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는 국정비전으로 “국민 행복, 희망의 시대”를 제시했다. 세월이 유수와 같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첫 해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남은 임기 4년의 국정운영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국가보훈업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대와 정부에 적합한 그림을 제시하여 국가보훈의 업무가 국정운영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주어진 기회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직에게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맡은 바의 소임을 달성하는데 꼭 필요한 활력소가 되기 때문이다.

먼저,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국가보훈 업무영역의 분명한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업무영역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의 고민보다는 무슨 일이 적합한 일인가를 국가보훈의 사명에서부터 찾는 노력이 요구된다.

발상을 전환한다는 것은 생각의 틀을 바꾸어 본다는 것이다. 이럴 때,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국가보훈의 영역에서 발상의 전환은 현재의 업무를 과감히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그 출발점으로 할 때 가능해 진다.

국가위한 사랑·희생 발현되도록국가보훈처는 보훈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들에 보상금이나 혜택을 마련해주는 업무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기존의 관행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국가보훈은 보상금의 지급이나 혜택의 마련 등과 같은 집행적인 업무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정책집행의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국가보훈처가 주관해온 대부분의 업무는 보훈대상자들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존재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이다. 특별한 기획이 필요 없이 사전에 잘 짜여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되는 일들이다.

이러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국가보훈처가 역량을 소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국가보훈은 국가의 존재에 관한 정책을 기획하고 국정운영이 국가의 존재와 결부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를 해야 된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공헌한 자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접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구성원들이 대한민국의 존재와 위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된다는 것이다.

보훈선양정책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나라사랑정책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에 대한 사랑과 아낌없는 희생이 그야말로 자발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책기획의 기능이며 국가보훈처가 역량을 결집해야 할 분야이다.

국가보훈처는 국정의 축이나 기능에서도 정부의 업무가 국가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국가의 존재를 위한 정책이 되도록 정책적 자문을 해야 한다.

예컨대 초·중등교육으로 대표되는 공교육의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가보훈처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보훈처가 현재에도 성실히 수행 중인 이러한 역할은 부처 위상의 격상이라는 획기적인 중심이동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만 국가보훈처가 올바른 국가의 미래를 설정하는 정책기획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역사교육을 들 수 있다. 어떻게 역사를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교육관계자의 몫이다. 그러나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하는가를 보훈처가 고민하고 해답을 제시하여야 한다.

역사는 국가의 어제이기는 하나 오늘을 있게 한 바탕이며 또한 국가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의 모토가 그냥 그렇게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는 분명히 인식하여야 한다.

정책부서인 장관 부처로 승격해야이렇듯, 국내외적 정책환경의 변화와 정책기능의 요구를 반영하여 집권 2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이번 상반기 중에라도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장관부처로 격상하여야 한다.

정부조직의 위상과 기능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해선 어느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차관급의 부서가 국가의 상징정책을 결정하고 장관급 부처에 국가상징의 중요성을 정책의 과정에 반영하라고 요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국무회의에 주도적인 발언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배석하는 수준의 지위만 주어져 있는 보훈처장이, 장관급으로 운영되는 타 부처의 정책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사사건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교통정리를 하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다.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고행이며 조직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확인해 왔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더 확실히하고, 국가의 정체성 확보를 위해서도 국가보훈처의 위상은 정책부처인 장관 부처로 승격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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