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가치는 과거와 보상, 보은에 멈춰서 있지 않다. 보훈은 오늘의 우리 삶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한편 내일을 준비하는 든든한 미래의 동력이기도 하다. 전쟁과 분단, 민주화 과정에서의 고난의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은 근현대사의 역사적 순간들을 미래 보훈으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 중요한 중심의 하나는 국제보훈이다. 참전국과의 관계는 이제 오늘의 연대로, 그리고 미래 동반 발전으로 확장되어 나아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최근 연세대학교 인간평화와치유연구센터와 함께 국제보훈발전 기본계획에 대한 연구를 완료했다. 이 연구 성과의 핵심을 정리해 우리의 보훈이 어떻게 국제화와 미래화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 함께 확인해 본다.

1. 국제보훈의 개념 토대로서의 ‘통합보훈’

통합보훈은 인도주의, 평화, 민주주의, 자유, 박애, 헌신, 우정 등의 보편적 가치를 국제보훈의 중심에 두는 철학과 정신에 기초한다. 이것은 보은이라는 감사의 표현적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6·25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비극 방지를 위한 적극적 예방 행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통합보훈은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한다.

통합보훈은 보훈을 이해함에 있어 독립·호국·민주 그리고 국내외 보훈을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분리된 보훈의 영역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전체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 통합보훈은 보훈의 의미를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한 기억과 추모, 지원과 예우로 이해하는 동시에 가치, 영역, 주체, 세대, 형식이 서로 연결되고 통합되는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통합보훈의 지향을 정리한다면 가치와 역사, 영역과 영역, 주체와 주체, 세대와 세대, 형식과 형식을 상호 교차 연결하여 역사와 인간을 이해하며 보훈을 통해 인간의 보편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지적 노력이라 할 것이다.

2. 국제보훈의 의미

우리의 국제보훈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선도적인 개념이며 정책이다. 연합군을 형성해 세계대전을 치른 나라들이라고 해서 동맹국에 보은을 기초로 하여 국제적으로 보훈정책을 펼치는 국가는 없다. 세계적으로도 자국의 국란을 함께 싸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다른 국가에 대한 보훈의 사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간의 보편평화를 향해 독립·호국·민주 보훈의 통합과 가치와 역사, 영역과 영역, 세대와 세대, 주체와 주체, 형식과 형식을 교차 연결하려는 통합보훈의 관점에서 국제보훈은 국제보훈을 은혜에 대한 보은, 공공외교로서의 성격을 포함하면서도 평화를 향한 인간의 노력이라는 궁극적 지향점을 강조한다.

국제보훈은 다음의 여섯 가지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훈외교의 개념에서 더 나아가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국제보훈은 과거의 도움과 지원에 대한 보답과 감사의 표현으로, 한국인들은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을 가진 국민이라는 인식을 세계에 심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국제보훈은 국격과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소프트파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국제보훈은 비약적인 국가발전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종합역량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놀랍게 발전한 오늘의 대한민국 국력의 반영이다.

셋째, 국제보훈은 높은 세계 도덕과 윤리의 표출을 의미한다. 세계와 세계인을 향한 보편적인 세계시민도덕과 세계시민윤리의 실천이며, 세계사랑과 인도주의의 실현을 뜻한다.

넷째, 국제보훈은 가치보훈을 의미한다. 인류 공통의 가치, 즉 자유와 평화,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와 국민들을 연결하는 가치연대의 의미를 지닌다.

다섯째, 국제보훈은 미래보훈을 뜻한다. 국제보훈은 우리 세대의 번영이 앞세대의 희생의 산물이듯 우리 세대 역시 미래 세대를 위한 헌신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여섯째, 국제보훈은 적극적인 평화보훈을 의미한다. 과거의 지원에 대한 소극적 과거 기억과 감사를 넘어 미래를 향한 적극적인 전쟁방지와 평화수호의 의미를 지닌다.

종합하면 국제보훈은 국가의 중요한 소프트파워로서 국가종합역량의 표현이며, 세계사랑과 인도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가치보훈, 미래보훈, 평화보훈을 추구하는 세계시민도덕과 세계시민윤리의 실천을 의미한다.

3. 국제보훈의 방향

유엔참전용사 명예선양법의 기본정신은 국제보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동법의 법 목적에서 밝히고 있듯이 우리의 국제보훈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과거의 은혜에 대한 보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답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여를 통해 전쟁과 같은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고 공동의 가치를 향해 나아갈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보훈의 가치지향은 보편보훈, 미래보훈, 통합보훈의 이념의 기반 위에서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보편보훈은 자국 중심의 애국주의를 기본으로 삼는 개별 국가의 보훈정책이 갖는 방향과 의미를 충분히 지속하는 동시에 이를 넘어서 나아가려는 것을 말한다.

