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혼을 안은 독립기념관 일대로 상서로운 빛이 내린다.새해의 빛과, 새해의 희망을 한 몸에 안은 듯 이 곳은 언제나 기운찬 바람이 불어온다.민족의 독립과 오늘을 위해 바친 선조들의 힘이 보이는 듯, 저 아우내 장터의 ‘대한독립 만세’ 함성이 들리는 듯 쟁쟁한 아침. 충남 천안 흑성산이 새해를 앞둔 독립기념관을 커다란 품으로 안고 있다. 새해엔, 모두가 한 마음으로 새 희망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한다.새해엔, 함께 위로하고 치유하고 안으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이 모든 것은 그렇게 함께 더불어 온몸으로 맞을 벼락같은 축
온통 푸른 청산도의 겨울.그 겨울은 내륙의 겨울, 북쪽의 겨울과는 다르리라.서로 기대는 작은 온기 정도면 너끈히 이겨낼 수 있는 그런 겨울 아닐텐가.산 바다 하늘, 가는 곳마다 부드러운 언덕길, 그리고 작은 논과 그 안의 부드러운 손길이 함께, 이 겨울을 어깨 걸고 견딜 것이다. 겨울마저 푸르게 녹여내는, 함께 이웃이 되는 곳, 그곳이 언제나 푸른 곳, 이 땅 ‘청산’이다.굽이굽이 바다에 이어진 산, 다시 바다 넘어 산, 아련한 섬들이 이어진다.아직은 남은 따뜻한 기운이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안온한 분위기를 안은
가을이 깊어간다. 하늘도 함께 깊어간다. 지천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거듭난다. 청춘이라 기운차게 내달리던 푸른 날들이 푸른 잎새들이,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처럼 화려한 빛과 함께.그것은 세상을 가을이라 이름하여 채워온 잎들만의 일은 아니다. 흙 속에 맺힌 것, 가지 끝 씨알로 다시 영근 것….이 가을은 새로운 생을 향해 이별하는 계절이다. 성숙하게 제 몸을 허공으로 내보내고 그곳을 가득하게 하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여름을 견디고 마침내 가을 햇살로 붉게 물들 모든 것들과 함께 산과 들판은 다시 긴 잠에 들어갈 채비를
무리지어 핀다고 해서 꽃무릇이라 부른다.함께 있어 아름답고, 함께 비교하거나 비교당하지도 않고, 모두 하나로 보이고 이해되는 꽃이다. 자세히 보아도 그 꽃이 그 꽃. 꽃무리일 뿐이다.꽃대 하나, 꽃 한송이. 외로움은 함께 모여서 달래고, 함께 모여서 삭여낸다. 그의 또 다른 이름 상사화.잎은 꽃을 만날 수 없고, 꽃은 잎을 만날 수 없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대로 한 몸이지만 차례로 자신의 역할만 할 뿐, 한 바퀴의 여정은 각각으로 그렇게 돌아간다.‘스님과, 여인의 만날 수 없는 사연’을 전설처럼 담고 있다지만 모두 그
씻어낸 듯 깨끗하다. 하늘도 맑고 풍경도 맑다. 이곳에 어울린 사람들의 마음도 폭포 같은 물줄기로 씻어 내린 듯 고울게다. 한반도 제일 남쪽, 땅끝마을 아래로 자리 잡은 보길도. 그리고 섬 한복판에는 보석 같은 정자 세연정(洗然亭). 보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자와 정원 중 몇 손가락에 든다는 등의 서열을 매기지만, 의미가 없다. 그저 하늘아래 제 선 살려 들어선 부드러운 정자 지붕과, 바람마저 쉬임 없이 맘껏 드나드는 넉넉한 마음과, 자로 잰 듯 균형미를 갖춘 나무 돌 꽃, 그리고 물. 뜨거운 태양이 넘어가면서 옅은 바람이 불어오
여름이 깊어간다.북한산의 계곡도 깊어가고, 계곡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깊어간다.도심의 소음을 벗어난 풀벌레 소리는 제각각이되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동시에 다른 개체와 다른 종류를 벌레에서 비롯된 소리들이지만 그 어우러짐이 절묘하다.서로가 귀 기울이며 제 위치를 찾아내 끼워 넣듯 정교한 소리들이 가슴을 울린다. 이 여름은, 분주하지만 한 발 물러선 성찰의 시간인다.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보고, 지금을 살피며, 내일을 조용히 기다리는 더 깊은 생명의 시간이다.이 여름, 나와 우리를 찾는다.짙은 녹음의 뒤안길에서, 푸르러가는 잎새의
6월의 설악. 한계령, 안개 걷히면서 드러나는 설악의 위용을 만난다.그 아침, 시름과 아픔을 뒤로하고 푸르른 자태가 드러난다.단단한 바위와 힘차게 일어선 우리 소나무의 가지에서 우리 민족의 기상을 느낀다. 조금씩 다른 빛깔이지만 화합하여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그래서 언제까지나 그곳에서 우리의 든든한 지킴이가 되는 설악이다.우리네 역사처럼 구불구불 넘어왔고, 아직 이 길 아직 더 가야 하지만 다시 힘을 낸다.이렇게 굽이쳐 동해로 이어지는 당당한 설악과 함께 다시 힘을 낸다. 강원도 인제 ‘무명용사 충혼비’ 노전평 지
