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께서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젓가락질이 힘들어지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기 시작하면 흔히 뇌졸중에 걸렸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뇌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점점 증상이 진행하는 경우에는 머리가 아닌 목에서 발생하는 병인 경추성 척수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뼈인 경추는 뇌에서 팔,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인 척수와 말초신경들을 둘러싸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 경추의 척추관이 좁아지는 경우 척수가 압박돼 다양한 증상이 발생합니다.

척추관이 막히는 원인으로는 고령으로 퇴행성 병변이 진행돼 골극이나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디스크 탈출증이 심해지거나, 경추부 불안정성이 발생하는 경우 등이 있으며, 때로는 선천적인 원인으로 직경이 감소하기도 합니다.

경추성 척수증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의 경우 주로 손놀림이 부자연스러워지거나,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는 보행 장애가 나타납니다. 이는 상·하지의 근력이 약해서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뇌졸중과 오인하기 쉬워 정확한 진단 필요

이와 함께 세밀한 운동 장해가 발생하여 젓가락질을 하기 힘들어지고, 글씨체가 갑자기 바뀌거나, 물건을 잘 떨어뜨리고, 셔츠의 단추를 채우기 힘들어지게 됩니다. 생각과는 달리 손발이 잘 움직이지 않아서 ‘몸이 아둔해진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걸을 때 몸이 불안하게 좌우로 흔들리기도 하고 발을 모으고 걷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팔 다리가 물속에 잠긴 느낌이 들면서 통증을 동반합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단순한 자동차 추돌 등의 경미한 사고로 목을 다친 경우에 일반인들에게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 사지 마비 등의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고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합니다.

경도의 경추성 척수증이 진행이 더디거나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을 병행해도 좋습니다. 그러나 신경압박이 뚜렷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시행해야 합니다.

경추성 척수증은 흔히 뇌졸중으로 오인하고 잘못 진단 받는 환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는 모두 위험하지만 치료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배 중앙보훈병원 정형외과 부장, benspin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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