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바람에 흔들리며옅은 봄기운에 흔들리며그렇게 꽃은 흔들리며 피어오른다‘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며 피었나니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오늘 그 흔들림이 봄을 전한다사랑을 전한다활짝 열리는 세상을 전한다남으로 북으로, 삼라만상으로 열려오는셀 수 없는 빛깔로살아나는 오늘이찬란한 우리네 영혼 아닌가살만한 우리네 삶 아닌가 * 마곡사 : 충남 공주의 사찰. 김구 선생이 일경을 피해 승려로 위장해 피신했던 사찰이기도 하다. 김구 선생이 거했던 암자와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그렇게 봄이 오는구나“꽃을 만져보면빛깔도 곱다빛깔도 곱기도 해라꽃을 만지다가꽃을 만지다가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꽃이 나를 만져주어꽃이 나를 만져주어”(함민복,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부분)꽃이 되어라마음 다친 우리 모두그렇게 함께 어루만지다, 우리 모두 꽃이 되는구나봄 따뜻한 마음 담아 꽃이 되는구나마침내꽃과 빛깔과 향기와 촉감으로함께 웅숭그리다 꽃이 되는구나그렇게 봄이 오는구나
더디게, 완전하게, 모두에게“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이성부 ‘봄’) “우리 외증조할아버지 김순오 의병 대장님, 잘 지내시나요? 2019년 봄의 문턱에서 아직 많이 춥기만했을 1919년의 봄을 떠올려 봅니다. 할아버지가 흘렸을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했던 숭고한 마음
100개 성상 흘러다시 세상을 비치는 한 빛그 어둠의 세월을 기어이 이겨내고참담했던 기억을 물리치고앞만 향해 전진했던장엄한 행진흔들림 없었던 대오오늘 다시우리, 새 길을 열어 나간다정의, 평화, 그리고 생명더불어 잡은 따뜻한 손다시 출발이다활짝 열린 내일성큼 다가온 희망
다시 첫발을 내디디며아득한 먼 곳에서 출발한 마음이화려한 산맥을 휘돌아 온 향기가옅은 빛 받으며오늘 이곳으로 녹아든다소리 없이 따뜻하게 젖어든다활짝 열린 새 아침에온 천하로 열린 새 하늘에이 작은 흐름에서 웅혼한 기세를 읽는다면천천한 발자취에서 억겁의 깊이를 본다면영원을 달려온 외침이다광야를 달려온 광폭의 걸음이다다시 첫 발을 내딛는 우리 모두의첫 숨이다
사랑한다 말할 시간매운 바람 벌판 휘돌아느슨한 햇살 더 푸근하게 다가오면이제헤어져야 하리니 마른 몸 서로 부비며피어오른 미소 조금 어색하게마지막처럼그 바람에 흔들린다함께 깊게 몸이 흔들린다 홀로남아 이 계절을 견뎌내야 한다면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이다행복했다 말할 시간이다나는네 어깨에 손을 얹는다 활짝 두 손 벌려 다시 오실 날눈물 훔치며손끝에 닿는 선율 하나씩 기억하며노래하리라노래가 되리라
꽃으로 다짐으로단풍도 낙엽도꽃이다세상을 바꿔놓은 형형색색의꽃이다 온 산을 수놓은 꽃바닥에 떨어져 바람에 휘날리는 꽃모두의 마음에 담아 안은 꽃 봄, 땅의 기운을 담아냈던 시간여름, 뜨거운 태양으로 익혀낸 순간들그리고 이제 온몸으로 태워낸꽃의 시절, 모두의 인생 다시 찾아올 겨울을 준비하며 떨궈내고 일으켜 세우고겨울을 관통할 의지꽃으로 다짐으로 오늘을 산다
다시 한 발짝그래 지금 하늘 더 없이 맑아푸른 바람 이편에서 저편으로깊게 들어찬다 이 땅 한 없이 붉어맑은 마음 남에서 북으로더 깊은 천지로 가 닿는다 이 하나의 삶을 본다우리 하나의 목숨을 잇는다모두의 계절을 만났다 이 가을 우리 서두르지 말고멈추지도 말고오래 전 출발한 순례자처럼다시 한 발짝 내딛는다그래 여기 우리 사는 여기
세상의 꽃하늘이 뜨겁다면그의 마음도 뜨겁다 흔들리지 않고 받아 안은 태양의 기운온갖 이 땅의 시름과상처와 더러운 욕심까지받아들여 새 세상을 펼친다면 곳곳에 일어선 땅의 사연들이형형 투명의 빛으로 이웃 사이로 수줍게 얼굴 내밀어 미소 짓는다면 사연은 따뜻해질 것인연은 비로소 희망이 될 것 하나뿐인 꽃세계일화(世界一化) 우리는 세상의 꽃이 된다
우리 이곳, 저 너머 마을이 마음 그리고 너머의 얼굴외나무다리는 둘을, 서로를잇는다그렇게 이어서, 켜켜이 시간을 쌓아우리의 웃음으로 우리의 눈물로꽃으로 피어난다 ‘백년의 별빛이 해우당 지붕에 와송으로 피어나고천년의 달빛이 물 위에 안개다리를 짓는’(시인 최대봉) 이곳 막고자르고해체하는 무자비한 세월 넘어살아남은 물길은 오늘도 무심히 그리고 도도히흐른다 '물위의 섬' 무섬은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모두에게 손을 내밀며 그저서 있다 그리고모두를 잇는다
궁궐 -조선왕조의 자존심이 남아있고우리네 아름다움과 감각을 고스란히 품은 곳 지금, 우리에게 손길 내미는따뜻한 호흡이 느껴진다 왕의 농사 왕비의 양잠,조선의 마음을 살피며 숲을 걸었다오늘 궁궐의 뒷동산, 왕의 걸음으로 함께 걸으면여기, 여름과 문득 부딪친다 차갑도록 푸른 만남가슴 서늘한 역사와의 만남은다시 우리네 생생한 삶이다 여름이 온다온 세상으로 활짝 열린, 여름이 온다
