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종양내과에 가장 많은 환자들이 내원하는 질환을 꼽는다면 단연코 빈혈일 것입니다.

혈관 내의 적혈구에는 혈색소(헤모글로빈)라는 철분을 포함한 단백질이 있어 체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적혈구 및 혈색소의 수치가 낮아져서 체내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빈혈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혈액 검사를 해서 적혈구나 혈색소 수치가 정상인 경우는 빈혈에 의한 어지러움이 아니므로, 어지러운 증상이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적 질환에 의한 것은 아닌지 다른 검사를 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60대 이상 빈혈, 반드시 원인 찾아야

빈혈의 증상은 어지러움 외에도 숨이 차거나, 손발의 저림, 식욕감퇴, 전신쇠약감 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월경량이 많아서 생기는 철분 결핍이 빈혈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런데 60세 이상에서 철분 결핍에 의한 빈혈이 생겼다면 위나 장, 소변 등의 출혈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눈에 안 보일 정도 소량의 출혈이라도 지속되면 빈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단순한 위, 십이지장 궤양에 의한 빈혈일 수도 있지만 위암, 대장암, 방광암 등이 출혈을 유발해 생기는 빈혈일 가능성도 있어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철분결핍성빈혈은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 검사를 해야 합니다.

철분 뿐 아니라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비타민B12나 엽산이 부족해도 빈혈이 생깁니다. 특히 과거에 위, 십이지장 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위 절제술을 한 경우 비타민B12 결핍이 잘 발생하므로, 과거에 위 수술을 한 적이 있는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빈혈을 미리 예방해야 합니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 섭취가 부족한 경우에도 엽산 결핍에 의한 빈혈이 올 수 있으므로 영양불균형이 없도록 식생활에 주의해야 합니다. 영양소의 부족 뿐 아니라 당뇨, 신 질환, 염증성 질환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에도 만성 질환에 의한 빈혈이 올 수 있으므로, 만성 질환이 있는 분들이 빈혈 증상이 있을 때에는 혈액 검사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적혈구 용혈이 있거나,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재생불량빈혈, 백혈병 등 골수에 질병이 생긴 경우에도 빈혈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빈혈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다릅니다. 빈혈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저산소증에 빠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이때에는 수혈을 해서 일단 혈색소 수치를 올려놔야 합니다.

그런데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헌혈자가 크게 줄어들었고 혈액수급부족이 장기화되면서 당장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공동체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생명을 나누는 방법인 헌혈, 그 실천이 절실한 때입니다.

김여경 광주보훈병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ye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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