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뚝 솟은 백련산을 앞에 두고, 옥정호와 섬진강 줄기가 감싸는 국립임실호국원에도 여름이 왔다. 잘 정돈된 묘역과 짙은 녹음 가득한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든 곳에 임실호국원 직원들의 손길이 깃들어 있다. 매일 이곳을 애정 어린 손길로 가꾸고, 참배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사람이 이미숙(52) 주무관이다.

그는 임실호국원 개원 준비 단계에서부터 2002년 개원 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20년 가까이 이곳을 지켜오며 누구보다 임실호국원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자부한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마치고, 국가유공자 가족에게는 진정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켜드리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임실호국원에서 근무하면서 국가유공자와 보훈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할아버지의 묘를 이장하고, 아버지를 이곳에 모시면서 자연스럽게 보훈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지요.”

한결 같은 마음으로 호국원을 살피고 방문객을 맞이해 왔지만 지난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전세계적인 코로나 위기는 임실호국원과 그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참배가 어려운 유가족을 위해 직원들은 의견을 모았다. 유가족을 대신해 의전단이 묘역 또는 충령당 안치단과 추모실에서 참배하는 모습을 담아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로 전송하는 상시참배대행서비스를 도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보훈가족으로부터 감사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특히 설, 추석 등 명절과 어버이날을 전후로는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서비스 신청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명절음식을 만들면서도 걱정을 놓지 못해 가족과 함께 보낸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습니다. 지금이야 특별한 추억이지만 당시는 누락된 메시지가 있을까 아찔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이 명절을 아쉽지 않게 보낼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음이 기뻤습니다.”

그가 직원들과 함께 낸 아이디어 하나 더. 감염 우려로 합동안장식을 치를 수 없게 되자 별도의 공간에서 가족단위로 봉안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만 2,300여회의 가족단위 봉안의식을 치르며 유가족들은 보다 안전하게 고인과 작별할 시간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국가유공자 배우자 사망 시 긴급심사를 도입해 기존에 30일 걸리던 안장심사시간을 관련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3일로 대폭 줄였다. 또 기간 단축에는 한계가 있는 국가유공자 안장심사의 경우 생전안장심의제도를 홍보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2019년부터 생전안장심의제도가 시행이 됐는데 아직까지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장심사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생전안장심의제도를 활용하면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그의 이런 마음과 일처리 솜씨에 대해 동료들은 ‘일의 효율은 물론 덕분에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즐거운 일터’로 바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료들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직접 페인트를 들고 나가 비석의 글자를 보수하고, 활짝 웃으며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우리 호국원의 든든한 일부가 됐다”며 입을 모았다.

그의 손길은 오늘도 임실호국원을 국가유공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를 다하는 최고의 공간이자, 국가유공자가 자녀의 손을 잡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기에 쉴 틈이 없다.

코로나로 직접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에게 ‘상시참배대행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전단의 참배 모습을 촬영하고 있는 이미숙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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