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가득한 인천 서구 가정동의 조용한 주택가. 독립운동가 후손인 양경자 어르신(84세)은 오늘도 옥상에 올라 권순복 보훈섬김이(61세)가 ‘어디쯤 오고 있나’ 내려다 보신다. 일주일에 한 번 권순복 섬김이가 방문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양경자 어르신은 권순복 섬김이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내 얘기도 잘 들어주니 얼마나 좋아. 딸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좋아요. 내 친자식도 아닌데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맛있는 반찬도 만들어주고, 집안 살림도 도와주고,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파릇파릇한 봄나물들이 빼꼼히 얼굴을 들이미는 초봄, 신춘례(57) 섬김이는 장윤근(86) 어르신 댁에 도착하자마자 현관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봄바람을 집안 가득 들인다.서울북부보훈지청 신춘례 섬김이를 맞이하는 장윤근 어르신의 얼굴에도 화색이 돈다. 서울 수락산 아랫자락 위치한 주택, 귀가 조금 불편한 어르신은 섬김이가 방문하는 날에는 미리 시간 맞춰 현관문을 살짝 열어두신다. 혹여나 문을 잠근 채로 깜빡 잠이 들까봐 하는 ‘준비’다.신춘례 섬김이는 집안을 바삐 정리하고, 어르신 옆에 앉아 병원은 잘 다녀오셨는지, 전에 만들어드린 반
임우철 (애국지사)“나라를 지키는 것,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 돌아가도 또 독립운동 결단”“내 나라를 다른 나라에 빼앗겼는데 가만히 있을 국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임우철 애국지사를 만났다. 임 지사는 1941년 일본에서 내선일체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궁성요배의 부당함을 주장하다 체포돼 징역 2년 6월을 살았고, 2001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그렇게 20대 청년이었던 시절, 독립운동을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날, 6·25참전유공자 김윤도(88) 어르신 댁 앞에서 김명숙 섬김이(58)를 만났다. 그는 어르신이 애타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빠른 걸음으로 앞장섰다. 어르신은 문이 열리자마자 섬김이를 환한 얼굴로 반기면서 집을 데워놨다며 얼른 들어오라고 재촉하셨다. 김명숙 섬김이가 일을 마치고 집을 나설 때면 성치 않은 무릎에도 불구하고 그가 점처럼 작게 보일 때까지 밖에 나와 배웅을 하신다.김윤도 어르신은 오늘도 새삼스레 연신 김명숙 섬김이 자랑을 늘어놓는다.“전에 양말이 발목을 죄서 힘들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
동지를 며칠 앞둔 햇빛 가득한 오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사이에 두고 대화중인 신대순 어르신(91) 댁에 들어섰다.“날이 추워서 조금 일찍 준비해 봤지요. 호호.” 홀로 계시는 어르신을 위해 동지 팥죽까지 챙기는 마음 따뜻한 권춘희 섬김이다.섬김이로 활동한지 이제 5년째로 접어든다는 권 섬김이는 ‘초보 섬김이’답지 않게 어르신과 대화도 어색하지 않고, 필요한 일들을 자연스럽게 척척 챙겼다. 알고 보니 그는 지역, 재향군인회, 임시보호소,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해 온 지 20년 가까이 됐다고.“제일 처음으로 나간 곳은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부는 늦가을, 충주 맹기호 어르신 댁에서 그를 만났다. 낙엽이 날리는 스산한 바깥과 달리 정으로 훈훈한 어르신 댁에서는 지난번에 끓여두고 간 된장국에 왜 라면 국물을 부으셨냐는 잔소리가 비집고 나온다. 잔소리가 아주 성가시다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의 어르신과 달리 신용자 섬김이는 어르신의 섭생이 특히 마뜩치 않은 눈치다. “잘 왔어요. 지금 신 선생이 한바탕 나를 타박 중이라오. 허허.”애써 된장국을 끓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서가 아니라, 자주 라면을 끓이시는 어르신의 건강이 염려된 딸 같은 섬김이의 속 깊은 잔소
“우리 이 여사가 신문에 나온다니 내 맘이 참 좋습니다. 우리 이 여사가 얼마나 착하고 좋은 사람인지 몰라요.”벼가 노랗게 익은 논 초입에 자리 잡은 빨간 벽돌집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아흔 살을 바라보고 있는 6·25참전유공자 안진목 어르신이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참 고마운 사람’이라며 칭찬에 바쁘다. 어르신의 칭찬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함박웃음으로 집안을 정돈하던 경기동부보훈지청 이정남 섬김이를 만났다. 섬김이 삼수생…늦어도 ‘모범활동’이 섬김이는 삼수생이다. 섬
