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대 박물관 중 하나. 규모와 소장품으로는 세계 최대로 알려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박물관이 대한민국을 찾았다.

러시아에서 서유럽과 북유럽관을 향해 열린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사회주의 러시아 시절엔 구 소련 수도로서의 자존심을 널리 알렸던 도시, 그 한복판의 예르미타시박물관. 말이 필요 없는 러시아의 자랑이다.

거대한 소장품 중의 일부, 그것도 프랑스미술을 중심으로 한 작품전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양국 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특별전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은 지난 2016년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열린 ‘불꽃에서 피어나다, 한국도자명품전’의 교환전시로 이뤄졌다. 작품의 주제는 17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프랑스 미술 300년의 흐름이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프랑스 미술품을 소장한 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한 로마노프 왕조의 황제들과 러시아 귀족, 기업가들이 열정적으로 수집한 프랑스 미술품은 유서 깊은 겨울 궁전을 장식해 왔다. 그 작품은 다시 오늘날 예르미타시박물관 유럽 미술 소장품의 정수로 자리 잡았다.

이번 작품전에서는 니콜라 푸생,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 클로드 모네, 앙리 루소 등 프랑스 거장들의 회화와 조각, 소묘 작품 89건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프랑스 미술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동시에, 프랑스 문화에 대한 러시아 인들의 관심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지난 250년 동안 겨울 궁전에 간직되었던 프랑스 미술을 기반으로 17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미술을 일목요연하게 펼쳐보이는 이번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된다.

전시의 첫 머리인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은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미술이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고 유럽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17세기의 프랑스 미술을 소개한다.

제2부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에서는 18세기로 접어들어 남녀 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즐겨 그렸던 로코코 화가들의 작품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감각으로 제작된 풍속화, 풍경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의 3부인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은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을 겪으며 프랑스 미술계에 일어났던 여러 변화를 소개한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영웅적 초상화를 비롯해 문학이나 신화, 동방의 문물에서 영감을 얻었던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이 선보이며,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와 카미유 코로, 외젠 부댕과 같이 야외 사생으로 인상주의를 예고했던 화가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의 마지막인 4부는 ‘인상주의와 그 이후’는 고전적인 예술 양식과 결별한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를 조명한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모리스 드니, 앙리 마티스, 앙리 루소 등 인상주의 이후 근대 거장들의 작품은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에서는 예카테리나 2세의 소장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계몽 군주를 자처했던 예카테리나 2세는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비롯한 동시대 저명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유럽 각지의 저명한 컬렉션을 구입했다. 이밖에 프랑스 미술을 사랑했던 여러 수집가들의 작품이 소개돼, 작품 수집의 역사와 함께 러시아와 프랑스의 문화적 맥락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2월 9일 시작된 전시는 오는 4월 15일까지 계속되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4호선, 경의중앙선 이촌역 3번 출구) 기획전시실 1, 2실에서 만날 수 있다. 성인 6,000원, 보훈대상자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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