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설과 한파로 뼛속까지 얼어붙는 추위 속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계절이다. 그러나 얼음장 아래에도 봄이 오는 법, 우리는 새로운 설렘을 기다린다. 무대 위로 수많은 사람들의 군무와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음악, 격정적인 로맨스와 서스펜스 가득한 스토리까지 더해진 뮤지컬, 그 속에서 열정이 피어나고 있다.# 뮤지컬 ‘레베카’빼어난 아름다움과 명성을 자랑하는 맨덜리 저택을 배경으로 뮤지컬 ‘레베카’의 화려한 막이 오른다.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 그는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
▶ 인간은 필멸의 존재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불멸을 꿈꾼다. 그럴 때 인간은 무엇을 할까. 우선 종교다. 이승의 유한함에 대한 불안은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안받는다. 인간이 육신을 갖고 태어나는 한 이 현상은 영원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예술이 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생전의 부귀영화보다 사후의 영광을 위해 기꺼이 고난의 길을 간다. 육신은 사라지지만 예술은 남는다. 일종의 문화적, 역사적 영생이다.(황두진 건축가, ‘서울신문’ 칼럼 중)
▶ “점심이 늦었네. 이리 와요, 오늘도 나하고 같이 먹으면 되겠어.” 시장 초입에서 해산물 가게를 하는 아주머니가 저쪽 테이블에서 나를 불렀다. (중략) 분분한 고함들이 죄다 싫은 날, 이만큼 살고도 외면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 슬퍼지는 날, 이렇게 우연한 만남과 온기마저 없다면 사는 건 얼마나 쓸쓸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졌을까. 횡단보도를 건너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할 일은 꽃게탕을 맛있게 끓이는 것이다. 푸짐한 저녁상으로 귀한 친구들을 기쁘게 하는 것, 이보다 중한 게 대관절 무엇이겠냐고 말이다.(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누군가는 휴식을 위해, 누군가는 미지의 세계를 확인하는 새로운 배움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모두 원하는 바는 달라도 본질적으로 여행은 내가 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장소와 사람과 문화를 ‘만나는’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코로나19로 모든 여행이 조심스러워진 상황 속에서 여행에세이를 통해 떠남과 만남에 대해 사유하며, 또 다른 삶과 세상을 생각해본다.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철학으로 유명한 우리시대 대표 건축가 승효상.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작가
덕수궁은 시대를 거치며 왕족의 사저에서 행궁으로, 광복 후에는 사적으로 지정됐고, 지금은 빌딩 속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근대식 전각과 서양식 정원 등 중세와 근대가 한데 어우러진 덕수궁은 그 정원도 중세와 근대, 동양의 풍수지리와 서양식 정원 구성이 조화롭다.시대의 흐름과 함께해 온 덕수궁에서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우리 시대 정원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는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함께 ‘덕수궁 프로젝트 2021: 상상의 정원’을 기획했다. 11월 28일까지 덕수궁
▶ 이 거대한 생명체의 생애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마치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에 출현하고 셋방살이하는 티끌 같은 존재다. 이 티끌 같은 존재가 오만방자한 폭력을 행사하여 우리를 낳고 키워준 어머니 같은 지구의 온몸에 시퍼런 멍이 들게 하였다. 우리는 생명체들만이 아니라 비생명체들에 대해서도 각 존재의 고유한 역할과 가치를 인지하고 존중할 줄 아는 생태인지 감수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것이 우주와 함께 사는 길이다.(강우일 베드로 주교, ‘한겨레’ 칼럼 중)
여행은 익숙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출구이다. 휴양과 관광을 넘어 역사적인 현장을 찾아 체험함으로서 반성과 교훈을 얻는 체험관광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젊은이들과 자녀를 둔 가족에게도 군산은 새로운 여행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군산. 수탈의 아픔을 극복하며 더 단단해진 현장, 근대를 체험할 수 있는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서해바다와 금강이 만나는 항구도시서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전북 군산. 이곳은 조선시대 서해바다와 금
경험을 통해 스스로 가짜와 진짜를 알아보는 눈을 갖는 일은 어떤 조언보다 값지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판단력을 갖게 된 사람은 남을 의심하거나 절망하느라 삶을 낭비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그 길에 이르는 과정을 섣부른 충고나 설익은 지혜로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 경험하지 않고 얻은 해답은 펼쳐지지 않은 날개와 같다. 삶의 문제는 삶으로 풀어야 한다.(‘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더숲)
▶ 나도 시골에서 어울려 살고 있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다시 시골로 오니 사람들이 훨씬 가까워졌다. 집집의 살림 사는 소리가 돌담을 넘어온다. 아울러 인심도 넘어온다. 물론 나도 인심을 살 일도 절로 생각하게 된다. 구순의 할머니는 내일 아침에도 나보다 일찍 일어나셔서 무화과나무 아래서 풀을 뽑거나 호박잎과 콩잎을 따거나 흰 꽃이 지고 있는 깨밭에 나와 계실 것이다. 그러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문태준 시인, ‘중앙일보’ 칼럼 중)
공공시설의 배경음악, 통화연결음 등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소소한 곳곳에 클래식 음악이 녹아들어 있다. 고전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사랑받으며 이제는 우리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클래식 음악. 다가오는 가을, 가슴 가득 낭만을 전해줄 클래식 공연이 우리를 기다린다.# ‘클라라 주미 강&김선욱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예술의전당 콘서트홀, 9월 12일 오후 5시, 14일 오후 7시 반, 15일 오후 7시 반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연주자가 긴밀하게 호흡하는 특징이 강조된 대표적인 바이올린-피아노 듀오 레파토리에 흠
