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한 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광복 70년, 한국은 6·25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국 중 민주화와 시장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거의 유일한 국가에 해당한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구조적인 경제위기와 상시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3대 세습에 이르는 독재와 가혹한 인권탄압으로 북한은 전 세계에 불량국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광복 70년, 남북한의 자화상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성공적인 발전의 이면에는 분단체제라는 구조적인 제약이 자리 잡고 있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는 매년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

남남갈등을 포함하여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사회갈등 구조 역시 분단체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게다가 그 동안 한국의 발전을 책임졌던 성장모델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다. 청년세대는 심각한 실업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령인구들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로 대륙의 정체성 회복 가능

그런 면에서 답은 바로 통일이며, 따라서 ‘통일대박론’은 허구가 아니다. 중국경제의 발전을 토대로 유라시아 대륙은 역동적인 변화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아시아 대륙의 각국과 고속도로와 고속철로 연계하는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미 유럽까지 운행 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극동개발을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신동방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 시베리아와 극동의 풍부한 지하자원의 수출을 확대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한 물류체계의 활성화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가스관과 철도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요하다.

‘유라시아 대륙’의 개념은 유럽과 아시아를 합친 개념이다. 이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이 지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국가발전 전략은 모두 한반도라는 출구를 필요로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바로 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륙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은 국가의 완성과 아울러 새로운 국가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륙의 주변부였던 지난 5000년과 달리 한국은 거대한 유라시아 문명권과 태평양 문명권을 연계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다. 남북이 통일될 경우 유라시아와 태평양의 문물은 한반도라는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각국을 고속도로로 연결하는 야심찬 ‘아시안 하이웨이’ 계획의 출발점이 바로 부산이며, 경부고속도로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 이라는 명칭을 부여받고 있다.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계하는 허브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적 이익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70주년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밝혔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확고한 응징의사를 밝혔지만 최근 북한의 DMZ 지뢰도발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북한에 대해 협력과 대화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진정한 광복일 수 없으며, 엄밀한 의미에서 민족국가의 완성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프로세스로 북 변화 유도해야

통일은 선택이 아니며, 우리 시대에 반드시 실현해야할 과제이다. 통일을 통해서 분단으로 인해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분단비용을 해소함과 아울러 새로운 국가발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70년간 분단으로 인해 한국의 대외교역은 오로지 해운과 항공을 통해서만 가능했으며, 대륙국가이면서도 섬과 같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통일이 되면 서울에서 출발한 화물열차는 유럽의 끝까지 단숨에 도달한다. 철도운송은 해운에 비해서 시간과 비용 등 모든 면에서 경제적임은 물론, 그 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지하자원 시장과도 직접적인 교류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중국의 동북3성 개발과 러시아의 시베리아 극동개발, 그리고 북한 지역 재건사업의 융합될 경우 동북아는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계하는 한반도는 역동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에 대한 여건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통일보다 체제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며,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 통일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통일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이다. 광복 70년 동안 우리가 이룩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민족분단이라는 비정상성을 해소하고 진정한 국가완성과 아울러 21세기 새로운 국가발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강력한 안보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도 통일을 위한 협력과 대화의 길로 북한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진정한 신뢰프로세스는 ‘변화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 통일은 21세기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결정적 계기이며, 통일한국은 선진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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