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금 섬김이와 주추월 어르신이 서로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있다.

겨울 날씨인가 싶을 정도로 눈부시게 맑은 날, 파란 대문을 들어서자 어디선가 규칙적인 박수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찾아왔는지도 모른 채 연신 눈을 맞추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이른바 ‘치매 박수’로 집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두 사람은 경남서부보훈지청 신학금 섬김이와 주추월(77) 어르신이다.

“우리 남편 세상 뜨고 더 이상 섬김이가 우리 집에 오지 않게 될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남편이 없어도 나를 보러 계속 와주니 항상 고맙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남편도 가고 없는데 금이 마저 없었으면 제가 어찌 살았을까요.”

어르신이 ‘금이’라며 신학금 섬김이를 부르는 호칭이 친근하다. 이 댁은 그가 섬김이 일과 함께 찾기 시작한 것이 만 8년째다. 돌보던 어르신은 지난 가을에 돌아가셨고, 그는 이제 남겨진 주추월 어르신을 살핀다.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 인터넷에 누군가 ‘호스피스 봉사활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적어 둔 글에 마음 깊이 감동 받은 그는 그것이 자신이 평생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정식 교육을 받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호스피스 일이 인연이 돼 지금의 섬김이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그는 섬김이로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행운이었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어르신들을 만나면 그동안 살아오신 이야기, 6·25전쟁 이야기부터 삶의 지혜까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선물들이죠. 이 분들을 보며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도 되고 오히려 제가 큰 도움을 받는 느낌입니다.”

각자 개성이 있고 성향이 다른 어르신들 모두에게 만족과 기쁨을 드리고 싶어 발 마사지, 치매 예방 교육, 색채 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다. 외로운 어르신들이 행여나 잘못된 선택을 하실까 걱정돼 자살 예방 교육까지 받으며 오늘도 돌보는 일에 열심이다.

그는 “어르신들을 대할 때 교감과 경청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전해준다. 그는 이렇게 서로에게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어르신들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해 항상 웃는 낯에 밝은 목소리로 생활하는 그에게 항상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 어르신께 자잘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을 믿어주고 의지하는 다른 어르신들의 위로와 격려가 많은 힘이 됐다.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에 끝이라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저는 어르신들이 아프고 지쳐 저를 떠나갈까 걱정이죠. 나라를 위해서 귀한 일 하신 어르신들인데 우리 섬김이들이 방문하는 곳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곳도 모두 늘 즐겁고 행복한 나날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라며 어르신의 손을 꼭 잡았다. 어르신들이 노환이나 병으로 떠나가는 것이 두려울 뿐 절대 먼저 떠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듯 말하는 그를 바라보는 어르신의 눈가에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다. 맞잡은 두 손에서 피어난 온기가 방안 가득 훈훈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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