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근(정치학박사,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한미 양국 외무 장관은 한미방위 조약에 조인, 두 나라는 동맹국이 됐다. 62년이 돼가는 현재도 한미동맹이 건강하게 지속되고 있으니 한미동맹은 가히 동맹의 역사에 나타나는 몇 안 되는 역사 깊은 모범적 동맹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물론 한국 국회는 한미방위조약의 마지막 조항인 제 6조의 두 번째 문장, 즉 동맹의 종료에 관한 조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의 수정을 요구했다.
한미상호방위 조약 제 6조는 한미 방위조약은 영원히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어느 일방이라도 한미상호방위 조약의 종료를 원하는 경우 ‘상대방에 통보하면 1년 후 동맹은 자동 종료 된다’고 돼 있다. 이 문장 때문에 한국 국회는 조약의 비중을 미루면서 수정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았다. 결국 한국 국회는 조인 후 1년도 더 지난 1954년 11월 18일 이 조약을 비준 했고, 그날부터 한미관계는 공식적으로 동맹 관계가 됐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두 나라가 ‘긴밀한’ 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 해왔다는 것은 국제정치 역사에 흔히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미동맹을 체결 할 당시, 한편 즉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고, 다른 한편 즉 대한민국은 한국 전쟁의 파괴로부터 아직 벗어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던 폐허의 나라, 세계에서 제일 가난하고 약한 나라였다. 이처럼 격이 맞지 않는 두 나라가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한 이승만 대통령이 “외교의 신”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지난 60년 이상 한미동맹은 원하던 목적 이상을 달성했다. 한미동맹의 첫 번째 목적은 북한의 전쟁 재도발을 막는 일이었다. 그동안 북한 도발로 인해 수많은 대소규모 분쟁이 발생했지만, 그중 어떤 분쟁도 전쟁으로 비화되지 않았다. 한미동맹에 의거, 한국영토에 미국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상 북한은 도무지 일정 규모 이상의 도발과 전쟁을 일으킬 수 없었다. 초강대국 미국과 싸운다는 것은 곧 자살이나 마찬가지 행위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미동맹은 동맹의 1차 목적인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두 번째 목적은 미국의 대전략과 연계되는 것으로서 국제공산주의 즉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이 보기에는 소련을 견제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전략의 최전선에서 공산주의의 팽창을 막는 일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소련과 더불어 공산주의는 몰락하고 말았고 미국과 한국이 속해 있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승리를 거둔 것이다. 미국은 소련을 제압, 냉전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한미동맹은 냉전의 승리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한미동맹을 통해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본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결과론적으로 더 큰 부수적인 이익을 얻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하위의 빈곤국으로부터 단 40~50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한국은 훨씬 더 많은 국가예산을 국방비로 투자해야 했을 것이며, 한국의 젊은이들은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군대에서 복무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럴 경우 오늘과 같은 눈부신 경제 발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보장해 주는 동시에 경제발전도 가능하게 해 주었던 대한민국의 최고의 안전장치였다.

이토록 우리나라에 도움이 된 한미동맹은 지금 현재도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은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은 지금 이 순간도 지난 60여 년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국력이 많이 성장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미국이 빠져 준다면, 한국과 전쟁을 벌여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015년을 맞이한 김정은은 금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통일을 위해 큰 전쟁(大戰)을 일으키겠다는 말이다.

2015년이 시작된 후, 거의 절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김정은은 대전은커녕 소규모 도발도 자제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이 대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보인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대전을 도발할 경우 김정은은 대한민국 국군뿐만 아니라 거의 70만으로 증원될 미국군과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군 사령관이 전체 지휘를 담당하는 구조로 돼있다. 평시에는 한국군과 미국이 각각 자국 사령관의 작전지휘를 받지만 북한이 전쟁을 개시할 경우 미군 사령관이 한미양국군 전체의 작전 통제권을 가지도록 돼있는 구조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감히 도발하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최고의 전쟁억지 장치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한미동맹의 파탄과 주한미군의 철수를 북한 대남 전략의 궁극적 목표로 삼고, 집요한 노력을 전개해 온 것이다. 그것이 비록 환상에 불과할 지라도 북한은 한미동맹을 종료시킨다거나 혹은 최소한 주한미군을 철수 시킨다면 한국과 한판 붙어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현재도 전쟁의 억제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심리적 안전장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중이다. 김정은의 막무가내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인 한미동맹을 강력하게 지속시켜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의 한미동맹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김정은을 자제시킨다는 전쟁 억제 기능은 물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보장해 준다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사실 한미동맹이 체결될 당시 대한민국은 지켜야할 돈이 없었다. 그러나 한미동맹 덕택에 현재 한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의 재산을 지키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어느 때 보다도 더욱 막강한 국가안보 능력이 요구된다.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불안정한 지역에 돈을 투자하고 공장을 지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국가안보가 필수적인 일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북한이라는 호전적인 집단 때문에 아직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응당 받아야 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뜻의 용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라는 말이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더 이상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방지해 주는 결정적인 안전장치다.

대한민국을 위해 이처럼 막대한 역할을 해 주고 있는 한미동맹은 반드시 유지 강화돼야 한다. 좋은 것을 유지,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동맹의 건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나라의 일부 세력들은 한미동맹을 파탄시키기 우해 우회전술을 쓰고 있다. 즉 이들은 한미동맹 해체를 직접 요구하는 대신 반일(反日), 친중(親中)의 전술을 기묘하게 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지속적으로 반목할 경우 한미, 미일 동맹은 결국 약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일 3국으로 연계되는 동맹에 문제가 생길 경우, 최악의 경우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을 택할지 모른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여러 측면에서 갈등을 벌이는 요즈음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보다는 오히려 중국과 가까운 나라처럼 보이는 것 역시 한미동맹의 안정적 발전에 심각한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도가 넘는 반일, 친중은 대한민국의 삶과 죽음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다시 막강한 강대국으로 국력이 회복되고 있는 미국 사회 일각에서 미국은 국제문제에 손을 떼라는 목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고 있다. 현재도 과거처럼 대한미국의 안정과 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한미동맹은 앞으로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유지하려고 노력해야만 할 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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