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다란 세상과 자연한반도 중앙의 어머니 같은 품지리산에 안개 같은 비가 내린다산은 그렇게안개처럼 산을 찾은 이들을 받아 안는다 높지만 끝없이 높지만많은 언덕들이 이어진 정상 그 능선을 따라 걸으면저 멀리 켜켜이 나를 지켜선 희미한 산들이 보이고그 너머로 쉼 없이 이 땅을 적시는 물빛 고운 섬진강이 다가온다 오늘 지리산을 찾은 마음들에서더 커다란 세상과 자연이 열린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곧은 소리는 곧은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높이도 폭도 없이떨어진다(김수영 시인의 ‘폭포’ 전문) 곧은 소리로 떨어지는 폭포에 마음을 싣습니다.다시 하늘을 오르는 물길이 보입니다.바른 뜻으로 떨어지고, 오르는 폭포에 오늘 새 마음을 싣습니다.
저마다의 산을 품어 안으며오름, 작은 산제주도 어디서나 문득 나타나는 화산의 흔적온전한 산이지만 주변과 어우러져 군림하지 않는산이다 한때의 그 뜨거움을 안은 채다시 뜨거워질 내일을 품은 채오늘은 사람들을 맞는 산 지금 그가 내준 품으로 사람들이 오른다그렇게 올라 함께 올라 닿는 곳이지평선이고지극한 마음이고더불어 사는 너른 삶터이다 남도의 오름에서저마다 하나씩의 작은 산을 품게 된다우리 모두 사진, 용눈이 오름. 해발 247.8m, 높이 88m, 둘레 2,685m, 면적 40만 4264㎡. 성산 가는 16번 국도 근처에 용의 모습처럼
푸른 꿈의 희망으로청보리가 펼쳐진다청보리가 가득 지평선을 내달린다청보리 짙은 환성이 봄볕 쏟아지는 지축을 울린다 지난 겨울 그 지독한 추위를 이긴 탓그 밤의 혹독한 아픔을 견딘 탓지각을 뚫어 이뤄낸 오늘은 그의 위대한 승리다 그 푸르름에 경의를 표한다 이제 거침없는 분출이다단단한 결실겨울이 담겼고 봄이 담겼고인고의 세월이 우주처럼 담겼다 더 키우고 더 단단하게 내디딜네 미래, 그 안에 우리가 있다마침내 모두 하나로 만나 하나로 일어선다.
온 산을 붉게, 온 언덕을 노랗게, 온 들판을 하얗게,경쟁하듯 피어난 꽃들이 조용히 아우성을 내리듯그 잔향이 조용히 천지를 아우르면새로 피어나는 파란 꽃이 신록이다 꽃 다음 신록, 이 새로운 꽃은이제부터 추위가 닥칠 때까지 생명을 지키며모두의 마음을 밝힐 터그래서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시간대별로 달라지는, 투명으로 일어나힘찬 진군으로 내달리는 기개가 오늘 더 없이 반갑다 새로운 시작새로운 도약그의 초록빛 미소에세상이 환한 화답을 보낸다
우리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고 있다남쪽의 산사, 조용한 그곳시인은 그곳에서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고 노래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풀잎들이 손수건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 앞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정호승의 ‘선암사’ 전문)
계절은 바다를 통해 상륙한다바다에서 먼저 계절이 제 몸을 드러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그중에서 가장 먼저 오는 봄이, 가장 먼저겨울을 몰아낸다그리고 봄으로 봄을 불러 세상 모든 곳이 봄이 되게 한다 오늘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 끝에서대롱대롱 달린 겨울이 떨어져 나간다처얼썩 소리는 그의 뒷자락인 듯어둠을 싸안고 저만치 달아난다 어깨를 펴고 얼굴을 펴고땅에서 솟아나는 새로운 열기에 귀를 기울인다
노령산맥의 줄기를 끊어낸 듯줄기줄기 아름답다그곳에서 물 맑은 섬진강 물길을 상상하듯여유로운 흔들림이 느껴진다 가까이엔 나래산 백련산을 나지막하게 안고조금 멀리엔 내장산의 화려한 산세에 기대듯 선옥정호, 그 호수에 오늘하늘의 세례처럼 따뜻한 눈이 내린다 화려하지 않게 섞인 풍광과 눈발과이즈음에 새해와 함께 찾은 사람들이 아름답다 봄 가을로 피어나는 아침 안개와겹겹이 다가오는 산들의 뒷모습이여운처럼 계절과 함께 어울리면 겨울도 봄이고 겨울도 가을이다우리는 사시사철을 어우러져 산다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언제나 우리는 새로운 하루를 바라본다.긴 날을 지나왔으되, 새로운 것은 오늘 이곳, 이 현장,다시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새로운 오늘이 열린다. 누가 낡은 것을 말하랴누가 지나간 것을 말하랴어느 누가 이제 흘러간 그것을 그리워하랴 말갛게 씻은 태양은 우리의 얼굴그 앞에 선 산하(山河)는 우리의 마음그리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우리의 향기 새롭게 열린 세상이 우리 작은 몸을 싣는다.발끝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번져 오른다.
