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안지호, 정선율 대위 부부가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충혼탑 앞에서 ‘제복의 영웅’ 응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결혼비용의 일부를 6·25참전유공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고, 부부의 기부금은 참전유공자 가정의 안전시설물(작은 사진) 설치에 쓰였다.
지난 6월 안지호, 정선율 대위 부부가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충혼탑 앞에서 ‘제복의 영웅’ 응원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결혼비용의 일부를 6·25참전유공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고, 부부의 기부금은 참전유공자 가정의 안전시설물(작은 사진) 설치에 쓰였다.

20대 군인 신혼부부가 6·25참전용사를 위해 써달라며 결혼 비용 일부를 기부했다. 그리고 결혼식도 참전용사를 향한 감사와 존경을 담아 ‘특별한 날’인 6월 25일에 올렸다. 폭염 속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흩뿌리던 날, 경기도 분당에서 현역 군인 부부 정선율(27), 안지호(29) 대위를 만났다.

정선율 대위는 현역 간호장교, 안지호 대위는 현역 육군 장교로 복무 중이다. 이제 막 새로운 가정을 꾸린 신혼부부는 인생의 큰 전환점인 결혼을 앞두고 ‘의미있는 기부’를 결심했다.

남편 안지호 대위는 두 사람이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내인 정선율 대위의 강한 의지가 출발이었다고 말하며 아내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프로포즈와 함께 아내에게 결혼선물을 해주고 싶어 의견을 물었는데 아내는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했습니다. 결혼선물 대신 그만큼 기부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만나는 중에도 종종 의미있는 곳에 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런 제안을 해준 아내에게 고마웠습니다. 제가 참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남편의 말에 정선율 대위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다. 정 대위는 고등학생 시절 봉사단 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요양원과 희망원에서 봉사를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타인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이때부터 몸에 배어 있었던 셈이다.

“봉사활동 할 때 저를 반겨주시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의 화사한 얼굴을 보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즐거웠습니다. 그때부터 간호사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라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면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간호사관학교 진학을 택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학업 등에 바빠 봉사활동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봉사나 기부에 대한 생각은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아내의 뜻에 남편인 안지호 대위도 동의하며 두 사람은 국가를 수호하는 자신들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먼저 그 길을 걸었던 분들에 대한 존경을 담아 6·25참전유공자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부일심동체라는 말처럼 서로 의견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언론을 통해 어렵게 살고 계신 6·25참전유공자분들의 소식을 접할 때면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이고, 한 사람의 군인이자 그분들의 후배로서 도움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은혜에 보답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기부금은 안지호 대위가 소속 사단에서 6·25참전유공자 대상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구지방보훈청에 전달했다.

대구지방보훈청은 부부의 소중한 뜻을 ‘2022 함께하는 위험제로 안전풀 프로젝트’에 사용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거동이 불편한 6·25참전유공자의 가정 곳곳에 손잡이 같은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두 사람의 기부 소식이 알려진 후 국가보훈처로부터 ‘제복의 영웅’ 프로젝트를 알리는 캠페인에 동참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쁜 소식이었고, 두 사람은 흔쾌히 동의했다.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정복 차림으로 대구 남구 앞산순환로 충혼탑 앞에서 촬영한 ‘제복의 영웅’ 응원 영상은 국가보훈처의 누리소통망(SNS)에 업로드 됐다.

“‘제복의 영웅’ 응원 영상에 저희도 동참할 수 있어 기쁩니다. 촬영지에서 저희 두 사람 모두 처음 군인의 길을 택했던 초심을 기억하고, 제복에 담긴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 국가보훈처 SNS를 통해 일반 시민들이 6·25참전유공자뿐만 아니라 ‘제복’을 입는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남긴 댓글들을 보며 ‘제복’을 입는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도 느꼈습니다.”

이어 두 사람은 “작은 실천이지만 이번 기부를 계기로 주변의 많은 군인 동료들 역시 6·25참전유공자분들에게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6·25참전유공자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현할 수 있는 창구가 더 많아지고, 그런 활동들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기부 또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