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일본 도쿄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는 고령의 참전유공자들이 ‘6•25참전유공자 호국영웅기장’을 받는 행사가 열렸다.

90을 넘은 10명의 노병들은 지난 6•25 전쟁 당시 유학 중이던 일본 현지에서 고국의 전쟁소식을 듣고 펜을 물린 채 총을 들고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 용사들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재일학도의용군에 이어 일본에 거주 중인 용사들에게까지 호국영웅기장이 전달되자 참석자들은 감격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유흥수 주일대사, 민단 중앙본부 단장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백척간두에 선 조국의 위기 앞에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참전했던 재일학도들의 용기와 위국헌신의 공을 기리는 큰 뜻이 있었다.


목숨 담보로 현해탄 건너
돌이켜 보면 우리 재일학도의용군들은 물질적으로 무엇을 바라고 조국 전선에 참전을 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구국의 일념으로 오로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인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서의 아름다운 꿈을 키우던 학창시절을 과감히 접고 하나뿐인 목숨을 담보로 현해탄을 건넜던 것이다.

재일학도의용군은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 전역에 거주하는 청년과 학생 642명이 자진해 직장과 학업을 중단하고, 의용대를 소집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맥아더 장군이 지휘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다. 이어 이들은 원산•이원 상륙작전, 갑산•혜산진 탈환작전, 장진호 전투, 백마고지 전투, 철원 및 금화지구 전투 등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135명의 전우들이 전사했다.

해외 거주 국민들의 참전은 사실 이스라엘 학생들의 참전이 더 많이 일화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일학도의용군의 참전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일명 6일전쟁) 당시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던 이스라엘 국민들이 아랍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조국을 구하고자 자진 입대한 것보다 무려 17년이나 앞선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우리 재일학도의용군은 이로써 전 세계에 애국정신의 표상이 됐으며, 모든 회원들은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 전쟁이 나면 해외로 피난을 가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해외에서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고 조국의 전선에 참전한 사실보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오늘날 우리 동지들 중 일부는 전쟁이 끝나고도 국제적인 문제로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홀로 조국에 남아서 이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고 있기도 하다. 여러 사연으로 대한민국에서, 혹은 일본에서, 혹은 외국에서 여생을 보내는 동지들은 하루가 다르게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는 1968년부터 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한편, 참전의 높은 뜻을 기려 1967년 1월 참전자 642명 중 소재 확인자 317명에게 무공포장을 수여했고, 1997년도에는 소재불명 등으로 서훈을 하지 못 했던 45명을 찾아 추가로 포상한 바 있다.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는 1973년 국립묘지에 ‘재일학도의용군 위령비’를 건립했고, 1979년에는 최초로 참전한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인천 수봉공원에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기념탑’을 세워 매년 미 8군과 함께 참전 기념식을 열고 있다.

기득권 내려놓는 정신 필요하다
독립군, 광복군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활동한 분들이다. 우리 재일학도의용군도 목숨을 걸고 인천상륙작전을 함께 수행해 적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재일학도의용군의 참전 사실이 삭제돼버린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이제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재일학도의용군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후대가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을 늦추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자신의 안위와 출세와 미래를 버리고 기꺼이 참전했던 정신, 당시 누구나 누리기 어려웠던 유학생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은 정신은 오늘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동북아의 급변하는 외교적 상황, 북한의 계속되는 겁박과 이에 따른 안보위기가 이어지는 오늘. 청소년을 포함해 각계의 사회지도층, 그리고 국민 모두가 나라를 지키고 우리 미래에 힘을 싣는다는 보다 강한 정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 김병익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

 

 

 

 

 

 

 

◆ 최근 신문 PDF보기 ◆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