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8.11 화 16:43
> 생활·문화 > 생각나누기
건망증
나라사랑신문  |  news@narasarang.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1.05  13:56:2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아무리 찾아도 없다. 들고 다니다가 어느 곳에 둔 것 같지도 않다. 지금껏 무엇을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남에게는 하찮은 것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무척 귀하고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 중 하나이기에 더욱 애착이 느껴진다.

지금 찾고 있는 등산스틱은 딸아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작은 회사에 취업해 첫 월급을 탔다며 사가지고 온 선물이다. 평소 산을 자주 다니면서도 등산스틱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아빠에게 제일 필요할 것 같아서 사왔으니 꼭 사용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틱은 가방 안에 두 개가 들어있었는데 가볍고 단단했다. 그 중 하나만 꺼내어 높이를 조절해서 지금껏 사용해오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 있으니 꺼내 쓰면 되겠지만 딸아이의 선물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깝게 느껴졌다.

전에는 등산스틱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이를테면 악(岳)자 붙은 설악산이나 월악산 같은 산은 등산스틱을 가지고 가기는 해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꺼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가까운 우암산에 갈 때에도 꼭 챙겨서 들고 나간다.

등산스틱은 쓰이는 곳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전에는 잘 몰랐다. 무릎관절에 쏠리는 체중을 분산시켜주기도 하고, 이른 아침 길섶에 붙은 이슬을 털고 지나가기에도 좋다. 또 있다. 날아다니는 일용할 양식을 낚기 위해 설치해놓은 거미줄이 얼굴에 달려드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요긴하게 쓰인다.

어디에 두었을까. 늘 서 있던 자리. 신발장 밑이나 우산 꽃이 등 어느 곳에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찾는 것을 단념하고 새것을 꺼내 쓸 요량으로 등산스틱 가방을 열었다. 아니 그런데 그 안에 깨끗하게 닦아서 들고 다니기 편하게 줄여놓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등산스틱이 얌전하게 들어 있는 것 아닌가.

그제야 지난번 우암산 올라가려고 나섰다가 소낙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접어서 그대로 가방에 넣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전에는 기억력 하나는 자신했었다.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리고 허둥지둥 해본 기억도 없다. 그러나 이젠 아닌 것 같다. 세월의 무게를 그 어느 장사가 이길 수 있으랴. 그저 순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박순철 1949년 충북 괴산 출생.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 수필과 콩트를 써오고 있다. 형제가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가족이다.

나라사랑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뒤로가기 위로가기
공감, 이 책

떨림과 울림

떨림과 울림
인간은 의미 없는 우주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존재다. 비록 그 의미라는 것이 상상의 산물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사는 게 인간이다. 행...

절제의 기술

절제의 기술
마음을 쓰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일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되고, 우리라는 사람의 일부가 될 때 가능하다. (중략) 우...
오피니언

‘든든한 보훈’은 진심 있는 과감한 변화의 약속

조국의 광복과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충분한 보답과 예우를 받고 있는가? 또 보훈이 국민통합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국가보훈처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한 차...

국가유공자 덕분에 든든 …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차례

지난 5월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든든한 보훈’은 국가가 국민을 책임진다는 약속이며, 국가와 국민 간의 신뢰와 믿음을 의미한다.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을 합당한 예우로 보답할 것을 ...
많이 본 기사
1
고엽제후유의증 질병 장애등급 종합판정 시행
2
종합비타민제를 먹어야 하는 이유
3
여름철 건강의 적 토사곽란
4
국가유공자 등 로또 판매점 신청
5
중앙보훈병원, 1,400병상으로 확대… 재활·요양병원 등 복합 운영
6
결핵과 비결핵항산균 감염증
7
내년 아파트 특별공급, 대부지원 계획 확정
8
국가유공자 주택 대부 한도 늘리고 금리 내려
9
김환기, 그의 푸른 화폭을 만나다
10
모든 생존 6·25참전용사에 호국영웅기장 수여한다
소 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30113 세종특별자치시 도움4로 9 국가보훈처
Copyright by 국가보훈처 나라사랑신문  |  기사 등 모든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