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문장가 소동파가 삶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어느 선사를 찾아가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진리에 관한 설법을 부탁했다. 그러자 선사는 “무정설법(無情說法, 인간만이 설법하는 것이 아니라 산천초목도 설법한다)”이라는 한마디 대답으로 입을 닫았다. 그대로 되돌아오게 된 소동파는 선사에 대한 서운함으로 발길이 무거웠고, 허탈한 걸음을 옮기는 중 문득 계곡의 폭포 소리를 듣게 됐다. 계곡을 건너며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던 소동파는 허전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그 곳에서 물은 무상하게 흐르고 세월도 인생도 모든 존재가 어느 한 곳에
옛 속담에 콩 한조각도 나눠 먹거나 개떡 하나라도 옆집, 건너 집까지 나눠 먹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인심이요, 정서다. 이렇게 아름답게 우리 사회를 지켜온 미풍양속이 이제 도심 아파트 안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요즘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앞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바쁜 생활 탓에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과 내 이웃과 함께 하는 여유가 없다고 핑계를 돌리지만 그 전에 알량한 자존심과 무관심이 우리들을 힘들게 하며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필자는 오랫동안 살던 정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 너는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또는 죽음을 상기시키고 상징하는 해골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다.로마제국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로마로 입성할 때 그 장군의 뒤에는 노예가 따라오면서 ‘메멘토 모리!’라고 크게 외쳤다고 한다. 당시 로마로 돌아온 개선장군 중에는 권력에 대한 야심을 품고 모의를 하다가 적발돼 처형당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감에 도취해 경거망동하지 말고 더욱 자중자애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고 한다.절대 겸손해야
오래 전 나는 아파트 단지 외곽과 접해있는 인도의 경계에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는 석공의 작업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수북이 쌓여있는 돌덩이 중에서 크기나 모양새를 살피는 등 탐색하는 움직임도 없이 마치 미리 돌덩이에 순번을 표시해 놓은 것처럼 그렇게 즉시즉시 돌을 옮겨와 돌담을 쌓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나는 돌을 선택하고 쌓는 석공의 지혜와 내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도 신기해서, 돌을 대충 선택해서 쌓는 것 같은데 어쩌면 저렇게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조화롭게 잘 맞을 수가 있는지,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건지
봄은 ‘~을 보다’, 혹은 ‘바라보면서 느끼고 바란다’라는 말이다. 온누리에 새 생명이 움트고 생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새 희망을 품고 나아가자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가 암시돼 있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이렇게 뭇 생명들이 소생하는 봄을 바라보노라면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오묘하고 신비로운지 경외감으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봄은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을 품게 한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봄을 찬미하고 찬양하고, 때로는 오지 않는 봄을 안타깝게 기다리며 절망하고 탄식하는 글과 노래들이 많이 있다.그 중에는 ‘빼
인생은 길에서 시작하고 길에서 끝난다 할 것이다. 삶의 길은 탄생에서 시작되고 죽음의 길에서 마감되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길, 저녁때 귀가 길, 올바른 길, 그릇된 길, 빠른 길, 늦은 길 등 인생은 길을 가는 여행길이다.이 많은 길 중에서 공통된 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행복의 길일 것이다. ‘모든 길은 행복을 지향해서 뻗어있다’라는 말처럼 모든 길은 행복의 길로 통한다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 어느 길로 가야 더 빠른 행복의 길인지를 잘 모르는 게 우리들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행복을 누구나 갈구하되 빠르게 행복으로 가는
우리 학교는 지난 10월 27일 오후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에서 6·25 바로 알리기 교육을 실시했다.평소에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깊이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 강연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내가 앉아있던 오른쪽 옆 편에는 실제로 참혹한 6·25전쟁에 직접 참전하신 할아버지들이 앉아계셨다. 저분들이 용기를 가지고 나라를 위해 힘쓰지 않으셨다면 내가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통일 안보교육이 시작되고 나서
지난 10월 15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1박 2일간 충주 보훈휴양원으로 보훈복지인력 한마음 워크숍을 다녀왔다. 보훈휴양원에 도착한 순간 8년 전, 2007년 1월에 서울지방보훈청 대강당 문을 두드리던 그날이 뇌리를 스쳤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고령이시라 치매교육을 받았었는데 내 부모 잘 모시고 싶은 마음으로 내디딘 걸음이 오늘날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보훈섬김이 일은 그리 쉽지 만은 않았다. 물론 마음은 모두가 나의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자 노력하지만 하루 평균 3가구의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모 방송국의 아침프로에 107세의 할아버지와 83세의 할머니가 출연해 두 분의 삶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대단히 감동적이고 신선한 충격이었다.할아버지는 107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주식매장에 가서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주식은 70세부터 시작해 지금도 밤 12시면 일어나 공부를 하고 새벽 3시에 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한다.83세의 할머니는 71세 때부터 독학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 영국에 여행을 가서도 나홀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만큼 꾸준히 공부해 왔다고 한다.두 분은 뛰어난 시간과 인생 관리자다.우리는 모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슨 일을 당한 후에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엇이 중요한 지 나중에 가서 안다는 뜻도 있다.우리의 건강도 환자가 되어 보지 않고는 그 중요성을 모른다. 평소에 가끔씩 앓던 사람과 전혀 앓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 중에 누가 더 장수할 것 같은가? 우리생각에는 전혀 아프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결과는 가끔씩 앓던 사람이 더 장수한다고 한다. 이유는 앓던 사람은 병에 대한 저항이 생기면 자신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져서 준비를 많이 하지만, 평소 아프지 않던 사람은
