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니서, 유선사, 2014~2015, 가변설치 빨대구름, 25x5m, 장판지 200장, 플라스틱 빨대, 실리콘 줄.
더위가 본격 시작되고, 지루한 장마가 이어지는 날씨. 도심의 현대미술관에서 만나는 설치미술로 지친 심신을 달래보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5 현장제작설치 프로젝트 ‘인터플레이 Interplay’전을 8월 23일까지 열고 있다.

시각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상호 교차로 재구성해 관람객에게 보다 확장된 감각을 제공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 건축, 디자인, 테크놀로지 등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며 활동하는 국내외 작가 3인과 1팀의 설치작업이다.

참여 작가는 다양한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적 인지도를 획득하고 있는 아바프(avaf, Assumed Vivid Astro Focus), 로스 매닝(Ross Manning), 지니서, 오마키 신지다. 이들은 팝적인 패턴의 원색 이미지 벽지와 네온(아바프), 빛의 궤적을 허공에 그리는 키네틱 조각(로스 매닝), 플라스틱 빨대와 한지로 연출한 산수화 풍경(지니서), 공기처럼 부드러운 백색 매듭으로 구성된 명상적 공간(오마키 신지)을 각각 선보인다.

전시장 첫 번째 방에는 자신들을 ‘호모 바이러스 사피엔스’라 칭하는 2인조 그룹 아바프의 작업이 설치된다. 대중매체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무수히 반복 프린트한 벽지와 네온 설치작업은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고 그들을 몽환적인 이미지 체험으로 초대한다. 화려한 이미지 패턴으로 관람객을 현혹시키지만 작가가 전염시키고자 하는 것은 문화, 정치, 성, 국가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태도이다.

한 때 TV 수리공이기도 했던 호주작가 로스 매닝은 ‘스펙트라’를 선보인다. 스펙트럼의 복수형을 제목으로 하는 이 작업은 형광등, 모터 팬, 전선 등 일상의 흔한 사물들로 제작된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이다. 빛의 3요소인 빨강(R), 초록(G), 파랑(B)에 노랑을 더한 형광등은 끝에 달린 모터 팬으로 작동되며 임의적인 회전을 통해 아름다운 형광색의 향연 등 다채로운 빛의 합성을 보여준다.

지니서의 ‘유선사’는 조선 중기 문인화가 강희안의 산수화와 비운의 여성시인 허난설헌의 시에 나타난 도교적 예술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유기적 형태의 설치작품이다. 작가는 수천 개의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하여 구름에 쌓인 산과 같은 매트릭스 구조를 전시장 상부에 설치하고, 전시장 바닥에는 전통 장판지와 한지를 이용하여 바위와 호수를 연출한다.

관객은 입체화된 동양화 풍경 속의 일부가 되어 이 세상과 다른 선계 속 풍경을 산책할 것이다. 선종 철학 개념과 자연 현상을 교차시키는 오마키 신지의 ‘리미널 에어-디센드’는 높은 대기의 공기가 하강하는 모습이나 구름이 소멸되기 직전의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전시 공간에는 일본 전통 매듭방식으로 제작된 11만개, 350km에 달하는 백색 끈이 서로 다른 길이로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관람객이 이 작품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마치 미지의 시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벽지, 형광등, 빨대, 끈 등 일상품으로 제작된 작품을 관람하고 그것의 일부가 되는 관계와 교감의 상호작용(Interplay)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8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창경궁 맞은 편 소재).

▲ 스펙트라 더블, 2015, 컬러형광등, 모터 팬.
▲ 아바프, 2015, 월페이퍼 10점, 영상, 네온,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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