사랑의 연탄나눔을 통한 훈훈한 겨울나기 프로젝트까지 국가유공자 곁에서 최근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해온 보훈프렌즈 박용흠(24), 이예림(23) 씨를 만났다.‘보훈프렌즈’라는 이름에는 SNS를 통한 홍보는 물론 국가유공자와 직접 소통하는 활동을 더해 보훈가족 곁으로 다가간다는 의미가 담겼다.보훈프렌즈 1기의 대표를 맡은 박용흠
지난 9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습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20~30대의 젊은 청년 60여 명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이들은 엠지(MZ)세대 봉사단체 ‘연봉인상단(‘연마다 봉사를 늘린다’의 줄인 말)’ 봉사자들로, 한국광복군 창설기념일을 맞아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을 모신 묘역 등 1700여 위의 묘비를 닦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정화했다. 꾸준히 봉사의 길을 확장해 온 두 사람, ‘연봉인상단’의 이한준(28) 대표와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재덕(31) 단원을 만났다.엠지세대 봉사단체 ‘연봉인상단’의 시작이
서울 송파구 ㅅ병원 장례식장. 올해 95세로 별세한 한 6·25참전유공자의 장례식이 한창인 가운데, 정복차림에 대통령 근조기와 태극기 등을 든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장례의전선양단이 대열을 맞춰 고인의 영정 앞에 섰다. 그 대열의 가장 앞에서 김동진(74) 장례의전선양단 행사지원대장이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그 손끝에는 고인이 된 참전유공자에 대한 깊은 경의와 함께 무공수훈자로서의 자부심이 담긴 듯 했다.2013년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산하 봉사단으로 창단된 장례의전선양단. 국가유공자의 마지막을 명예롭게 지킨다는 취지로 시작한
지난달 5일 서울 마포구 한국 성니콜라스대성당.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대학생 2명이 단상에 올랐다. 니콜라오스 카르달리아스 그리스 국방차관, 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한국정교회 대주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 사람은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그리스·불가리아학과 심예원(23), 김소민(21) 학생이 그리스 참전용사를 위해 진심을 다해 쓴 감사편지가 낭독되고 있었다.“빛나는 청춘을 포기하고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던 당신의 용기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현재’라는 선물을 준 그리스
20대 군인 신혼부부가 6·25참전용사를 위해 써달라며 결혼 비용 일부를 기부했다. 그리고 결혼식도 참전용사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담아 ‘특별한 날’인 6월 25일에 올렸다. 폭염 속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흩뿌리던 날, 경기도 분당에서 현역 군인 부부 정선율(27), 안지호(29) 대위를 만났다.정선율 대위는 현역 간호장교, 안지호 대위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이제 막 새로운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는 인생의 큰 전환점인 결혼을 앞두고 ‘의미있는 기부’를 결심했다.남편 안지호 대위는 두 사람이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전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