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다해 업무에 매진하며

묵묵히 헌신하는 이에게 박수

어느새 겨울이다. 날씨가 쌀쌀해졌다. 관내 보훈가족들이 겨울을 날 준비는 잘 해두셨는지 궁금하다.

겨울에는 든든히 해야할 것들이 많다. 든든하게 연탄을 잔뜩 쌓아 놓거나 보일러 기름통을 가득 채워둬야 한다. 가을에 방구석 어딘가 외풍이 부는 듯 하면 재빨리 문풍지를 야무지게 잘 발라 조치해야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든든히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지역사회에 오니 달라지는 것이 많다. 모두 본부에서 정책 업무를 할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다. 총계, 누계, 평균이라는 네모난 항목 속에 숫자로만 나타났던, 찾으려해도 볼 수 없던 얼굴들이 여기에서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미래를 고민하는 젊은 국가유공자가 있었고, 지난 8월 포항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오마이스’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약소한 재해 위로금을 받고 고마워하는 노부부도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서 걷기 힘들어하던 90세 국가유공자도 계셨다. 한 분 한 분이 각기 다른 생각과 소망, 감사와 염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나같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그간 이렇게나 다양한 요구를 챙겨드려야 했을 텐데 우리 지청의 직원들이 참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오랜만에 경주 지역에 신규 등록한 생존 참전유공자를 만났다. 이미 6·25전쟁도 70여 년이 지났기에 이제는 꽤나 드문 일이다. 담당 직원이 서류를 가져와 국가유공자 증서를 직접 전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반갑게 만난 어르신은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색 바랜 오래된 흑백사진들이다. 그 중 한 장을 유심히 보니 군용 트럭 옆에서 활짝 웃는 젊은 청년이 있었다. 이 청춘이, 이 젊음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우리 삶의 터전을 지켜낸 얼굴이구나. 이제 세월이 지나 국가로부터 받은 증서에 기뻐하시는 고령 참전용사의 주름진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새삼 감사의 마음이 샘솟았다. 이 분이 바친 젊은 날, 그 위에 우리가 꿈을 찾아 지나온 날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일상에 치여 그 희생을 잊고 산다. 하지만 과거 누군가가 대의를 위해 기꺼이 던진 삶 위에 우리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마치 가을 지나 겨울이 오고, 겨울 없이는 봄이 오지 않는 계절의 흐름처럼 당연한 일이다. 수십 년 전 차가운 참호 속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불태운 분들이 바로 든든한 보훈이 가 닿아야 할 분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분들을 위해 열정을 다해 업무에 매진하는 우리 직원들이 든든한 보훈의 현재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안전한 터전 위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오늘 차가운 칼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헌신하는 얼굴이 든든한 보훈의 미래이다.

안진형 경북남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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