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에서 미국은 한국의 평화와 번영, 민주주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미국은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부터 근대국가 건설, 한국전쟁 참여 및 구호, 북한의 침략 가능성으로부터 보호, 압축적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미동맹은 외적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은 중국, 일본이라는 거대한 경쟁국가 사이에 있는 전형적 완충국가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이 두 경쟁국 사이에서 안보 딜레마 상황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북한 문제’는 한국에 매우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이라는 두 거대한 경쟁 국가들 사이에서 완충국가로서 살아남고, 북한문제의 극복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미동맹을 통한 외적 균형(external balancing)을 통해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한국은 국내적 권력자원에 의지한 내적 균형(internal balancing)만으로 중국, 일본과 균형을 이뤄낼 수 없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한국의 힘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따라서 한국은 외국과의 군사 동맹, 전략적 협력, 경제교류를 통해 외적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외적 균형이란 완충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동맹 형성을 통해 외부 권력의 자원을 동원하여 균형을 이룸으로써 경쟁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균형전략이다.

그런데 왜 외적 균형을 마련해줄 동맹 대상이 미국인가? 미국은 19세기의 유럽 제국주의 국가와 비교할 때 탈영토적 제국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 제국은 ‘제국의 근거지’로 전 세계적으로 700~1,000개의 군사적 근거지가 있지만, 이는 해외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 군사적 협력, 미국의 안보 동맹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한 군사적 네트워크의 노드(node)이다. 한미동맹의 소망성(desirability)은 탈영토적 제국인 미국과의 동맹을 통하여 지난 60년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 것과 같이 21세기 세계화 시대에도 한반도의 자유, 평화,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전략이라는데 있다.

냉전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냉전기 동북아시아 지역 내 질서는 유일한 허브(hub)로서 미국과 다수의 스포크(spokes)로서 동아시아 동맹국가들로 구성된 수직적 일방주의였다. 특히 한국은 북한, 중국, 일본과 경쟁하는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외적균형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한미동맹을 활용해왔다.

한미동맹이 재충전되고 재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첫째, 미국의 일극 헤게모니가 예측 가능한 미래에 지속될 것이 확실한 시대에 한국의 바람직한 국가전략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동북아시아 내 다자간 안보협력이 형성될 것이라는 희망이 만연했으나 9•11테러는 탈냉전 시기에 국제평화와 번영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종지부를 찍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헤게모니를 더욱 강화했다. 최근 G2로 부상하여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이익이 상호 충돌하는 지정학적 구조에서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봉쇄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둘째, 강력한 한미동맹은 중국에 의한 새로운 동아시아 질서 형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 간의 역사적 적대와 경쟁을 고려하면 미일동맹 대 중국 구조가 이미 출현하고 있으며, 한국은 미일동맹 또는 중국 중 어느 한편에 설 것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에게 가장 바람직한 전략은 미일동맹이나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강화된 한미동맹은 지역 헤게모니로서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고 동시에 일본의 재무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강력한 국방력은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미국의 안보우산에 편승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자주국방은 한국을 위한 최선의 안보딜레마 해결 전략이다.

셋째, 강력한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해 효과적인 개입정책을 추구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북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에 대한 경제원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진 미국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북한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남북 간 협력, 즉 민족공조는 한미 간 공조가 전제되어야만 이뤄질 수 있으며 한반도 평화 보장이라는 국제공조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넷째, 강력한 한미동맹은 중일 간 평화를 매개하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는 데 있어 한국이 가교국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해줄 수 있다. 중일 간 분쟁이 발생할 때, 미국의 군사적 보장이 없다면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없다.

다섯째, 한미동맹 강화는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 이후에도 미국이 남북관계 호전과 동북아시아 평화와 번영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수직적 양자주의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북한은 남한이 미국의 지지를 받을 때에만 남한을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받아들일 것이고, 미국이 남한을 완전히 신뢰하고 뒷받침하고 있음을 북한이 신뢰하게 될 때에 비로소 남북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만약에 남한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북한이 생각하게 될 경우,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하려고 하기 보다 미국과 직접적인 양자 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냉전 이후로 북한이 반복해오던 행동이다.

여섯째,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는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통일된 한국에서 주한미군은 북쪽 국경에서 중국의 위협을 억지할 수 있고, 한일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그리스와 터키, 이스라엘과 이집트 관계에서 미군의 역할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과 일본처럼 분쟁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미군을 유지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을 각 국가에서 유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일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도 한미동맹이 한국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중추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동맹의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한미동맹을 기존의 북한의 위협에 대한 저지 수단, 중국에 대항한 안보 수단으로서의 ‘위협에 기반한’ 동맹에서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에 기반한’ 동맹이 되어야‘하고, 21세기 양국의 국가 전략과 비전에 적합하도록 재편된 목표와 비전을 가진 포괄적 동맹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은 앞으로 동북아의 다자간 안보 레짐을 확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다자간 안보 레짐에서 균형자 혹은 안정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 이후 한미동맹은 북한을 단념시키는 것이 목표였던 집단방어체제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지역 협력 안보 레짐으로 변환해야 한다. 주한미군은 NATO와 같이 다자간 평화 공동체를 보장하기 위해 유럽에 주둔한 미군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부분이 학자들은 현재의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맺고 있는 양자동맹이 동북아의 다자간 대화의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필자는 현재의 양자동맹이 다자간 안보 협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강한 양자동맹은 동맹 파트너들이 다자간 대화에서 함께 행동하도록 유도할 것이고, 현존하는 양자동맹을 보완하기 위해 다자간 안보대화를 창출해내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라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의 힘에 ‘편승’하여(bandwagon) 중국, 일본과 동아시아 3각균형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려는 한국의 ‘외적균형’ 전략의 핵심이다. 한국의 전략은 21세기에 미국으로부터 방기 당하기 전에 21세기 세계화라는 ‘새 시대’에 맞는 포괄적 동맹으로 격상시켜 미국을 한국의 외적균형 추구전략에 ‘연루’시켜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부족한 군사력을 보충하고, 대 북한, 대 중국, 대일본 협상에서도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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