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책갈피에 수집하던 내가) 어느 흐린 날 무렵 하버드 야드로 갔다.

그리고 낙엽들을 꺼내 그 낙엽에 원래 돌아가고자 했던 나무 뿌리 쪽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낙엽도 갖지 말라는 낙엽 성자의 가르침대로 했다.

자연의 순환을 살려 주는 것이 홍익자연(弘益自然)하는 길 아닌가. 산뜻한 발걸음으로 하버드 야드 문을 나서는데 불빛 속에 낯익은 한 사내가 들어오면서 손을 흔든다.

헨리 D 소로씨였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빙긋 웃으며 목례로 헤어졌다.

그래 소로는 월든에서 두더지가 살도록 도와준 적이 있었지.

나도 낙엽이 제 뿌리로 돌아가도록 도와준 것이다.(김영호 하버드대 초빙교수, ‘조선일보’ 칼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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