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내면의 정동을 드러내는 동시에 감춘다. 얼굴에 내면 정동이 다 드러나는 법은 없다. 그것은 감춤과 드러냄 사이에 모호하게 걸쳐져 있다. 얼굴에서 웃음과 울음이 몸을 섞으며 내면의 숨은 자아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얼굴에는 분노, 비탄, 슬픔, 기쁨 사랑, 동정, 질투, 미움, 경멸 따위의 표정들이 흘러간다. 얼굴은 태어날 때 부여받은 게 아니라 외부의 요구에 의해 발명된다. 이것은 연약해서 깨지기 쉽고 상처받기 쉽다. 얼굴은 몸에 귀속되지만 몸의 일부는 아니다. 얼굴은 그것이 가진 권력 때문에 몸에서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 신체라는 영토를 탈주해 독립된 지위를 갖는 것, 그게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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