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과 통일의 자리를 노래하라

두 사람이 하염없이 걷는다. 디엠지(DMZ, 비무장 지대) 인근이다.

두 사람을 배경으로 농로가 이어지고, 작은 아스팔트길이 나타나다, 다시 시원한 초록의 들판도 지나간다. 군부대의 표지판도 가끔씩 드러내며 지역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닿을 듯 닿을 듯한 손을 끝내 잡지 못하고 영상은 마무리된다. 평온함과 긴장감이 이어지는 길은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한다. 고영택의 ‘산책’이라는 작품이다.

서울 아트선재센터는 오는 29일까지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REAL DMZ PROJECT 2015)’를 개최하고 있다.

2012년 첫 전시 이후 올해 4회째를 맞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는 강원도 철원 동송 시내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전시에 앞서 철원 동송 시내에서 열흘간 진행되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5: 동송세월(同送歲月)’전에서는, 민간인통제선 안팎의 접근이 제한된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프로젝트와는 달리 비교적 접근이 용이하고 상업 및 문화시설이 밀집한 시내로 전시 대상지를 넓히면서 지역주민과의 친밀한 소통을 시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다시 서울로 확장돼,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삶, 그리고 긴장과 일상이 공존하는 접경지대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서울로 자리를 옮겨왔다. 이를 위해 기획자와 참여 작가들은 철원 디엠지 접경지역과 서울의 미술관이라는 상이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관람객, 그리고 일상 공간과 공적 공간 등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 전시를 구상했다.

이번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전시는 DMZ의 장소성, 역사성 등을 장기간 연구하거나 접경지역의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면서 동시대 미술이 어떻게 개입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온 국내외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시장뿐만 아니라 미술관 내외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화, 사진, 영상, 사운드, 장소특정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들을 소개한다. 한옥 앞 야외에서는 건축가 김동세와 미술가 정소영이 철원의 버스 터미널과 성당 마당에 각각 설치했던 한 쌍의 ‘터미널’을 새로운 조합과 설치 방식으로 선보인다. 미술관 정원 내에 있는 한옥에서는 김지평이 철원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곳의 경치로 일컬어지는 ‘철원팔경’을 새롭게 해석한 병풍 형식의 회화 및 영상 작업을 설치한다. 그리고 1층 라운지 공간에는 영상 매체를 통해 실제와 가상의 상황들을 오가며 DMZ를 다루는 다양한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 디엠지(DMZ)와 그 접경지역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하는 동시대 미술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비무장 지대의 역설적 상황과 그 역사가 내비치는 문제 의식으로 시작해 '참된' 비무장의 의미를 고찰하고자 기획됐다.

이는 프로덕션, 전시뿐만 아니라 포럼, 지역 리서치, 컨퍼런스, 출판 등 인문 사회 과학 분야의 조사와 연구를 지속하고, 이 조사와 연구를 모아 공유할 수 있는 아카이빙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하는 장기적 비전의 프로젝트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종로수 소격동(북촌) 아트선재센터.

김도희 무한철책. 64분 영상(위). 김경호 17-jul-2015, 사진과 2분 30초 영상(가운데). 아래는 리얼디엠지가 열리고 있는 선재미술관 1층 전시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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