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
동아시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선 G2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일 년이 다르게 부상하고 있고 미국은 반년이 다르게 쇠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0년 일본을 추월했던 중국의 GDP는 2025년 경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급변하는 동아시아 안보환경 질서

사실 구매력평가(PPP)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올해 말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발표했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도 4조 달러가 넘는다. 이 중에서 미국의 국채만 1조 2,000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미국은 국가부채가 GDP를 초과한 상태여서 연방 예산을 삭감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연방예산을 자동으로 삭감하는 조치가 바로 시케스트(sequestration)이다. 군사력의 비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국방비이다.

국방비의 규모를 보면 군사력 건설의 질과 양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의 국방비는 7,080억 달러였으나 2014년은 5,749억 달러에 불과하다.

시케스트에 의해 국방예산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2011년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915억 달러였으나 2014년은 1,318억 달러이다. 단순하게 비교해 보면 미국의 국방비는 줄어들고 있고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늘어나고 있다.

사실 중국의 국방비가 정부 내 다른 부처에 산재되어 있음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실질 국방비는 공식 국방비의 1.5~1.8배에 이른다. 미국의 국방비와 중국의 실질 국방비의 역전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전문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2025년 전후가 되면 미국과 중국의 GDP와 국방비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넉넉한 경제력으로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전략을 눈치 채고 중국을 견제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시케스트로 인해 오히려 국방예산이 줄어들자 미국은 전통 동맹인 일본을 아웃소싱하기로 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채택을 환영하고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역할 분담이 핵심인 미일 안보가이드 라인도 수정하기로 했다.

미국은 일본의 군사력 건설을 촉구하면서 보통국가화와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일본을 묵인하고 있다. 중국 견제의 필요성 때문에 이를 양해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을 눈치 챈 일본은 거침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침략 역사 부정,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영토 분쟁 등을 통해 일본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함과 동시에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에게 상처를 내고 있다.

이러니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다. 한일, 중일 정상회담은 고사하고 한중일 정상회담조차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북 제재 공조의 균열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자 일본은 북한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일본인 피랍자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삼았다. 제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진 북한으로서도 출구가 필요했다.

북한은 중국의 대안으로 러시아와 일본을 끌어들였다. 이로써 동아시아 안보 질서는 훨씬 복잡해졌다. G2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 축을 이루고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한 축을 이루는 것이 정상적인 질서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일본이 북한과 손을 맞잡고 중국이 한국을 끌어들이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관계가 복잡해지니 북핵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도 멀어져가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2013년 2월, 중국 정부가 산하 부처·기관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하달했고, 2013년 9월에는 236쪽에 달하는 대북 수출 금지 목록을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도 2013년 12월, 안보리 대북제제 이행 법안을 마련하여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대북 제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체적으로 부과했던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함으로써 대북 제재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런 일본의 행동에 대해 경고를 발하기 시작했다.튼튼한 안보를 전제로 통일 준비안보환경 질서가 복잡하고 또 무질서해지면 안보가 불안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조차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독일은 탈냉전이 시작되는 무질서를 역으로 이용해 통일 대업을 이뤘다. 한국도 흔들리고 있는 현 질서를 통일의 기회로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튼튼한 안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초에 통일대박론을 제시했고 3월에는 독일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전환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드레스덴 구상은 북한의 산모 및 유아 지원 등 남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 번영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대북 제안이 핵심이었다.

북한이 이런 제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머리를 맞대고 통일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으면 그것 자체가 희망이기 때문이다.

통일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국민통합의 차원에서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 인사들로 구성됐다. 급변하는 동아시아의 안보환경 질서를 인식하는 가운데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대고 빚어내는 결과가 통일의 무지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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