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한여름을 아랑곳 않고 의연히 선 세월이 의연하다.

경주 양동마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 우리 전래의 주거공간이 수 백년의 세월을 이기고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다.

1459년에 지은 서백당(書百堂), 1508년 지은 무첨당(無忝堂), 1516년 지은 독락당(獨樂堂), 1540년대에 지어진 향단(香壇). 마을의 많은 집들은 16세기부터 18세기 사이에 지어졌다. 무려 5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소중한 우리 보물들이다.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서백당은 경주 손씨의 종가로 마을에 처음 들어와 터를 잡은 양민공 손소(1433-1484)공이 지은 집. 선생의 외손인 조선조 성리학의 기틀을 다진 이언적(1491-1553)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마을에 들어서면 마을 중앙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향단은 99칸으로 지어졌던 당시 주생활 합리화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오랜 기와집들의 반듯하지만 부드러운 선은 배경으로 선 설창산의 흐름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함께 어우러진 전통의 초가집들이 푸근한 선이 기와집과 하늘이 있닿은 공간을 메우는 듯 조화를 이룬다.

높고 가파른 위압이 아닌 어머니 품 모양의 산세, 그사이에 편안하게 들어선 기와집과 초가집. 집과 집을 잇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듯 절로 난 동네길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500년을 이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는 당시 집을 지었던 조상들의 향기와 그들의 철학과 문화가 담겨있다.

설창산 기운을 내려 받고 마을 옆으로 흐르는 안락천을 안고 자리잡은 양동마을. 우리 전통 속에서 어제와 오늘의 일상을 일궈가는 주민들의 발걸음 속에 든든한 우리의 혼이 읽힌다.
 

양동마을은 …

주산인 설창산 줄기가 뻗어내려 만든 물(勿)자 모양의 능선들이 네 골짜기를 이루고 있다. ‘勿’은 풍수적으로 깨끗하다는 뜻인데. 이 뜻을 지키려 종택들은 이들 능선을 피해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포함해 전통의 향기를 품은 건축물들과 초가집 150여 호가 숲과 함께 펼쳐져 있다.
양동마을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급조된 한옥마을이 아니다. 서둘러 현대적 미감을 세워 만든 ‘작품’이 아니라 사람과 생활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답사 차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이들의 삶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 물론 길가다 마주친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면, 그이들은 곧바로 동네 산책길에서 만난 이웃이 되기도 한다.
주소는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34. 양동마을 문화관(054-779-6127)에서 마을의 역사와 옛 모습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월요일은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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