살아있는 화석고대 화석층에서 발견됐던 나무.이 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다,과거와의 깊은 대화인 셈이다.높은 나무에서,빽빽한 그 숲에서,그들과의 깊은 호흡에서,봄은 더욱 깊숙이 우리 안으로 들어온다.가는 곳곳이 신록어디서나 만나는 우리의 과거이자 오늘이다.봄은 그렇게 함께 소통한다.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발생한 조선여학생 희롱사건이 불씨가 되어 광주와 나주 일대에서 학생독립운동이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11월 3일, 광주에서 학생들의 항일시위가 절정에 이르렀고 그후 학생들이 중
꽃이 지면 다음은 신록이다.신록은 꽃보다 아름답다. 매일 달라지는 그 빛깔과 그 크기와 반응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 빛을 받아 아침 저녁으로 달라지는 신록은, 기적이다.남은 꽃을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이들의 조화. 새봄의 환희가 우리 마음으로 녹아든다.이제 겨울은 갔다. 완전히. 그리고 봄이 왔다. 완전히.봄은, 새롭게 피어나는 기운과 함께 우리 모두를 주인으로 만드는 계절이다. ◆ 최근 신문 PDF보기 ◆ 설마리 전투비 설마리 전투비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내에 위치했다. 이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은 우리의 넓은 품,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은 산과 언덕이다. 봄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그 언저리에 기대 선 나무와 꽃이다.봄이 되면 산은, 지천으로 꽃이 핀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매화 벚꽃, 그리고 키 낮은 이름 모를 들꽃들….지리산을 바라보며 아득한 기운이 남쪽으로부터 올라온다. 켜켜이 펼쳐진 산과 그 공간을 뛰듯이 봄은 다가온다. 그렇게 만나 터뜨린 꽃의 향연이 봄이다.지리산 노고단 1,507미터 봉우리를 뒤로 하고, 그 너머엔 언젠가 우리들의 발자국이 남아 있을 토끼봉과 달궁이 숨
그곳에 가고 싶다,문명의 옷이 오히려 부끄러울 것 같은시원의 생명 수런거리는 그곳으로 가서원시의 몸으로, 훌훌 벗어 던지고그들의 일원이 되어저 아시시의 성자 프란체스코처럼그들의 말로수런수런 생명 나누고 싶다(이상옥, ‘우포늪’ 중에서)문명이 부끄러운 생명의 땅, 원시로 다시 돌아온 듯 안온함이 느껴지는 곳.습지라고 하고 늪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을 모든 생명의 고향이자 원천이라 부른다.우포늪.경남 창녕 일대를 넓게 차지하고 문명의 개발에 비껴선 곳이다. 한반도가 첫 호흡을 시작한 1억4,000만년 전부터 이 땅의 생태를 지
한반도 중앙, 서울 남동쪽 용문산.깊은 계곡과 폭포가 곳곳에, 산사도 곳곳에.서울에서의 접근성 때문에 수도권 시민들이 가장 친근하게 찾는 산 중의 하나. 그 용문산을 의연하게 지키는 용문산 은행나무.화려한 자태를 갖춘 것은 아니지만, 그 오랜 역사와, 오랜 역사와 함께한 사연들로 해서 이미 친근한 우리 이웃이다. 나무에 내려앉은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동쪽을 향한 나뭇가지가 반갑게 새 아침을 맞는다. 해가 떠오르면 나무는 온 몸으로 햇살을 받아 사찰로, 산으로, 세상으로, 빛을 나눈다. 곧 다가오는 봄을 향해 이미 그는 깊이 내린
새해 새 기운이 활짝 솟는다.서울 동남쪽에 높이 솟아 이 땅을 지켜온 남한산성에도 밝은 해가 다시 떠오른다. 얼음처럼 차갑게, 그러나 쨍하게 맑은, 정신을 번쩍 나게 만드는 오늘이다.눈 사이로,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묵은 분열과 다툼과 낡은 것을 갈라낼 듯 시퍼런 날을 세운다.그리고 번쩍 닿는 그 빛이 다시 따사로움으로 어루만지는 오늘은 한 해의 힘찬 출발이다.새 하늘이다. 새 땅이다. 이제 새 살처럼 새 마음이 오롯이 솟아날 것이다.이 추위 지나면, 이 겨울 지나면 땅 아래 힘을 내고 있던 기운이 솟아나리라.우리가 함께 피
통영.서구 어느 미항의 이름을 붙여 ‘한국의 ○○○’라 부를 이유도 없다. 아름다운 남해의 우리 땅. 한려해상공원을 안고 있는 다도해 한 복판의 땅과 바다와 푸른 나무, 그리고 그 안온한 공기.이순신 장군의 나라사랑의 얼이 담긴 한산도를 비롯해 사량도, 추도, 연화도, 용초도 등 크고 작은 섬들. 게다가 매물도와 소매물도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섬이라, ‘모든사람들이 꿈꾸는 여행지’로 꼽히는 곳이다.통영시 안에서는 가장 커다란 섬 미륵도. 해발 461미터 주봉을 뒤로 하고 이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바다를 향해
