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혜숙 섬김이가 김대근 어르신과 함께 다리근육을 강화시키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고생하셨죠. 그래도 이상을 느끼고 바로 병원을 방문해 다행이에요. 이젠 건강을 좀 더 챙기셔야겠어요.”

참전유공자 김대근 어르신(85)은 얼마 전 뇌출혈 증세가 있어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지 오늘로 1주일째다. 어김없이 찾아온 박혜숙 보훈섬김이(63)와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몸무게가 10킬로 이상 빠져서 좀 불편해. 오늘도 이렇게 와서 밀린 집안일도 정리를 해주고, 내 안부도 물어봐 주니 참 고맙네.”

김대근 어르신에게 박혜숙 섬김이는 ‘어쩌다 행운으로 만난 고마운 사람’이다. 집안일이면 집안일, 간단한 물리치료에서부터 안마까지 못하는 게 없는 ‘기적의 손’이다. 박혜숙 섬김이를 만나면서 홀로 사는 외로움도, 멀리 있는 딸에 대한 그리움도 이젠 먼 얘기가 됐다.

박혜숙 섬김이는 국가유공자들과의 만남을 행복한 나들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섬긴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그 만남이 만족과 감동으로 이어지면서 느끼는 서로간의 감정적 연대이다. 가족 같은, 식구 같은, 정이 넘치는 만남.

박혜숙 섬김이는 지난 2016년 12월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실에서도 회복실에서도 그는 대상자들 생각이 떠나지 않았단다. 그래서 퇴원 1주일 만에 다시 현장을 찾았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국가유공자들의 표정과 집안의 살림살이들이 그를 누워있게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갑상선 기능이 떨어진데다 수술 후유증도 있으니 많이 힘들었죠. 늘 피곤하다는 신호가 몸으로 느껴졌고요.”

그래도 그는 대상자들과의 만남에서 힘을 얻은 듯하다. 지내놓고 보니 그렇게 움직이는 게 자신을 위해서도 대상자들을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척척박사’ ‘만능 키트’가 없어지면서 대상자들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집안 정리, 반찬 만들기 등 가사 도와드리는 일은 너무 간단한 일이죠. 계절별로 커튼 선풍기를 정리하고, 건강상태를 항상 점검하고, 힘들어 하시면 안마와 마사지까지. 집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을 함께 도와드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케어일지에는 혈압과 당뇨 등 건강 관련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대상자 어르신이 자신의 몸 상황을 잘 모르거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병원 방문도 같이 한다. 딸처럼 부모처럼 증상을 설명하고 정확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본 생활 관리가 필요한 대상자에게는 ‘잔소리꾼’이 된다. 당뇨를 조정해야 하니 과일은 하루에 몇 번 반쪽만 드셔야 한다, 이번에 만들어 드리는 양파와인을 상복하시면 좋다, 약 복용 잊지 않도록 적어드린 대로 반드시 드셔야 한다, 이 정도면 만능 섬김이 평가를 받을 만하다.

물론 그 역시 대상자들과 일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삶의 경륜과 지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인생을 보는 깊은 시각 등.

그래서 그는 이 동행을 통해 함께 배우고 감동하고 반성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이 동행이 따뜻한 것처럼, 함께 가는 이들의 삶도 따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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