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월부터 무지개가 피어나는 계절이다. 그런데 무지개를 도시에서는 볼 수 없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서울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이 자연시간에 무지개를 설명하고 무지개를 본 학생은 손들어 보라 했더니 단 두 명만이 손을 들더라고 한다.

무지개는 태양의 반대쪽에 생기는 일곱 색깔의 아름다운 원호로 태양의 반대쪽에 비가 내릴 경우 물방울에 비친 태양광선이 물방울 안에서 반사·굴절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지개는 이와 같이 대기 가운데 머물고 있는 물방울을 지나오는 햇빛이 분산하여 일곱 가지 고운 빛의 활 모양, 길게 둥근 다리 현상의 줄 상태다.

그래서 옛날엔 천궁(天弓), 또는 홍예 라고도 불렀다. 이 이름을 따와 홍예교라 이름 붙은 무지개다리가 전국 곳곳에 널려있다. 정말 자연스런 이름 붙이기 발상이다.

보라·남색·파랑·초록·노랑·주황·빨강의 일곱 가지 색을 너무나 아름답다. 신비감까지 선사해주고 고운 색깔은 인간 세상에 많은 얘기들과 전설을 남기고 있다.

오늘날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무지개를 볼 수 없기도 하지만 무지개 현상을 모르기 때문에 정서도 메마른 것 같다. 아이들은 무지개와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까지도 모르고 자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무지개 이야기 한 자락.

“무지개는 하늘의 선녀가 땅에 오르내릴 때 타고 다니는 다리인데 하늘에서 땅에 볼일이 있으면 타고 오르내린 다리란다. 때로는 하늘아버지 천제로부터 미움을 받은 선녀를 지상에 내려 보내놓고 무지개를 걷어버리어 영원히 하늘에 돌아갈 수 없는 천사도 있었단다.”

나는 무지개를 볼 때마다 그 가엾은 천사를 생각하며 어릴 적 마음을 울적하게 했던 기억들이 있다. 나는 지금도 그 무지개를 볼 때마다 어머니가 이야기해준 가엾은 천사를 생각한다.

무지개 정서는 우리 생활문화 속에서도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절실한 염원을 천지신명에 기원하는 고사상에는 무지개떡이 오르는 것이 상식이다. 바로 하늘과의 통로를 상징하는 것이 무지개이기 때문이다. 결혼 첫날 밤 신방에 들이는 주안상에 무지개떡을 놓는 이유도 부부 사이에 사랑의 다리를 놓는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그 외에도 무지개의 성속은 우리 전통문화와 습속에도 참으로 많다.
이런 무지개가 사라진 것은 스모그가 그 주범이고 황사현상이 종범이다.
스모그(SMOG)란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로서 공장이나 자동차와 배기가스 등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이 안개에 섞여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스모그가 대기를 덮고 있기 때문에 청정한 하늘을 유지 못하고 있어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무지개가 사라진 것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징후이다. 참으로 염려스럽다. 전 세계 이상기온의 결과도 이 스모그가 큰 원인이라고 한다. 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이제 땅 위의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우리 인간이 살아가야 할 곳의 시급한 당면과제가 됐다. 지구를 지켜낼 대안이 필요하다.
머잖아 자연과 생태와 환경이 오염돼 도시뿐만이 아니라 농촌도 이제 무지개를 영영 볼 수 없는 환경이 될지 모른다.

정일상(참전유공자, 공직과 대학 강단을 거쳐 현재 문학계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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