남쪽으로부터 온다따뜻한 세상더 밝아진 마음 북쪽으로부터 온다평화로운 세상환한 웃음 점점이 이어진 남쪽의 섬에도 물길 뱃길 사람길이 있고끊어질 듯 이어진 걸음걸음 이땅 모든 곳에새 날 기다리는단심(丹心)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이 곳사랑이 있다사람이 있다
새 빛 머금은 빛 하나로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이 아름다운 색신록이다뭉텅뭉텅 세상에, 온 산에 일어서는신록의 진군이 신비롭다 어둠 이겨낸 빛과의 조화추위 이겨낸 온기와의 조화그 빛 이고 선 사람도, 온 세상도이 신묘한 빛 아래선다시 각오를 다지는 새 존재일 뿐 언제 이렇게 하나가 되었으랴언제 함께 한 방향으로 섰으랴 새 빛 머금은 잎 하나로세상은 다시 하나가 된다 이 강토, 하나가 된다
피었다 피어오른다그 산사 꽃나무엔 노래가 있다눈물로 이별로 육자배기 목쉰 소리로노래가 흐른다 “… 동백꽃은 아직 일러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육자배기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읍디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읍디다.”(서정주, ‘선운사 동구’ 일부)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예요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송창식, ‘선운사’ 일부) “그까짓 여자 때문에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눈물을 감추다가동
밝아진 하늘이 온다바람이 스친다봄기운이 스며있다 햇살이 내린다오늘을 기다린 이들의체온을 담은 환한 소식이다 어제 남아 흐르던 찬바람도오늘 시샘 어린마지막 빗줄기도 뒷자락 남기며 떠났다 한결 묽어진 강 표면으로든든한 산성의 허리로하늘이 온다밝아진 하늘이 온다 봄은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환한 꽃으로 온다
겨울 견딘 우리가 봄이다그러나, 봄은 온다북풍한설 한반도 휘감아도 기어이 봄은 온다 꽁꽁 얼어붙은 산과 강, 그리고 냇가두꺼운 얼음장 아래엔 벌써 물길이 흐른다조용하지만 쉼 없이그리고 조금씩 제 자리를 넓히며 남도 아랫녘 동쪽바다봄소식 담겼을까사람들이 깊은 숨을 들이쉰다멀리 바다를 응시하는 눈길이 깊어진다 벌써 이만큼 다가온 햇살의 속삭임을 듣는다가장 먼저 일어선 동백의 함성을 듣는다이제 무너진 건 겨울이다 겨울을 견딘 우리 봄으로 간다이제 우리가 봄이다
물결치는 새 해, 모두를 향한 축복 새해엔 새 해가 떠오른다어제, 그 빛깔오늘, 다른 향기로 다른 손길로 우리 가슴을 비춘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산하인 듯차가운 능선이 쌓여 멀리 달아나도여기 단단히 선 나무들로푸른 빛 모두 벗어버린 나무들로물결치는 새 해를 맞는다얼룩도 굴곡도미움도 아픔도모두모두 덮어낼 따뜻한 눈이 내리면 축제의 음악이 조금씩 기지개를 편다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든다흥겨운 어깨춤도 시작된다질주가 시작된다이제 출발이다 다시 모두를 향한 축복이다
낙엽지면 더 넓은 세상 열리고 앙상한 가지가 드러난다그만큼 하늘의 부피가 늘어난다낙엽이 진다그만큼 더 넓은 세상이 열린다 가을이면 사람 아닌 하늘이 먼저 보인다겨울도 그렇다 날씨 추워지면우리 체온이 올라간다체온의 높이 만큼이웃도 함께 가까워진다 낙엽다 떨어져도든든한 나무는 여전히나무다내년을 기약하며 그렇게 오늘을 버틴다나무는, 우리 모든 것 아닌가우리 세상의 모든 것 아닌가
인왕산에 내린 깊은 가을가을빛이 성곽길로 내린다코스모스도 진 곳에 가을 꽃 화려하게 길옆을 늘어서고다시 사람들이 지나면빛은 더 널리 퍼진다 시간 지날수록 깊이 드리운 그림자가마음을 울리면 파란 하늘은인왕산을 넘어북한산으로 달려가며성을 잇고 사람을 잇고 그래서 이 가을가끔씩 차갑게 다가오는 바람마저훈훈한 온기로 남는다 더 넓어지는 오늘좋은 이웃이 되는 사람들그리고가을
그에게는 솟아나는 기상이 흐르고 있다. 씩씩한 청년의 꿈이 묻어나고 있다. 푸른 하늘과 땅을 버티고 선 당당함에 온몸이 달아오른다.소나무다. 가슴 붉은 이야기를 담은 소나무. 금강송. 우리의 역사와 사연과 아픔마저 녹여낸 그 자태가 아름답다. 그리고 비장하다.오늘 숲에서 만나는 끝없이 펼쳐진 금강송. 태곳적 이야기를 담은 이 길. 눈에도 마음에도 어느 하나 막힌 것 없이 시원하다. 우리 모든 길을 열어 제치듯 후련하다. 장쾌하다.너 나 그리고 함께 세상의 경계마저 여기에선, 무너져 내린다. 금강소나무태백산맥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 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