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에는 저녁노을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은 푸른 절벽에 기대어 자고
별빛 달빛 아래 금빛 파도 너울진다

퇴계 이황이 저녁노을로 물든 도담삼봉을 지켜보고 있다. 도담에 떠오른 세 봉우리와 별빛 달빛이 흐르고 금빛 파도가 함께 흔들린다. 이 광경 앞에선 이황의 마음마저 어찌 흔들리지 않을 것인가. ‘도담삼봉’을 노래한 그 자리에는 신선도 함께 노니고 있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도담삼봉에서 우리는 한켠으로 비켜서 삼봉의 절경과 이황 선생의 자취를 함께 느낀다. 단양의 빼어난 풍광을 사랑해 자청해서 단양군수로 부임하기도 했던 선생의 혜안이 이곳에서 빛나고 있다. 선생은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은 도담삼봉의 아름다운 자연의 자태를 쉼없이 노래했다.

물론 도담삼봉을 그리거나 노래한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황준량, 홍이상, 김정희, 김홍도, 이방운 등등. 특히 그림으로 그린 도담삼봉은 선 자리에 따라,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긴 하지만 그 모습이 거의 실제 모양에 가깝게 묘사돼 있다. 그만큼 세 봉우리의 위치와 크기와 모양과 배치가 완벽하다는 뜻일게다.

푸른 강물 위에 선 기암괴석 세 봉우리. 가운데 우뚝 선 중봉은 주봉으로 장군처럼 힘과 위세를 갖고 있다. 남봉은 교태어린 여인에 비유되어 첩봉이나 딸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봉은 이를 외면하던 시선을 조금 달리하는 모양으로 처봉 혹은 아들봉으로 불린다.

셋 다 남쪽으로 비스듬이 기울어 선 모습. 중봉에는 삼도정(三嶋亭)이라 불리는 육각 정자가 마지막 방점을 찍듯 경관미를 더해준다. 1766년 이래 여러 이름으로 정자가 세워졌다 다시 지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름도 모양도 달리했지만 250여년 간 제 모습과 크기와 조화를 찾아 오늘에야 완성된 셈이다.

과거 남한강의 수운이 번창하던 시절, 소금배와 뗏목들로 넘쳐나며 경제적 동맥 역할을 하고 그 지킴이로 섰던 도담삼봉. 이제는 봉우리 오른쪽을 멀리 지나가는 도로와 새로 들어선 아파트 등으로 주변 기운은 많아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하늘과 물과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확인하고, 옛 선비들의 풍류를 느끼기에 충분한 모양이다.

손에 잡힐 듯 우리 앞에 선 도담삼봉은, 세월의 무게를 얹은 채 우리 인생의 달라지는 빛깔을 계절과 함께 빛나게 반영하고 있다.


 
<지역현충시설> 호국참전유공자기념탑

단양의 주요 관청들이 들어선 별곡리 인근의 대성산. 삼림욕장으로 조성된 대성산 언덕에서 단양 지역 전체를 안 듯이 들어선 것이 ‘호국참전유공자기념탑’이다.

지난 2005년 건립된 기념탑은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단양군 출신 참전유공자의 명예를 선양하고 호국정신을 상기하기 위해 세워졌다.

호국보검과 유람선을 형상화해 설계된 기념탑은 미래를 밝히는 투혼의 불꽃을 상징한다. 기념탑 좌·우에 위치한 국군과 어린이 동상은 호국의지와 희망찬 미래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념탑 뒤편 석판에는 이 지역 참전용사 496명의 명단을 각인해 나라를 지킨 참전유공자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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