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와 무더운 여름이 되면 기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우리 몸을 기와 혈로 구분합니다. 말할 힘조차 없는 것은 기운이 떨어진 것이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혈이 약해진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한의학 처방 중에 팔물탕(八物湯)이라는 유명한 약이 있습니다. 여덟 개의 한약재로 기와 혈을 동시에 보충해 줍니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팔물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팔물탕은 인삼, 백출, 백복령, 감초,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 등 8가지 약재로 구성된 대표적인 보약입니다. 팔물탕은 기를 보하는 사군자탕과 혈을 보하는 사물탕을 합한 것입니다.

팔물탕 중 인삼, 백출, 백봉령, 감초 4가지 약재는 원래 사군자탕에 해당 됩니다. 사군자탕은 기운이 약해 온몸이 노곤하고 식욕부진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에 사용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기허증이라고 합니다.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면역력을 높여 줍니다. 백출은 소화기를 좋게 해서 식욕을 증진 시켜 줍니다. 백복령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피곤해 붓는 증상을 완화시켜 줍니다. 감초는 입맛을 도우면서 약효를 조화롭게 해줍니다.

사물탕은 숙지황, 백작약, 천궁, 당귀로 구성됩니다. 숙지황은 정력을 증진 시킵니다. 백작약은 각종 통증과 어지럼증을 완화시켜 줍니다. 천궁은 어혈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합니다. 당귀는 모자란 혈을 보충시켜 줍니다. 그렇기에 사물탕은 모든 혈병의 증상을 치료합니다. 탈모, 빈혈, 건성 피부질환, 갱년기 질환, 변비, 혈액순환 장애, 피로, 안색이 좋지 않은 경우 등에도 사용합니다.

팔물탕은 기혈 부족으로 인한 전신 쇠약증, 얼굴빛이 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잘 놀라거나 온몸이 노곤하고 입맛이 없는 사람에게 처방합니다. 어지럽고 추위를 타며 입이 마르는 데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기혈이 모두 허한 것을 다스리고 음양을 조화롭게 한다고 했습니다.

처방 전 한의사 상담 필수

하지만 모든 보약이 그렇듯 팔물탕 역시 몸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배가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설사를 하게 됩니다. 체중이 늘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증상이 팔물탕과 맞는지 한의사와 상담한 다음 복용해야 합니다. 다행히 팔물탕은 한방 보험 약이므로 손쉽게 한의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습니다.

팔물탕은 한의학의 대표적인 보약입니다. 쉽게 피로하며 땀을 많이 흘리고 잘 놀라고 밤에 잘 때 땀을 많이 흘리는 등의 증상들을 치료합니다. 기와 혈을 동시에 다스리기에 효과 또한 뛰어납니다. 하지만 보약도 잘못 먹으면 독약이 되듯이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 후 복용한다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데 좋은 지팡이가 돼 줄 것입니다.

김성수 부산보훈병원 한의학박사, drwaje@bohun.or.kr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