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9일 안동 경안여고 체육관에서 열린 나라사랑콘서트에 초청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학생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100여년 전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전통과 문화의 도시 안동에서 선열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오롯이 계승하고 있는 학교가 있다. 안동 경안여자고등학교는 지난해 안동문화지킴이, 안동무궁화·이육사 배지 제작·배포, 독립운동가 인물기획전,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나라사랑콘서트 등 다채로운 보훈문화 활동을 펼쳤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구지방보훈청으로부터 보훈단체 선양활동 모범 표창을 받았다. 경안여고 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주고,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는 이원걸(61) 교장을 만났다.

“자라나는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학업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입니다. 역사 속에서 고난을 극복하며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도록 지켜온 선조들의 발자취를 배우는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뿌리를 제대로 알고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학생들이 안동의 독립과 호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보훈문화체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는 80년대 말 교단에 서면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식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좋은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2010년 그가 경안여자중학교 교감으로 부임하면서 그 결심을 실현시켰다. 의사결정권이 없었던 시기, 마음만으로 기획했던 내용을 드디어 현실로 옮길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는 보훈문화교육의 시작으로 중국 독립유적지 탐방을 추진했다. 안동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안동 유림의 집단 이주 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중심으로 두고, 윤동주 시인, 백두산, 청산리대첩전적지 등으로 탐방지를 정하고 출발하는 전날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 탐방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와 중국 지린성에 안동 유림의 집단 이주 마을인 태양촌 등을 방문해 독립유공자 후손을 만나 생생한 역사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그곳의 후손들과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리며 한민족으로서 교감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 사진을 펼쳐 보여주는 그의 표정에서 뜨거운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중국 독립유적지 탐방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잠시 멈춰진 상태지만 그는 언제든 상황이 좋아지면 탐방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안여고의 보훈문화 프로그램들은 나라사랑교육을 꾸준히 계속해왔던 김종화(59) 교사와 손발을 맞추면서 더 체계를 갖추게 됐다. 교내에 보훈테마활동을 주제로 여러 동아리가 생겼다. 학생들의 호기심과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동아리가 더 늘어났고, 동아리 활동은 매해 학생들에게 뜻깊은 추억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창의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안동무궁화와 이육사 도안을 만들어 배지와 마스크, 컵 등에 활용하는 등 매순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현시키며 학생들의 창의력과 추진력이 커가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특히 지난해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초청 나라사랑콘서트는 두고두고 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준 순간으로 기억된다.

“나라사랑콘서트는 학생들이 그간 해온 다양한 활동의 집합체입니다.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모시고 문화지킴이 활동과 역사연구 활동을 보고하고, 이육사 시인과 이상룡 선생의 시를 낭송하고, 한국무용, 민요공연 등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는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와 이육사 선생의 손녀 등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콘서트에 초청된 독립유공자 후손들은 “감동적”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한 명씩 손을 잡아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안여고의 활동은 교내를 넘어 지역사회 여러 기관과 단체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육사문학관, 안동무궁화 보존회, 지역의 보훈단체 등과 보훈테마활동을 함께하며 그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원걸 교장은 ‘교과서에 적힌’ 역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마음에 새기는’ 역사교육과 나라사랑 정신이야말로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그는 새해 새롭게 경안여고에 입학할 학생들을 위한 더 좋은 프로그램 준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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