동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강릉. 솔향 가득한 도시답게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를 달리다 강릉 올림픽 파크 인근 조용한 주택가에 닿았다.도시가 널찍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참전유공자 최승기 어르신(85) 댁. 오늘은 이곳을 김수정 복지사(45)와 손옥분 보훈섬김이(57)가 함께 찾았다. 환한 미소로 일행을 맞이하는 최승기 어르신은 오랜만에 만난 딸을 보듯 환한 표정에 반가움을 듬뿍 담아 손님을 안내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어르신은 요즘 불편한 몸과 병원에 다녀왔던 이야기에서부터 군대시절의 경험까지 구성지게 얘기를
그야말로 푹푹 찌는 여름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로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 서울시 용산구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송태훈 어르신(87)과 서울지방보훈청 소속 최해숙 섬김이(56)가 자식 이야기, 사는 이야기들을 두런두런 나누고 있다.“말이 통해서 참 좋고,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하니 이보다 좋은 친구가 어디 있겠어요. 내가 아는 최 여사는 경우가 밝고 다정하고 그리고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거든. 최 여사가 오면 혼자 사는 집이 밝아져서 아주 좋아.” 그는 고향 순창에서 지역 치안을 담당하던 남편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기 전까진
문밖으로 새어 나오는 옛날이야기가 구수하다. 현관문을 밀고 들어가 보니 바람 솔솔 불어오는 창가에 앉은 할아버지 한 분이 열여덟 살 적 6·25전쟁 이야기를 엊그제 있었던 일처럼 풀어내고 있다. 청중은 딱 한 사람이다. 얼핏 시아버지와 며느리인가 싶은 이 두 사람은 구순이 넘은 황수갑(92) 어르신과 환갑을 넘긴 이소윤 보훈 섬김이다.보훈섬김이 제도가 틀을 잡고 정착하기 전부터 국가유공자 어르신들 곁에서 그들을 돌봤던 이소윤 섬김이는 올해 64세 정년을 앞두고 있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돌보느라 정작 자신은 나이가 먹는 줄도 몰랐다며
“지난 6월 26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참전용사 추모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 아니다.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 안에 추모의 벽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말씀하신 내용을 전해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지난 6월 29일 이병희(사진, 87, 6·25참전국가유공자) 미국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 대외이사가 추모의 벽설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찾았다.“추모의 벽 건립은 6·25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3만7,000여명의 이름을 새겨 넣는 역사적인 작업입니다. 미국 내 참전용사단체인 한국전참전용
대전 중심부 서쪽을 나지막이 감싸안은 도솔산 아래 한 대학교와 이어진 아파트. 조금 오랜 듯 하지만 깨끗한 외관이 마음을 편안하는 곳이다. 한여름을 향해 달리는 이곳에서 월남전 참전유공자 고인기 어르신(84) 댁에 강정아(48) 보훈섬김이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불편하신데도 어르신의 표정은 그지없이 밝다.“딸도 여럿이고, 대전에 사는 딸도 있지만 이렇게 가깝게 나를 도와주고 함께하는 강 선생이 있어 행복하죠. 자연스럽게 강 선생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밝은 얼굴로 얘기 들어주고 함께 얘기하고&
전주 덕진구 진북동 일대는 해발 109미터의 서산을 품에 안고 있다. 앞뒤로 야트막한 언덕이 언제나 안온하게 삶을 보호하는 곳이다. 그래서 지금도 이 마을은 길을 나서면 언제나 모든 곳이 정원이자 텃밭처럼 느껴지는 곳이다.조금씩 날씨가 더위로 향하는 주말, 조용한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참전유공자 한용석(93) 어르신 댁에 전북동부보훈지청 신순남 섬김이(59)가 들어섰다. 오늘도 한용석 어르신은 아내 설정임 어르신(87)과 함께 따뜻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열어준다. 언제나처럼 깨끗하게 정돈된 집이다.“우리 전주 딸이 왔네. 서울 딸은
완연한 봄기운에 사람도 자연도 생기와 활력을 가득 머금었다. 따뜻한 햇살 눈부신 날에 들어선 김상배 어르신(86) 댁은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리정돈 돼 들어서는 이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낯선 이의 방문이 어색했던 어르신은 보훈섬김이 지원을 한사코 거절하다 1년 전부터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르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묵묵히 청소와 간단한 요리,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 드리는 노명균 섬김이(64) 덕분이었다. 요즘 어르신은 섬김이 방문 날을 기다리고 있다.“내가 귀가 많이 어둡고 눈도 잘 안 보이는데 노 여사가 내 눈도 되
