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 인도 무희들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봄이 왔다.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초원을 보며 우리의 감각은 대지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봄바람을 만끽하며 선 두 다리에는 힘이 들어가고 어깨와 팔을 타고 선율이 흐른다. 단단한 발끝과 섬세한 손끝이 만들어내는 우아한 몸짓으로 인간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는 발레로 봄을 맞이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와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로 낭만과 정열이 춤추는 세상으로 들어간다.

‘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네 명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과 배신, 욕망을 펼쳐낸다. 120여 명의 무용수, 200여벌의 다채로운 의상, 고난도 테크닉과 다양한 캐릭터 등 화려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라 바야데르 1막, 인도의 한 사원. 제례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사원에서 무희 니키아와 연인 솔로르가 남몰래 만나 사랑을 맹세한다. 두 사람은 파드되(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를 펼치며 조심스러운 포옹, 서로에게 완전히 몸을 기대며 환희에 찬 표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2막,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을 축하하는 성대한 연회가 시작된다. 성대한 연회를 장식할 무희들이 등장하고, 황금색으로 점철된 의상과 소품으로 화려함의 정점을 찍는다. 눈부시게 화려한 무대와는 반대로 슬픔과 절망에 빠져드는 니키아와 솔로르의 대조가 강렬하다. 더그만타 국왕은 은밀히 니키아를 죽일 것을 지시하고, 니키아는 꽃바구니에 숨어있던 독사에게 물린다. 제사장은 해독제를 니키아에게 전하려고 하지만 니키아는 망설이는 솔로르를 보며 낙담해 죽고 만다.

3막, 연인을 잃은 솔로르는 큰 절망에 빠진다. 그는 고행 수도승에게 슬픔을 잊을 수 있는 의식을 요청하고 그들의 신성한 춤에 매혹되어 망령의 세계로 빠져든다. 솔로르는 어둠 속에서 니키아의 환영을 본다. 32명의 아름다운 망령들이 차례로 등장해 무대를 가득 메우고 매혹적인 발레 블랑이 펼쳐진다. 이어 무대 중앙으로 니키아와 솔로르가 등장해 파드되를 선보인다. 1막에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따뜻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파드되와는 달리 3막의 파드되는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이 끝내 이뤄지지 못함을 애처롭고도 절실한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어딘가 몽환적이다. 솔로르는 니키아의 망령을 따라 세속을 떠난다.

“봄밤을 장식할 낭만과 웃음”

‘돈키호테’는 스페인 대문호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희극 발레다. 스페인풍의 경쾌한 음악, 무용소들의 쉼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춤과 고난도 테크닉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4월 16일과 17일 경상남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돈키호테 1막 1장. 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기 자신을 기사라고 믿게 된 돈키호테. 그는 환상의 여인 둘네시아를 찾아 시종 산초판자와 세상 밖으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1막 2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 가난한 이발사 바질은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새침하고 사랑스러운 딸 키트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로렌조는 키트리를 멍청한 부자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 때 돈키호테가 나타나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해 춤을 신청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엉뚱한 돈키호테의 행동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2막 1장. 집시의 야영지에서 집시들은 키트리와 바질을 위해 춤을 춘다. 곧이어 돈키호테가 나타나 야영지 주변의 풍차를 보고 둘시네아를 공격하려는 적군의 기사로 착각해 풍차를 향해 덤벼들어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2막 2장. 꿈속 아름다운 요정들이 돈키호테를 반기고, 요정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군무에 이어 한 명씩 무대 중앙으로 나와 고난이도 턴과 점프 등 다채로운 독무를 선보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3막 1장은 선술집 배경. 바질은 키트리와 결혼하지 못한다면 자살하겠다며 단도를 꺼내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키트리는 바질이 죽은 줄 알고 슬픔에 빠지지만 바질이 연기를 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돈키호테에게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 부탁한다. 두 사람을 불쌍하게 여긴 돈키호테는 로렌조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도록 명령한다.

3막 2장. 키트리와 바질의 친구들, 마을 사람들 모두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에스파다와 메르세데스의 매혹적인 춤에 이어 마을 남녀들은 스페인 민속춤인 판당고를 춘다. 높은 점프와 함께 강한 남성미를 뽐내는 투우사의 춤과 화려한 플라멩고의 향연이 이어진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키트리와 바질이 고난이도 동작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파드되를 선보이며 결혼식 피날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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