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지어 핀다고 해서 꽃무릇이라 부른다.

함께 있어 아름답고, 함께 비교하거나 비교당하지도 않고, 모두 하나로 보이고 이해되는 꽃이다. 자세히 보아도 그 꽃이 그 꽃. 꽃무리일 뿐이다.

꽃대 하나, 꽃 한송이. 외로움은 함께 모여서 달래고, 함께 모여서 삭여낸다.

 

그의 또 다른 이름 상사화.

잎은 꽃을 만날 수 없고, 꽃은 잎을 만날 수 없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대로 한 몸이지만 차례로 자신의 역할만 할 뿐, 한 바퀴의 여정은 각각으로 그렇게 돌아간다.

‘스님과, 여인의 만날 수 없는 사연’을 전설처럼 담고 있다지만 모두 그 가련하지만 화려한 자태에 대한 칭송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온산을 붉게 물들이며 타오르는 꽃무릇처럼, 우리네 인생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어쩌면 함께 있으나 만나지 못하는 것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것들과, 그저 함께인 듯 나뉘어 살고 마는 삶.

그렇게 인생은 나뉘어 하나인 듯 엮여서 흘러간다.

 

지천으로 핀 꽃무릇, 오늘 그들의 대화를 함께 듣는다. 바람 일 때마다 던지는 이야기, 햇살이 달라질 때마다 들려주는 다른 빛깔의 이야기, 사람들이 몰려들 때 나누는 즐거운 재잘거림.

우리도 이들처럼 한 무리가 되어 함께 대화하며, 하나인 듯 나뉜 듯 …

이 하루가 편안하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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