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이 늦었네. 이리 와요, 오늘도 나하고 같이 먹으면 되겠어.” 시장 초입에서 해산물 가게를 하는 아주머니가 저쪽 테이블에서 나를 불렀다. (중략) 분분한 고함들이 죄다 싫은 날, 이만큼 살고도 외면하고 싶은 것들 투성이라 슬퍼지는 날, 이렇게 우연한 만남과 온기마저 없다면 사는 건 얼마나 쓸쓸하고 무가치하게 여겨졌을까. 횡단보도를 건너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할 일은 꽃게탕을 맛있게 끓이는 것이다. 푸짐한 저녁상으로 귀한 친구들을 기쁘게 하는 것, 이보다 중한 게 대관절 무엇이겠냐고 말이다.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한국일보’ 칼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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