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지천이 단풍이고 낙엽이다.

이 가을,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고 높은 하늘, 점점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구름. 그 아래엔 말로 다할 수 없는 빛깔들이 저마다 자태를 자랑 중이다.

 
만산홍엽(滿山紅葉).

하늘을 이고 서면 그 빛깔은 투명하게 변한다. 자리를 조금 옮겨서면 또 다른 빛이다. 자체로 붉은 빛에서 노랑, 짙은 갈색까지. 같은 사물이 이렇게 다른 빛으로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다니.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맞는 단풍 세상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설악산.

10월 중순에 벌써 눈이 내렸다. 산 정상엔 하얀 고깔을 눌러쓰듯 겨울 준비가 한창이고, 그 아래는 단풍이 화려하다. 설악동 아래의 단풍구경에 나선 여행객들의 가슴이 다시 설렌다.

설악동을 출발해 걷다 보면 조금씩 나무들이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조금 오르면 시원하게 내리쏟아지는 물길을 만난다.

 
푸른 물길에 비친 단풍잎과 물길 옆으로 비켜선 단풍잎이 모두 하나가 된 듯, 단풍세상을 이끈다.

지금 나서면, 어디서든 단풍과 낙엽을 만날 수 있다. 서울이든 도심이든 지방 어디든. 한 해 간난의 세월을 견디며 세상을 밝히는 단풍에서 우리는 인생을 본다.

내 삶을 태워 가을의 절정으로 일어서는 화려한 자연의 조화.세상과 만나며 이해하며 고개 끄덕이게 하는 이 가을의 낙엽과 단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지혜를 얻는다.


<지역현충시설>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비

▲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비
설악동을 출발해 비선대로 가다 2.4km 지점에서 길가 오른쪽으로 간결한 선이 돋보이는 하얀 비가 눈에 띈다. 1965년 세워진 ‘이름 모를 자유용사의 비’다.

“지금은 자유의 땅 여기 님들이 고이 쉬는 설악에 영광의 탑은 높이 섰나니 아아 붉은 원수들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던 날 조국의 이름으로 최후까지 싸우다가 꽃잎처럼 흩어진 수많은 영들 호국의 신이여 님들의 이름도 계급도 군번도 누구 하나 아는 이 없어도 그 불멸의 충혼은 겨레의 가슴 깊이 새겨져 길이 빛나리라 천추에 부를 님들의 만세여 언제나 푸른 동해물처럼 영영 무궁할지어다.”

전쟁 끝난 후 12년 차. 당시 육군참모총장 김용배 장군이 쓴 휘호에 시인이었던 38사단장 장호강 장군이 시를 써 세웠다.

설악의 기상을 담은 곳에 세워진 ‘용사의 비’. 참전장병들 외에도 군번 없는 학도결사대, 호림부대 등의 순국장병들을 추모하는 상징물이다.해마다 6월이면 지역의 참전유공자들이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갖고 이들을 그리워하며 설악에 잠든 영혼을 위로한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