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안도 항일운동기념관 광장에서 2015년 열린 3·1절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소안도 항일운동기념관 광장에서 2015년 열린 3·1절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함경남도 북청, 부산 동래와 더불어 항일운동 3대 성지라 불리는 전남 소안도. 일제강점기 시절 6,000여 명의 주민 중, 800여 명이 ‘불령선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항일운동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른 곳이다. 삼천리 방방곡곡 태극기 손에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3월,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태극기의 섬’의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김광선(67) 회장을 만났다.

전라남도 완도군 화흥포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소안도. 항일운동 3대 성지답게 ‘대한’ ‘민국’ ‘만세’라는 이름을 가진 세 척의 배가 육지와 섬을 이어주고 있다.

 소안항에서 소안항일운동기념관까지 향하는 길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소안항에서 소안항일운동기념관까지 향하는 길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태극기의 섬이라는 별명처럼 소안도의 태극기 사랑은 특별하다. 10년 전, 소안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시작된 ‘내 집 앞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소안도 모든 가구마다 365일 태극기가 게양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금도 1,036개 모든 가구마다 365일 태극기를 게양하고 있다.

태극기가 나부끼는 길을 따라 섬의 중심부에 위치한 소안항일운동기념관을 찾았다. 소안도의 열다섯 마을을 상징하는 열다섯 개의 태극기와 중앙의 대형 태극기가 바닷바람에 손 흔들듯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으며, 기념관 내부 전시실 천장에도 일곱 개의 태극기가 게양돼 있었다.

기념관에서 만난 김광선 회장은 독립유공자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은 물론 선열들이 걸었던 항일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는 일에 대해 큰 긍지를 갖고 있었다. 태극기 사랑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김 회장은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중심으로 2013년에는 ‘나라사랑 태극기 섬 선포식’을 개최하고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내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했다”면서 “태극기 섬을 만드는 일에 주민 모두가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평생 소안을 지키며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해온 것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서른 한 살. 너무나 젊은 나이에 가셨습니다.”

김 회장의 할아버지는 배달청년회와 노농대성회 간부로 활동했고, 2년간 옥고를 치른 김남두 선생(1937년 작고, 1986년 대통령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이다.

“할아버지의 항일독립운동을 자랑스럽게 여기신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행적을 찾기 위해 전국을 다니셨어요. 결국 전남 목포에서 재판을 받은 기록을 찾아 부친은 물론 함께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들도 같이 공훈을 인정받게 됐습니다”

김 회장은 독립유공자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소안도에서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는 모두 22명. 이들뿐만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도 많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이 몸담고 있는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는 소안의 독립유공자 후손들로 조직된 단체로 소안의 항일정신을 계승하는 일의 중심이 되고 있다. 1990년 소안항일운동기념탑 제막식을 열었고, 2009년부터는 소안항일운동기념 전국학생문예백일장 대회 등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그는 “백일장 대회 때는 전국에서 수 백 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온다. 국가보훈처와 함께 전남도 그리고 완도군에서 예산을 지원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모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내고 뜻있는 분들도 동참하고 있다”면서 “순국선열들의 항일정신을 계승하는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곳곳에 휘날리는 태극기와 함께 소안의 독립운동가들의 위대한 항일정신이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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