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관식 최욱경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
‘공간’ 그룹 사옥으로 더 잘 알려진 건물.

창덕궁과 현대그룹 사이 서울 율곡로에 자리잡은 작은 벽돌집 건물. 담쟁이 덩굴로 가득 둘러싸인 신비한 기운의 이 건물.

9월 1일부터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한국 건축과 문화의 만남 공간이다.

등록문화재 제586호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 건물은 한국을 대표하는 천재 건축가 고 김수근(1931-1986)이 창립한 공간그룹 사옥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네거티비즘(Negativism)’, 즉 ‘공생’의 건축관이 가장 잘 드러난 건물로 평가받는 이곳은 이제 현대미술 뮤지엄으로 재탄생,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공간, 건물.
김수근은 1971년 이 건물을 건립할 당시 인근의 창덕궁과 주변 한옥들과의 조화를 위해 기왓장 느낌의 전돌을 주재료로 삼았다. 인공적인 건축물과 자연과의 상생을 고려해 담쟁이 덩굴을 심어 외벽을 장식한 것도 특별한 의미.

폐쇄적인 외관과는 다르게, 한옥 구조를 도입한 내부 공간은 서로 막힘없이 연결되며 가변적이다. 또한 대지의 경사를 살려 반 층씩 높이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방식을 도입하고 사람의 키를 기준으로 설계된 크고 작은 방들이 중첩돼 나타난다.

1977년 증축을 거치며 더욱 복잡해진 내부는 한눈에 파악되지 않으며, 동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서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이 공간이 주는 감흥을 느끼기 어렵다.

▲ (주)공간사옥에서 미술관으로 변신한 최근의 모습. 천재 건축가의 주변을 배려한 모습이 확인된다.

새로운 탄생.
아라리오뮤지엄은 과거 건축사무소로 사용되어오던 공간사옥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예술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했다.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1970~80년대 건축, 미술, 음악, 무용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한국현대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담당했던 공간사옥의 전통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 인도 태생의 수보드 굽타의 작품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

개관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는 2014년 9월 1일 개관전으로 ‘Really?’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30여 년간 수집한 아라리오컬렉션의 주요 작품 중 총 43작가의 100여 점에 이르는 작품들이 공개된다. 아라리오 컬렉션의 특징인 특정 시기, 특정 국가, 특정 미디어에 한정하지 않은 폭넓은 포용이 특징이다.

구획과 구획으로 나뉘어진 (구)공간사옥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아라리오컬렉션의 다채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한 공간에 한 작가라는 기준을 세워 각 공간별로 전시를 구성했다. 지하층에서 시작하여 지상 5층으로 삼각 나선 계단을 오르면서 관람객들은 (구)공간 건축의 절반을 지나며 크리스티안 마클레이, 권오상, 백남준, 바바라 크루거, 네오 라우흐, 신디 셔먼을 감상할 수 있다.

지상 5층을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간 상태에서 관람객들은 좁은 나선 계단으로 연결된 건물의 다른 한 면을 내려오게 되는데 여기서 아이작 줄리앙, 트레이시 에민, 수보드 굽타, 키스 해링, 요르그 임멘도르프, 코헤이 나와, 마크 퀸, 피에르 위그 등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두 개의 수직 통로와 스킵 플로어로 이루어진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관람객을 위해 단순한 동선을 유지했다. 시간의 흐름을 머금은 70년대 건물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현대미술을 위한 작은 오솔길 혹은 미로를 다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9월1일부터 연중 개관. 오전 10시부터 오수 7시까지, 수요일은 10시까지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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