▶ 우리는 돌, 나무, 흙 같은 자연 속의 재료를 가지고 건축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 건축물이 부산물로 만들어 내는 빈 공간 안에서 생활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기 시작하면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그 공간은 또 다시 우리를 만든다. 이처럼 건축물을 만든 사람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공간을 통해서 다른 시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다.(‘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많은 것을 가지면 행복해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한편에는 가진 것, 현실을 떠나 다른 것을 보고 싶다는 충동이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든 쉬이 ‘가진 것’을 버릴 수는 없는 법.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가 “삶 속에서 조금씩 몸의 힘을 빼고, 미련을 내려놓고,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겨라”고 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법정스님 ‘무소유’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뇌하다 진리를 찾아 속가를 떠난 법정스님이 수행 후 출간한 수필집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의 의
‘엄마’와 ‘누나’는 가족구성원을 가리키는 평범한 단어지만 나란히 놓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처럼 아름다운 언어와 선율이 가지는 힘은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저마다의 추억으로 치환된다. 아름다운 선율과 은유적인 시어로 근현대사를 품은 명 가곡들로 우리를 추억 속으로 안내할 음악극 ‘이야기가 흐르는 가곡다방’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린다.옛 추억
무심코 길을 걷다 마주친 들꽃을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작은 생명들은 피고, 지며 생애를 지나간다. 우리나라 문학계의 거대한 기둥인 두 작가, 박완서의 ‘세상에 예쁜 것’과 박경리의 ‘생명의 아픔’을 통해 생명, 살아있으므로 지니는 그 찬란함을 들여다본다.박완서 ‘세상에 예쁜 것’ △할머니는 나의 사소한 질문에 대답할 때도 성의껏 이야기로 대신하셨다. 할머니는 푸성귀를 데치거나 국수를 삶고 난 더운물을 시궁창에 버릴 때도 반드시 큰 소리로 더운물 내
나무들은 가을에 벌써 봄맞이 준비를 합니다. 뜰에 나가서 목련을 보세요. 꼭 꽃봉오리처럼 생긴 작은 돌기들이 달려 있습니다. 겨울눈입니다. 목련의 겨울눈 껍질에는 가느다란 솜털이 잔뜩 달려 있습니다. 이건 뭘 뜻하는 걸까요? 겨울을 났다는 뜻입니다. (중략) 우리는 코로나라는 긴 겨울을 1년 이상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그 겨울도 끄트머리가 보입니다. 우리도 목련처럼 봄을 맞을 자격이 있습니다. 겨울눈에서 꽃망울을 터뜨려야죠.(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한국일보’ 칼럼 중)
봄이 왔다.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초원을 보며 우리의 감각은 대지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봄바람을 만끽하며 선 두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고 어깨와 팔을 타고 선율이 흐른다. 단단한 발끝과 섬세한 손끝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몸짓으로 인간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는 발레로 봄을 맞이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로 낭만과 정열이 춤추는 세상으로 들어간다.‘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과 배신, 욕망을 펼쳐낸다. 120여 명의 무용수,
“아침보다 장엄한 석양의 태양”다시 봄을 향한다. 그래도 사방은 막혀 있다. 여기에 창을 낸다. 책을 통해 세상 밖을 본다. 그 책이라는 창으로 호흡을 한다. 은 새로운 기획 ‘독서-책 속으로’를 시작한다. 이 기획은, 책의 겉을 읽지 않고 속을 들여다 본다. 함께 읽으며 세상과 우리를 살핀다. 거기에서 다른 미래를, 거기에서 환하게 열리는 내 안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첫 여행은 우리 시대를 오래 살아온 선배 김형석 교수의 ‘백세일기’와 이어령 교수의 ‘한국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 우리는 머잖아 겨울 공터에 홀로 서 있던 눈사람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융통성이 없는 겨울날의 일들도 회상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수선화와 매화는 지난 겨울로부터 온 서신(書信)을 우리에게 전해주면서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대한(大寒)의 큰 추위로부터 입춘(立春)의 고운 햇살 속으로 옮겨가는 요즘이다. 우리의 마음도 생활도 봄이 서는 곳으로 조금씩 조금씩 이동해 갔으면 한다.(문태준 시인, ‘중앙일보’ 칼럼 중)
▶ 어떤 경계는 자연이 스스로 정하고, 어떤 경계는 없는데 우리가 만든다. 우리가 설정한 경계는 양쪽의 구별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 구별은 장벽이 된다. 넘어서본 사람만 경계를 만나고, 넘지 않은 사람은 경계를 보지 못한다. 요즘 내가 사는 집에는 문턱이 없고, 방에서 나오다 발가락을 찧을 일도 이제는 없다. 문턱은 조심할 것이 아니라 없애야 할 것이 아닐까. 문턱이 사라지면 발가락을 찧지 않는다.(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경향신문’ 칼럼 중)
우리가 하는 후회 중에는 무언가를 해서 하는 후회보다 하지 않아서 느끼는 게 더 많다. 우리는 늘 뒤로 미룬다. (중략) 마스크를 벗고 나면 환한 미소를 지어 주겠다는 생각보다 마스크 속에서도 눈빛으로 더 환하게 웃어 주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지금 느끼고 지금 보여 줄 수 있는 마음으로 최대한 사랑하고 한껏 기뻐하는 것, 그것은 꼭 ‘나중’이 아닌 ‘지금’ 해도 되는 일이다.(송정림 드라마 작가, ‘서울신문’ 칼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