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섭 국방대 교수.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백주에 테러를 당했다. 한미 양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테러는 어떤 형태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반문명적인 폭력이다.

21세기에 들어서자 전 세계는 테러에 시달리고 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가면 인류는 평화와 협력의 세계에 살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인류는 점점 혼돈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고, 말보다 폭력이 앞서는 세계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럴 때에 누가 친구이고 누가 적인지 가르던 기준도 흐려지게 되고, 참된 친구의 가치도 뭉개 버리려고 하는 무리들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무자비하고 모험적인 북한 공산집단과 마주하고 있으므로 폭력의 사용에 대한 윤리기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엄격하고 높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들에 대한 테러가 국가 존망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비이성적인 폭력사태에 대해서 전 국민적인 위로가 쇄도하고, 빨리 회복한 리퍼트 대사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함으로써, 6·25전쟁 때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 관계가 더욱 튼튼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누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앞으로는 동맹의 가치를 더 깊이 인식하고 한미동맹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세계적으로 더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의 가치를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남북한 학술회의에서 만난 북한 당국자가 필자에게 말했다.

한미동맹 부러워하는 중국
“한국이 잘 산다고 자랑하지 마시오. 한국이 잘 사는 것은 운이 좋아서 강대국인 미국과 친구 잘 맺은 덕분이지, 어디 한국이 잘 나서 그렇습니까? 한국인도 북한과 같은 민족인데… 북한이 못살게 된 것은 운이 없어서 무너진 소련을 친구로 맺은 탓이지, 북한도 한국과 같은 민족인데 뭐….”

북한이 대내외 선전에서는 미국을 비난하고, 한미동맹을 비난하고 있지만, 내심 한미동맹을 너무 부러워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필자는 그 북한 인사에게 대꾸했다.

필자는 “미국이 한국과 동맹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고,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하여 동맹이 된 것이니 이 대통령의 외교전략이 훌륭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김일성은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동맹을 선택했기 때문에, 사실상 외교전략이 실패한 것”이라고 했더니 북한 당국자가 시큰둥해지는 것을 보았다.

중국은 한미동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사람들이 “한미동맹은 냉전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필자가 이들에게 “요즘 중국이 가장 친해지고 싶은 국가가 어느 국가냐?”고 물으니, ‘미국’이라고 대답한다. 중국은 더 성장하고 세계적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을 부지런히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중국이 국익 차원에서 미국과 가장 친하고자 노력하는데, 왜 우리는 60년 된 한미동맹을 버려야 하느냐”고 반문하면, 중국 사람들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한미동맹 덕분에 우리는 북한의 재남침을 잘 막아왔다. 1975년 베트남이 패망하자 김일성이 중국을 방문하여 한반도 무력통일의 기회가 왔으니 도와달라고 간청했던 적이 있으나, 한미동맹에 의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 공약 때문에 전쟁을 막았다. 지금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가지고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에 대한 무력공격은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과 마찬가지로 간주하고 확장억제전략을 약속하고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과 군사과학기술을 가진 미국과 친구를 맺었기 때문에, 한국의 군대는 선진 군대제도와 과학기술을 구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냉전시대에 세계 외교무대에서 미국과 절친 관계 덕분에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군비경쟁에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지원 덕분에 우리는 군사비를 적게 지출하면서 경제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큰 위협에 대한 대응은 미국에 의존하고자 하는 정신적 자세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한미관계 깨뜨리기라는 선전선동에 취약할 수 있다.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서 외세(미국)을 배격하자”는 것이다. 민족끼리 힘을 합해서 주한미군 철수를 이룩하여 통일하자고 선동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분명하다. 우리가 힘이 강하니, 이를 분열시켜서 남북한이 일대일로 붙으면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동북아 평화의 근거
한미동맹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에 맞서 피를 흘림으로써 세우고 지켜 온 동맹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여, 한미 동맹은 더욱 튼튼하고 효과적인 방위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국력이 성장했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국방은 우리 힘으로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힘이 모자랄 때, 동맹국의 지원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미동맹이 튼튼할 때, 주변국들도 한국에 큰소리를 치지 못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튼튼히 함으로써 북한의 침략위협을 막고, 주변국의 대한반도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협력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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