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우리가 자유를 잃는 순간 우리의 삶 또한 피폐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의 이면에는 반드시 그것을 지탱하고 키우기 위한 희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 참전을 통해 피와 맞바꾼 엄청난 자유를 우리나라에 전해준 유엔 참전용사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가슴 한 편에서 뜨거운 감동이 느껴집니다.

한국이라는 알 수 없는 머나먼 나라의 평화 유지라는 단 하나의 사명을 안고 그 나라의 자유를 얻기 위해 가족을 떠나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주신 미국 참전용사님들. 생면부지의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어려운 일을 오직 인류애와 사명감으로 행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문득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에 박혀 있다던 한 문구가 떠오릅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조국, 즉 미국은 그들이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 말이 제 가슴 속에도 깊숙이 박혀옵니다. 당신의 조국도 아닌 나라에서 당신의 국민도 아닌 사람들을 위해 싸워주신 모든 미국의 참전 용사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6·25 전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속에서 한국을 위해 싸우는 참전용사님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제 눈길을 사로잡는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어느 한 유엔 미군 참전용사님의 눈빛이었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헌신적 결의로 가득 찬 두 눈을 마주한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담긴 한 사람의 눈빛은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족과 삶의 터전을 떠나 낯선 땅에서 꿋꿋이 사명감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는 결의. 너무나 결연한 군인의 눈빛에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뜨거운 의지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지금 이러한 상황이 닥쳐온다면 나는 당신의 피로써 다른 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이뤄낸 그 용사처럼 우리나라를, 그리고 인류를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삶과 안위를 위해 내 목숨을 선뜻 걸 수 있을까. 굳건하게 결의를 다질 수 있을까.

너무나 부끄럽지만 저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을 위하여 내 삶도 지킬 수 없는 아찔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제가 지금껏 일생을 살아온 조국인 우리나라를 위해서조차 내 자신을 희생하기 힘든 상황에서, 혈혈단신으로 가족도 보지 못하는 머나먼 타국에 파병되어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젖어드는 향수 속에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희생으로 그들의 자유를 얻어내어 주신 용사님들께 끝없는 감사함과 존경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자유에는 반드시 희생이 따릅니다. 1953년 휴전 직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67달러였으나 6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돌파했고 한국이 이렇게 자유 속에서 이만큼이나 발전하게 된 것은 모두 용사님들이 흘린 피 덕분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가 누군가의 뜨거운 피와 땀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신민영(상명대부속여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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