미래보훈은 과거의 사건을 포함하는 지나간 역사와 과거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현재와 미래의 역사로서 기념하고 보훈함으로써, 보훈을 미래가치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보훈은 앞에서도 자세히 설명하였듯이 가치의 측면에서 인도주의, 평화, 민주주의, 자유, 박애, 헌신, 우정 등의 보편성을 국제보훈의 중심에 두는 철학과 정신에 기초하여 보훈을 통해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이러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지향한다.

4. 국제보훈의 비전

본 연구를 통해 제시하는 국제보훈의 4대 비전을 살펴본다.

첫째, 세계에 보답하는 나라 : “대한민국을 위한 세계의 희생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

둘째, 국제평화교육을 선도하는 나라 : “과거 세대의 국제헌신을 함께 현양하여 미래 세대에 대한 국제평화교육을 선도하는 나라”

셋째, 인류애와 세계시민주의를 실천하는 나라 : “소중한 생명희생을 보훈하여 보편적 인류애와 세계시민성과 세계시민주의를 실천하는 나라”

넷째,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나라 : “‘과거의 희생’에 대한 ‘국제보훈’을 통해 ‘오늘의 국제연대’와 ‘미래의 세계평화’를 선도하는 나라”

국제보훈은 궁극적으로 국가 간 연대에 의한 자유와 평화를 지향한다. 이것의 밑바탕에는 ‘철학과 정신의 고결함’에 기초한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한다는 기본 정신과 자세가 놓여 있다. 이 점에서 국제보훈은 전형적인 외교의 정신과는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할 것이다.

5. 국제보훈발전 정책의 목적

앞으로의 국제보훈정책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설정해 볼 수 있다.

‘감사와 명예선양을 통한 국가 간 우호관계 증진.’ 목적은 가능한 달성할 수 있는 것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기존의 감사와 명예선양 사업들을 내실화하고, 6·25 한국전쟁 참전국뿐만 아니라 우리의 독립에 도움을 주었던 국가들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방향과 내용의 정책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우호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6. 국제보훈 발전정책의 추진전략

국제보훈정책의 추진 전략은 통합보훈의 관점에 기초하여 다음 네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구성한다.

- 철학과 정신 : 인류로서 ‘마음의 유사성과 같음(like-mindedness)’의 원칙에 기초해 인도주의, 평화, 민주주의, 자유, 박애, 헌신, 우정(friendship) 등의 보편적 가치를 국제보훈의 중심에 두고 정책을 구상한다. 통합보훈은 보편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지적 노력의 하나이다.

- 정책과 내용 : 국제보훈은 때로 보훈외교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보훈은 보훈외교라는 한 영역을 넘어 존재하며 보훈외교보다는 넓고 큰 개념으로 보훈외교를 포괄하는 대안 개념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의 보훈정책은 6·25 한국전쟁의 극복경험에서 비롯됐다. 6·25 한국전쟁은 세계시민전쟁이었고, 세계형성적 성격을 가진 전쟁이었으며, 동시에 유엔의 집단안보의 첫 성공 사례였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우적관계가 6·25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급변했을 정도로 6·25 한국전쟁으로 인해 세계질서는 급변했다.

다면적 성격을 갖는 6·25 한국전쟁의 희생자·피해자, 희생국·피해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받은 것에 대한 보은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국가로 발전하고 성장했다.

따라서 한국의 국제보훈은 받은 도움을 다시 돌려주는 고귀한 감사의 표현적 성격을 지님과 동시에 6·25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비극 방지를 위한 적극적 예방 행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서 평화를 열망하는 마음의 반영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의 국제보훈은 국내보훈에 비해 소극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 적극적으로 한반도와 인류평화를 위한 국제보훈의 정책을 펼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 제도와 기구의 체계화 : 보훈처 기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 보훈의 국제화, 보편화, 미래화의 중심부처로서 위상과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국내외 협력네트워크의 제도화 : 6·25 한국전쟁은 유엔이 처음으로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해 집단안보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이를 기념하고 평화의 계기로 삼는 유엔 산하의 공식기구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 내(외교부, 여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협력, 정부와 민간 공익단체의 협력, 정부와 정부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제보훈 사업의 추진 방식은 양자, 다자, 국제공동의 다양한 형태를 추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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