이기대에서는동해가 보인다 남해가 보인다이기대에서는가을이 저문다 겨울이 피어난다이곳에서는 이제 시작하는 가을을 새봄처럼 만난다 겨울에도 온기를 안고 있고 봄에도 바짝 추위가 남아있다면동해와 남해가 만나고 가깝게 대마도가 불쑥 나타나는 곳이기대에서는 ‘둘이 함께’ 운명인 듯 만나고운명인 듯 함께 명을 다하고 다시 태어난다 파도와 구름과 바위와 새파란 하늘과 인간과 문명과이기대에서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새로운 한 해를 태어난다그렇게 이곳에서 손을 내밀면살포시 손 잡아주는 이 있다 이기대(二妓臺):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수영성을 함락시
흔들리지만 흔들리지 않는다.오랜 전통 왕궁의 별궁은 많은 세월을 이고 지고 언제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1,40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역사는 바뀌어도 주인이 바뀌어도 산천은, 그 빛나는 기운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연의 조화로 땅이 흔들려도삶과 그 안의 사람들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는다.그 무슨 일이 벌어져도, 든든한 사람들의 신뢰와 함께 사는 어깨는 무너지지 않고 언제나 오늘을 얹은 내일을 안고 있다.옛 신라의 향기와 옛 고즈넉하게 살았던 누렸던 이들의 마음은 단단하게 세워져 있다. 동궁과 월지는 …문
하늘빛이 바뀔 때마다공기의 밀도가 달라짐을 느낄 때마다살갗에 와 태양의 온기가 방향을 조금씩 틀어갈 때마다우리네 마음이 흔들린다어쩌면 세상이 함께 움직인다 요동한다 봄을 거쳐 여름을 지나 이제 가을 그리고 곧 겨울세상의 근원(7대 근원, 地水火風空見識)의 싹이 난다고 이름 붙여진칠갑산 그 높지 않은 산세에도 가을의 빛이 완연하게 내린다사람들은 거기 산이 있어 오르지만두솔성지와 도림사지와 금강사지, 그리고 정혜사와 장곡사의오랜 기운과 전통을 오롯이 몸으로 받는 오늘의 한 걸음 하루가 다른 세상을 살면서우리는 매일 그만큼 커다란 마음을
산, 호수, 그리고 시원하게 열린 들판멀리서 옅은 빛으로 아련하게 전해오는 전설 같은 산자락 진초록 빛으로 성하(盛夏)의 열기를 담아내다 문득 만나는 호수 뜨거웠던 여름도 스러져가는 볕을 못 이기듯다시 계절의 색을 찾아 온 세상이 바뀐다 우리 모두는 새 옷을 갈아입고 타인으로 만나게 되리라생소함인듯반가움인듯 그 화안한 빛이 새로운 산하를 찾아들면이방인으로 주인으로 우리 모두는하나가 된다. 새로운 세상의 빛나는 무엇이 된다. ■ 비봉산해발 531미터. 굽이굽이 호숫가를 지나면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만나게 된다. 모노레일을 타면 누구든
햇살 따가울수록하늘은 푸르고 숲속 기운은 더욱 서늘하다햇살을 이고 숲을 안고 들어선황토의 원시적 질감이 더 푸근하다 언제 맨발이 되었던가언제 맨발로 흙길을 걸었던가언제 그 질퍽한 혹은 차진 감을발끝으로 온몸으로 가슴으로 이해했던가 인간이자 자연의 부분으로 자연이자 지구별의 구성체로 돌아가조용한 일체감을 맛본다만나는 이들과 함께 조용한 미소를 나눈다 그렇게, 자연이다. 해방이다. 함께하는 나눔이다.* 대전 계룡산과 이어지는 자락에 위치한 산이다. 계룡산을 닭의 머리로 보면 닭의 발 부위, 혹은 일부 산길이 닭의 다리를 닮았다 해서 붙
제주를 가면 길이 열린다올레길에서 한라산 둘레길까지 그 길은 산으로 이어지고 바다로 이어지다마침내 걷는 이의 마음으로 들어온다.그렇게 이어지다 향하다 길은 우리 모두를 보듬는 어머니가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닮았다 하지만그 순례와 순례자의 정신을 담았다 하지만쏟아지는 햇살 아래그 강한 하늘 받아 부서지는 푸른바다를 담았다.제주의 길은이 땅을 살아온 견뎌온 모든 이의 마음을 닮았다. 6월을 지나 7월로 가는우리 모두의 발걸음에 조금씩 힘이 실린다.
