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하늘도 함께 깊어간다. 지천이 울긋불긋, 화려하게 거듭난다. 청춘이라 기운차게 내달리던 푸른 날들이 푸른 잎새들이,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처럼 화려한 빛과 함께.

그것은 세상을 가을이라 이름하여 채워온 잎들만의 일은 아니다. 흙 속에 맺힌 것, 가지 끝 씨알로 다시 영근 것….이 가을은 새로운 생을 향해 이별하는 계절이다. 성숙하게 제 몸을 허공으로 내보내고 그곳을 가득하게 하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여름을 견디고 마침내 가을 햇살로 붉게 물들 모든 것들과 함께 산과 들판은 다시 긴 잠에 들어갈 채비를 한다.

가을은 모든 숨 쉬는 것들에게 겨울을 지나 봄을 준비하게 하고, 그것은 이 땅을 딛고 선 모든 것들이 스스로 견뎌 봄을 맞게 한다. 가을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석양을 물들이듯. 그래서 아름답고, 다시 아름다운 계절이다.

저물어가는 모든 뒷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아름다움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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