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실에서 야나이하라 흉상을 작업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 1960

20세기를 상징하는 예술가이자 조각가로서 모더니즘 정신의 정수를 대표하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한국 특별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서 전후 현대미술과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예술가 중의 예술가'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으며 그가 남긴 작품들은 현대미술사에서 손꼽히는 불후의 명작으로 매우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시절부터 말기의 작품 120여 점이 선보인다. 그의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1960~1965) 동안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이번 서울 전시는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 서울 전시 바로 이전에 열렸던 테이트 모던 전시와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서울전에 이어 개최되는 뉴욕 구겐하임 전시에서는 이번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은 볼 수 없다.

그는 생명의 핵심을 인간의 ‘시선'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의 두상 작업에 평생을 바쳤다. 그 중에서도 최고 걸작에 속하는 디에고 상과 아네트 상의 중요 작품들이 전부 전시된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두상에 담긴 ‘시선’과 ‘눈빛'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인간의 염원을 공감할 수 있다. 그래서 생전 당시 자코메티는 초상작가 또는 두상작가라고도 불리웠다.

이번 전시는 조각 작품 외에도 자코메티 재단의 훌륭한 컬렉션으로 꼽히는 인물 드로잉, 페인팅, 사진, 원고 및 기타 보관 자료와 함께 전시돼 자코메티 작품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게 된다.

▲ 걸어가는 사람

 

▲ 걸어가는 사람, 1960, 석고, 188.5 x 29.1 x 111.2 cm

‘걸어가는 사람'은 자코메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각 작품이자 20세기 미술의 상징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극한에 놓인 인간의 고독을 형상화했다. 특히, 세상과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을 응시하는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며, 숙명적인 인간의 고뇌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감동을 자아낸다.

부스러질 것 같은 앙상한 형체를 가지고 걸어 나가야만 하는 인간의 고된 운명을 표현해낸 20세기 시대와 인간의 삶을 응축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 로타르 좌상

 

▲ 앉아있는 남자의 흉상(로타르 III), 1965-1966, 청동, 65.7 x 28.5 x 36 cm

‘로타르 좌상'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있는 작가가 평생을 통해 깨달은 인간과 삶에 대한 통찰이 녹여져 있다. 마치 작가 자신을 빚어 놓은 듯한 이 로타르 형상을 통해 자코메티는 삶의 마지막 비통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영원히 살고 싶은 여망까지 보여지는 이 작품은 해탈한 구도자의 면모가 느껴지는 자코메티 최고의 역작이다.

▲ 자크 뒤팽

 

▲ 자크 뒤팽, 1965년경, 캔버스 위 유화, 69.5 x 58 cm

‘그리기의 다른 이름 지우기'

자코메티는 데생과 회화를 할 때 지우개를 사용하여 그림 속 사물 주변에 번진 흔적을 남기곤 했다. 그것은 모델에서 나오는 기운을 표현한 것으로 지우는 방식으로 번짐을 이용해 배경에서의 그 느낌을 표현했다.

자코메티의 생애 마지막 회화 작품인 자크 뒤팽에서 보여지는 작가가 점점 형체를 지워가면서 완성해나가는 걸 볼 수 있다. 이것은 점점 사라지는 형체이지만 더욱 그 본질은 선명해지고 뚜렷이 남는다는 작가의 독특한 관점과 시각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자코메티의 수작으로 남았다.

15일까지 전시. 관람요금 성인 1만6,000원 국가유공자는 50% 할인. 문의 02)532-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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