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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꾸민 전시관, 아름다움과 가치의 보고”포항 덕동민속전시관 이동준 관장
나라사랑신문  |  news@narasar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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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03  10: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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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동민속전시관 전시물 앞에서 이동준 관장(왼쪽)과 그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는 이원돌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북 포항 자금산 산기슭에 덕동문화마을이 있다. 이곳은 경북 내륙지역의 부드러운 산세와 고택이 어우러진 오랜 전통이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 양동마을에서 300여 년 전에 분가한 여강이씨(驪江李氏) 집성촌.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용계정, 애은당고택, 사우정고택, 여연당고택, 오덕리근대한옥 등 국가문화재와 등록문화재, 경북도지정 민속자료 등 고택이 즐비하다. 마을은 그 가치를 인정 받아 1992년 정부 지정 제15호 문화마을로 지정됐다. 이 마을 한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건물이 바로 덕동민속전시관이다.

이 지역을 지켜온 선조들의 숨결이 담긴 귀중한 유물과 마을의 역사와 전통이 서린 덕동민속전시관을 만들고 일구며 오늘에 이르도록한 지킴이이자 지금의 덕동마을을 함께 빚어온 이동진(88세) 관장을 만났다.

방문객을 맞이할 때면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한껏 드러난다. 전시관 안이 좁아 보일 정도로 겹겹이 쌓인 유물들은 그가 고령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이 일에 집중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젊은 시절 이동진 관장은 오래된 고택에서 발견한 유물들을 제일 먼저 달려가 정리했고, 외부로 유출된 유물들은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으로 구입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모인 유물들로 1992년 작은 전시관을 열었고, 2004년에는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지원을 받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물론 수집한 유물이 많아 모두 전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중요한 전시물만 꼽아도 경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 70여 점을 포함해 130여 점에 이른다.

“저는 이 전시관의 관장이자 해설사, 청소부이자 경비원이기도 합니다. 1인 4역인 셈이죠.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가 많지만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마을 주민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온 주민이 모두 주인인 셈이죠.”

그는 특히 가정일에 소홀하면서도 마을 일에 집착하는 그를 항상 이해해주는 자신의 아내(이옥주, 82세)와 가장 가까운데서 돕는 지인(이원돌, 81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전시관의 많은 전시물 중에서도 여주이씨 문중사우인 세덕사와 관련된 고문서가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세덕사에서 열렸던 행사 기록, 상소문 초안 등 고문서는 30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원형 그대로 잘 보관돼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의 의복, 은장도, 안경 등의 유물과 근대화를 지나며 마을이 겪은 변화와 역경을 느낄 수 있는 사진, 농기구, 생활도구 등 다양한 전시물도 방문객의 관심을 끈다.

이동진 관장은 전시관의 모든 물품에 대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정확하게 사연과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그 기억을 오래도록 남기고자 지난해에는 민속전시관의 유물과 덕동마을의 역사, 자연환경, 문화유적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록을 출간해 자료화하는 작업도 끝냈다.

“이렇게 전시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우리나라가 눈부시게 성장·발전한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저와 우리 마을 주민들이 이렇게 평화롭고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요. 그 배경에는 이 나라를 가꾸고 지켜온 선조들이 계신 덕분이고, 이 전시물들은 그 생생한 흔적입니다.”

참전유공자인 그의 지역사랑 정신은 후손을 위한 배려로 이어졌다. 이 관장은 3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참전수당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2017년 포항시 장학회에 기증했다. 선조들로부터 받은 것을 후손들에게 물려줬을 뿐이라는 말에서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이동진 관장은 전시관을 찾는 사람을 성심성의껏 맞이하고, 최대한 자세한 해설을 해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덕분에 전시관은 인근 지역의 학생들이 단체로 찾기도 하고, 멀리서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한국경제를 배우는 연수프로그램 참가 외국인들도 ‘오지의 전시관’을 방문하고 대한민국의 살아있는 근대사를 느끼고 가곤 했다.

“오랜 기간 축적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전시관을 통해 미래세대에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더 보람차고 기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덕동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고 싶어 이 일을 계속하고 있지요.”

열정 가득한 이동진 관장은 오늘도 자부심을 갖고 전시관과 함께 우리 역사와 삶을 후손들에게 알리며 정진하겠다는 소명하나로 민속전시관의 지킴이로 하루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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