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추선 벼랑을 한편으로 이웃하고 선 정갈한 누각. 조용한 남강의 흐름을 지켜보며 역사를 이어온 촉석루는 영남 지역에서 제일 아름다운 누각으로 손꼽히는 곳. 고려 공민왕 때 창건(1365년)해 일곱 차례 중건과 보수를 거친 촉석루에 봄기운이 내려앉는다. 전시에는 진주성을 지키는 보루가 됐고, 평상시에는 과거를 치르는 고시장으로 쓰였기에 장원루로 불리기도 했다. 다시 봄이 찾아오는 오늘,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찾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우리 역사의 굴곡진 아픔을 이해하는 듯 새 기운을 느끼는 눈빛이 따뜻하다.

촉석루에서는 의기(義妓) 논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승리 술잔치에 기생으로 위장해 적장과 함께 남강에 몸을 던졌다는 한반도의 딸. 그의 나이는 고작 열아홉이었다. 그의 혼이 살아 촉석루의 기상은 더욱 든든하고, 남강의 물빛은 더욱 푸르다. 다시 흐르는 남강에 비친 촉석루, 밤이면 은은히 하늘로 오르는 듯한 누각의 단단한 기둥이 더욱 우리의 마음을 파고든다.

새봄과 함께 피어오를 아지랑이와 푸른 새싹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위로를.

그리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미소 가득한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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