금강이 소리 없이 역사의 현장을 지키듯 흐른다.오랜 성곽은 연륜의 무게를 담아 금강 물줄기와 대화를 나누듯 서 있다.“우리 언제 반갑게 서럽게 만났던가우리 언제 손바닥 마주치며 흥겨운 농요를 나눴던가” 공주, 한적하고 작은 도시지만 그 무게만큼은 결코 작지 않다.이젠 나지막한 건물들로 정겹게만 느껴지는 ‘우리동네’지만 공주의 힘은 한때 한반도를 흔들던 위용이 있었다.공산성 또한 백제의 공주 도읍 당시의 궁성, 웅진성이라 불렸다. 백제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한반도의 중심이었던 곳이다. 이 성을 생각하면 조금씩 뒷걸음치며 시간까지 세워
남쪽 벚꽃이 스러질 즈음 이 산에는 조금 늦은 듯 산벚꽃이 피어난다.꽃 사이로 조용히 신록이 오른다.투명한 빛을 받은 그들 꽃과 신록은어느 것 하나 앞설 일 없이 편안한 아름다움의 기운이다. 흙으로 둑을 쌓아 농사일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못.화순 세량제(細良堤)는 이름처럼,봄 산벚꽃과 신록과 아침을 여는 물안개가 환상적인 조화로 만난다. 여리고 가늘고 보일 듯 말 듯 피어오르는 눈앞에 떠오르는 그 모든 것들이새 봄을 맞아 처음 눈뜨는, 그래서 더욱 따뜻한 새 삶을 닮았다. 지금 시작한, 지금 태어난, 방금 숨을 시작한그래서 그것은
꽃이 사람이다. 사람이 꽃이다.봄. 상춘객과 꽃 모양은 언제 봐도 싱그럽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이겨낸 봄꽃과 그 추위를 넘어와 이곳에 선 사람들.긴 겨울 어둠을 이겨낸 희디흰 꽃잎과 동장군의 위엄을 참아내고 다시 어깨를 펴고 나선 사람들. 겨울이 좌절이라면 봄은 새 희망이다. 겨울이 죽음이라면 봄은 부활이다. 모두가 다시 깨어나는 이 계절이 환대를 받는 이유다. 함께 손을 내밀어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오늘이 든든하다.더불어 인사를 나누며 환한 웃음을 주고받는 오늘이 꽃처럼 아름답다.그래서, 꽃이 사람이다. 사람이 꽃이다.
곧추선 벼랑을 한편으로 이웃하고 선 정갈한 누각. 조용한 남강의 흐름을 지켜보며 역사를 이어온 촉석루는 영남 지역에서 제일 아름다운 누각으로 손꼽히는 곳. 고려 공민왕 때 창건(1365년)해 일곱 차례 중건과 보수를 거친 촉석루에 봄기운이 내려앉는다. 전시에는 진주성을 지키는 보루가 됐고, 평상시에는 과거를 치르는 고시장으로 쓰였기에 장원루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봄이 찾아오는 오늘,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찾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우리 역사의 굴곡진 아픔을 이해하는 듯 새 기운을 느끼는 눈빛이 따뜻하다. 촉석루에서는 의기(義妓) 논개
눈꽃은 축복이다.어느 누구에겐 불편이고, 또 다른 누구에겐 추위의 자락일 뿐이지만눈꽃은 온 누리에 내리는 모두를 향한 축복이다.찬사이다. 눈 쌓인 이 찬 겨울에 번쩍 세상이 다시보이고, 이웃이 다시보이는, 그것은 개벽이다.그렇게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이 겨울과 눈과 눈꽃과 우리를 에워싼 모든 풍광은함께 살아가는 우주적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나무도 숲도 거리도, 너른 평야와 켜켜이 늘어선 산과 산맥도,눈 내려 어울어진 후엔 하나의, 단 하나의 풍광일 뿐이다.단 하나의 소리이고 소원이고 의지이다.단 하나의. # 덕유산덕이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