“고생하셨죠. 그래도 이상을 느끼고 바로 병원을 방문해 다행이에요. 이젠 건강을 좀 더 챙기셔야겠어요.”참전유공자 김대근 어르신(85)은 얼마 전 뇌출혈 증세가 있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지 오늘로 1주일째다. 어김없이 찾아온 박혜숙 보훈섬김이(63)와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빠져서 좀 불편해. 오늘도 이렇게 와서 밀린 집안일도 정리를 해주고, 내 안부도 물어봐 주니 참 고맙네.”김대근 어르신에게 박혜숙 섬김이는 ‘어쩌다 행운으로 만난 고마운 사람’이다. 집안일이면 집안일, 간단한 물리치료에서부터 안마까지
오늘은 볕이 좋아 메주를 쑤는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국가유공자 백형근(89) 어르신 부부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덩달아 오늘 찾아온 전미이(50) 보훈섬김이도 메주 쑤는 일손을 도우랴 집안 청소와 반찬 장만하랴 마음이 분주하다. 전남 장성군 남면, 평온한 시골마을에도 메주콩을 삶는 구수한 냄새와 함께 겨울이 지나면 곧 찾아올 새봄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다.전형적인 시골마을 고향집의 앞마당이지만 어르신 부부의 성격만큼 그리고 전미이 섬김이의 섬세한 손길만큼 단정한 집안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월요일 오전이면 이뤄지는 이들의 만남
“조국에 가족을 바친 우리가 이제는 국가로부터 받은 것을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참전국 손자녀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대한민국전몰군경미망인회 강길자 회장이 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신년 포부다. 강 회장은 지난해 5월 회장의 임무를 처음 맡은 후, 미망인회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임직원과 조직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역량을 동원해 미망인회는 가난한 참전국의 후손들 중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초청해 우리의 첨단 의술로 치료해 주는 사업에 역점을 기울이기로 했다. 강
겨울 날씨인가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맑은 날, 파란 대문을 들어서자 어디선가 규칙적인 박수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찾아왔는지도 모른 채 연신 눈을 맞추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이른바 ‘치매 박수’로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두 사람은 경남서부보훈지청 신학금 섬김이와 주추월(77) 어르신이다. “우리 남편 세상 뜨고 더 이상 섬김이가 우리 집에 오지 않게 될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남편이 없어도 나를 보러 계속 와주니 항상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남편도 가고 없는데 금이 마저 없었으면 제가 어찌 살았을까요.”어르신이 ‘금이’라
올해 팔순 나이의 박선민 어르신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사다. 경찰서 환경미화원으로 32년을 꼬박 근무하다 63세에 퇴직한 어르신은 그때부터 펜을 잡고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고등 검정고시 ‘국어’ 한 과목만을 남겨두고 있다.이런 어르신의 뒤에는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며 학업과 생계를 돕는 보훈섬김이가 있다. 대구의 문미경 씨가 그 주인공. 문미경 보훈섬김이는 섬김이로 일하기 전 보훈요양원에서 4년 간 근무했던 베테랑 복지인력이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다 조금이라도 살
초가을이라 날이 제법 쌀쌀한데도 신을순(93) 어르신 댁의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다. 오늘 임경남 보훈섬김이가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가 방문하는 날을 항상 이렇게 기다리신다는 어르신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일주일에 두 번, 당신만을 위한 손님을 맞는다. “딸이 없는 나에게 딸과 진배없어요. 우리 집에 와 주는 것만 해도 정말 좋은데 내 말벗도 해주고, 반찬도 챙겨주고, 예쁜 옷도 사다주면서 아주 세심히 챙겨줘요. 아들만 키워서 느낄 수 없었던 정을 늘그막에 느끼며 삽니다. 내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내 딸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