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민 어르신이 재가복지를 위해 방문한 문미경 섬김이와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팔순 나이의 박선민 어르신은 이미 동네에 소문이 자자한 유명인사다. 경찰서 환경미화원으로 32년을 꼬박 근무하다 63세에 퇴직한 어르신은 그때부터 펜을 잡고 초등학교 검정고시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고등 검정고시 ‘국어’ 한 과목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런 어르신의 뒤에는 묵묵히 제 할 일을 다 하며 학업과 생계를 돕는 보훈섬김이가 있다. 대구의 문미경 씨가 그 주인공.

문미경 보훈섬김이는 섬김이로 일하기 전 보훈요양원에서 4년 간 근무했던 베테랑 복지인력이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의 마지막 모습을 배웅하다 조금이라도 살 날이 남으신 분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어르신들의 삶과 인생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보훈섬김이에 지원한지 올해로 3년 차. 어르신과의 인연도 벌써 3년이 됐다.

“가사와 생활 도우미, 그리고 말벗 해드리는 일로 생각하고 어르신들을 만났는데, 처음 보자마자 박선민 어르신은 제게 국어 문제를 들고 와 물어보시더군요.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혼자 공부하기 힘들다며, 공부를 가르쳐 줄 사람이 생겼다고 좋아하셨어요.”

이미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내 놓은 그는 공부를 놓은 지 꽤 된지라 어르신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어르신의 적극적이고 절실한 모습에 감명 받아 그자신도 어르신을 위해 한동안 잊고 살았던 공부를 다시 하게 됐다.

어르신은 일주일에 한 번 방문 때마다 공부하다 몰랐던 부분을 모아놨다가 물어보기도 하고, 수시로 전화해 궁금한 것의 답을 찾기도 한다며 그를 바라보며 웃는다.

“내 꿈이 대학교 학생증 하나 갖는 것이거든. 문미경 섬김이가 없었다면 내가 이 공부를 어떻게 계속해 나갔을까 싶어요. 매일같이 전화해서 물어보는데도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받아주고, 포기하지 말고 꼭 대학 가시라고 격려해주고.”

그에게 각별한 정을 느낀 보훈가족은 어르신 뿐이 아니다. 가족마저 믿지 못하고 사시던 분과 3년 만에 모든 걸 믿고 맡길 정도의 사이가 돼 ‘우리 어머니가 덕분에 많이 변하신 것 같다’는 자녀들의 질투어린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었고, 임종하시기 직전 꿈에 나타나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신 분도 계셨다.

그는 오늘도 보훈가족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어르신들의 삶을 밝혀나가고 있다. 그가 짧은 시간 안에 어르신들의 신뢰를 얻는 비결은 ‘표현’과 ‘스킨십’이라고 귀띔하며 웃었다. 사람의 온기가 그 자체로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방문 대상인 모든 어르신들을 품에 꼭 안아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제 자식들도 ‘이 일은 엄마 천직’이라고 할 정도로 저랑 정말 잘 맞아요. 어르신들과 서로 마음을 열고 알아가다 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의 방문이지만 제 스스로가 그 시간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어르신들이 저를 믿고 의지해주시는데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삶에 큰 활력이 됩니다.”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 나누는 둘의 모습이 어쩐지 닮아 있다. 서로를 챙기고 의지하는 모습에서 닮은 외모 안에 더 많이 닮아 있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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