가을비가 내린 뒤 기온이 뚝 떨어졌다. 산간 지방에 첫 얼음이 얼었다는 기상 보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빛이 푸른 물감을 짙게 뿌려 놓은 듯싶다.노랗게 물든 은행잎, 갓 물들기 시작한 자색의 벚나무들, 진분홍색 옷으로 치장을 한 단풍나무, 주황색의 느티나무, 백발의 억새꽃, 소슬바람에 황금물결로 출렁이는 들녘.도심을 벗어나 쭉 뻗은 길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가로수들이 멀리서 보니 쌍무지개가 땅에 내려와 얕게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색색으로 갓 물들인 잎을 쫙 펼쳐놓고 가을 금빛 햇살에 말리는 듯싶기도 하다. 밭둑에 띄엄띄엄
망중한을 보내는 가운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이태봉 선생님이세요? 저는 D여고 44기 졸업생 동기회장을 맡은 아무개입니다. 저희가 졸업한지 30년을 기념해 선생님들을 모시고 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에 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잊지 마시고 꼭 참석해주세요.” 전화를 받은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아침 일찍 학교에 출근하니 교무실 내 책상 위에 알록달록한 색종이로 접은 편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학, 딱지, 고깔 모양에 저고리처럼 생긴 것도 있다. 은박지로 접은 천 마리 종이학도 유리 상자 속에 날갯짓을 하고 바로 옆에는 꽃다발도
어느 청춘남녀가 모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랑의 계산법이 있는데 아는 사람?”답과 그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에게는 푸짐한 선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한참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남자+여자=자녀’라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습니다. 남녀가 사랑을 나누면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지요. 젊은이들은 단순히 사랑은 이성간에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봅니다. 정답을 말한 젊은이는 없었습니다. 발제자가 의도하는 답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정답은‘(-1)+(-1)=(+2)’입니다.‘(-1)+(-1)=(-2)’는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금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제60회 현충일을 맞았다. 6월을 넘어서며 나라사랑의 마음을 되새겨 본다.현충일을 보내면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얼을 기리고 추모하는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져 광복 이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통일국가의 기반을 다지는 일에 힘을 모으는 사회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매일 호흡하는 공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처럼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드는 게 사실이다.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진실규명을 애써 외면한 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우리민족이 글자를 깨치도록 이끈 큰 스승을 기리기 위해 스승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스승의 날을 맞으며 내게도 잊혀지지 않는 제자가 있다.교직생활을 하던 1970년대에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았을 적이다. 우리 반 김말순(金末順)어린이는 공부도 잘하고 행동이 바른 모범생이었다. 말순이 아버지는 새벽 일찍이 거리를 청소하는 청소부였고 가난한 가정환경이었다. 딸이 많아 딸을 그만 낳게 해 달라고 ‘말(末)’ 끝 말자를 써서 이름도 ‘말순’이로 지었다고 한다.그 당시
한적한 시골마을에 살면서 오래간만에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교대역까지 가야 할 일이 생겨서 신도림에서 전철을 갈아타야 했다. 신도림역에 내리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 혼잡했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 타는 사람,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 모두 총총 걸음으로 저마다 바쁜 모습들이 생존 경쟁인 듯 보였다.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었다.많은 전철역 가운데 신도림역은 복잡하기로 손꼽히는 역이라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복잡했다.혼잡한 틈을 비집고 승강장에 다다르니 앞서 온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추운 겨울을 뒤로하고 어느새 다가온 꽃향기와 봄 햇살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밝은 햇살 아래 마음 한구석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오는 3월 26일 ‘천안함 용사 5주기’가 그런 기억이 아닐까 싶습니다.천안함 피격사건은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작전 임무수행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하고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산화하였으며 구조과정에서 한주호 준위가 전사한 사건입니다. 온 국민들이 그들이 구조되기만을 한마음으로 빌었지만 결국 그들은
4~5월부터 무지개가 피어나는 계절이다. 그런데 무지개를 도시에서는 볼 수 없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서울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이 자연시간에 무지개를 설명하고 무지개를 본 학생은 손들어 보라 했더니 단 두 명만이 손을 들더라고 한다. 무지개는 태양의 반대쪽에 생기는 일곱 색깔의 아름다운 원호로 태양의 반대쪽에 비가 내릴 경우 물방울에 비친 태양광선이 물방울 안에서 반사·굴절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지개는 이와 같이 대기 가운데 머물고 있는 물방울을 지나오는 햇빛이 분산하여 일곱 가지 고운 빛의 활 모양, 길게 둥근 다리 현상의
이 세상은 홀로 이루지 못할 일이 많다. 찢기고 넘어지고 좌절하며 희망을 잃고 헤맬 때 이 굴곡 많은 인생의 고단한 사건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우리가 ‘혼자’가 아닌 ‘함께’이기 때문이다. 네가 나의 위치에서, 내가 너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상대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일들, 즉 네가 내가 되었기에 가능했던 순간들이 있었으며, 사실 위대한 세계의 거장들은 모두 이러한 가치의 삶 때문이다. 어느 날 귀족 아들이 시골에 갔다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영을 하려고 호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 소년은 발에 쥐가 나서 수영은커녕 물
갈수록 고향의 정이 넘쳐나던 옛집이 그립습니다. 그래서 고향 근처를 지나칠 때는 언제나 옛 마을을 찾곤 합니다.어릴 적 고향의 향수를 못 잊어 언제나 고향 꿈을 꿀 때에는 항상 나는 어린 시절이고 뛰어놀던 골목과 동리 앞 느티나무 아래 모래 덤들이며, 안산 기슭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는 가 봅니다. 평생토록 이런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 여깁니다.내 평생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던 지난 17년 전. 암에 걸려 생존율 3%의 긴 암흑 같은 삶의 터널에서 살아남은 내가 덤으로 사는 산수(傘壽)를 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