산은 무궁무진하다.봄 여름 가을 겨울, 산이 보여주는 변신과 그 안에서 보이는 속 깊은 이야기들은 끝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이게 한다.가까이서 멀리서.가을 단풍이 절정으로 가는 오늘, 푸른 하늘과 갖가지 색깔로 옷을 갈아입은 나무들은 가을산을 찾은 사람들을 푸근하게 안아준다.지친 사람들, 아픈 영혼들, 힘든 삶들을 모두 보듬는 게 가을산이다. 한 발씩 다가가는 사람들은 조금씩 산을 오르면서 더불어 산이 된다. 더불어 하나가 된다.내장산. 그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하여 내장(內藏)산이라고 불린다. 꼭
600년을 이어온 누각과 다리와 그 사이를 돌아 흐르는 물.세월이 흐르듯 사람들이 살아간다.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그 인연을 지켜보듯 흔들리지 않고 선 건축물들이 더 없이 편안하다.광한루원.광한루와 연못, 나란히 선 정자들, 그리고 길과 숲으로 구성된 우리의 오랜 명승지.춘향전의 춘향과 이도령 이야기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어쩌면 춘향전이 이 명승과 그 역사와 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담은 삶의 이야기들에 너무 강한 덧칠을 했는지도 모른다.광한루에는 그 소설의 이야기보다 한반도 내륙 남원과 지리산 둘레에 함께 사
그는한반도다그는한반도의 역사다그는동해에 우뚝 선 대한민국이다독도.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우편번호 799-805울릉도에서 독도까지 87.4km동도와 서도를 포함해 91개의 크고 작은 섬들로 이뤄져 있는 우리의 소중한 영토다우리는 독도에서 소중한 우리의 혼을 발견한다. 그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과 잇닿은 선에서 웅장하고 고결한 힘을 만난다. 어디에 있든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담긴 든든하고 아름다운 희망의 상징이다.파도소리 갈매기소리 들으며 다양한 해양생태계를 갖춘 곳, 독도는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간다.멀고 먼
폭염을 뚫고 폭포가 떨어진다.폭염을 뚫고 폭포가 날아오른다.시원한 물줄기 귀 멍멍해지며, 날리는 물기운이 온몸을 금새 적신다. 일상의 시름을 잊은 듯, 일상의 소음도 모두 쓸어낸다.이곳에선 여름도 아니다. 더위도 아니다.한반도의 든든한 허리 소백산 중심에 자리 잡은 희방폭포.영남의 제1폭포로 손꼽히는 희방폭포는 높이 28m로 해발 700m에 위치한 내륙에서는 드물게 만나는 폭포다.소백산 연화봉에서 발원해 몇 천 구비를 돌아 흐르다 이곳에서 천지를 진동시킨다.조선시대 석학 서거정 선생은 ‘天惠夢遊處(하늘이 내려주신, 꿈속에서 노니는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하늘이 내린 산이다. 그 웅장함이 한반도의 든든한 중심이다.이곳엔 사람 사는 편안한 숲이 있다. 상림숲이다. 경남 함양의 기름진 들판과 강을 옆으로 두고 만들어진 숲. ‘인공숲’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과 어울어진 모습이다.숲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그 속에 함께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힘들여 오르거나 내리거나 하지 않고 마실 나온 듯 걷다보면, 그 걸음걸이와 호흡과 마음으로 모두 숲이 된다.작은 개울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너른 마당바위가 있고, 곳곳의 정자들은 이 동네 사람들의 삶을 닮았다.상
소쇄원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대나무숲이다. 숲은 끝없이 솟아오르는 대나무의 힘찬 행진이다.그 곁을 돌아 지나며 서걱이는 바람으로 속세의 먼지를 떨어내는 곳, 그곳에서 소쇄원을 만날 수 있다. 가족, 친구, 아이들은 적막을 깨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대나무와 함께 자연의 일부가 된다. 그 다음에 조용히 드러내는 정원의 자태는 오랜 시간 풍상을 견뎌내며 숲속에서 다시 숲이된 형국이다. 앞의 광풍각 뒤에서 짝을 이루는 제월당. 작은 연못과 흐르는 물. 나무 하나, 돌 하나까지 이들이 선 자리에선 성역(聖域)이고 선계(仙界)인 듯 느껴진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