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미사일 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국제사회와 우리 내부의 충분한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지난 3월 21일 랜드연구소 국제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박사의 특별강연을 가졌다. 베넷 박사는 북한의 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군전력 증강 수요를 비롯해 북한 붕괴, 한반도 유사시 중국 개입,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통한 핵위협 억제 등에 관해 연구한 바 있는 안보 전문가다.

오늘 강연의 큰 틀은 ‘한국의 안보가 어떻게 변해왔는가’이다. 최근 대한민국 안보 변화의 흐름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본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 시나리오, 북한의 핵무기 위협 증가, 한국 군사규모 축소, 그리고 제3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첫째,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 시나리오. 기존의 시나리오는 학자들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공격하고 미국이 남한과 함께 북한의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이 예측은 북한 정권의 목적이 남한을 무력으로 흡수 통일하는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었으나 최근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쟁을 시작할 확률이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3세대 세습 정권인 북한이 현재 걱정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의 권력, 즉 현 정권의 영향력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국가기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북한은 그들의 존재감을 ‘핵무기 보유’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 정권의 초점이 국가로 인정받는 데 있지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북한의 상황변화가 새로운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한다. 내부 반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진 김정은 이 반란 세력의 총구를 남한으로 돌리게 하고 북한 내 질서를 바로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공격 무력화

반란 세력이 다시 내부 문제로 눈을 돌리는 것을 막아야만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남한의 방어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화학무기, 핵무기 등 모든 카드를 꺼내 들 확률이 높다. 이때, 우리 해군과 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얼마만큼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둘째, 북한의 핵 위협 증가다. 2015년 스탠포드의 해커 박사는 2020년 북한이 약 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에 핵무기가 3개 정도 있었을 때 핵무기는 정권 유지 정도로 이용되겠지만 50개를 넘어서면 육·공군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김정은이 궁지에 몰렸을 때 핵무기를 최후의 수단으로 보는가?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은 이런 문제들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은 대한민국의 병력 축소 문제다. 병력 축소 문제는 인구 감소와 직관돼 있다. 통계에 의하면 1970년 중반부터 매년 40만 명 정도였던 20세 청년들의 숫자가 지금은 20만 명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현역 군인의 숫자는 30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고 이 숫자는 미국의 협력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예비군이 있다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2~3일의 훈련으로 투입시킬 수 있는 병력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예비군들은 6개월 정도의 훈련을 받고 나서야 실제 전투에 투입되고 위급할 시에도 약 3개월의 훈련을 받는다. 즉, 군사규모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비군 훈련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3국 개입에 대해 얘기해보자. 한국이 신경쓸만한 제3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정도다. 시진핑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극력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무너져 불가피하게 전쟁이 시작되면 시진핑은 자신의 말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중국은 본토의 안보를 걱정하면서도 북한에 어떻게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실제 전쟁이 발발할 시 군사 투입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중국에 스스로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의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중국에 인지시키고 모든 분쟁의 목적은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그래도 중국이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그들이 스스로 철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 최선의 결과 얻도록

지난 10년간 많은 상황이 변했다. 새롭게 생겨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육군의 규모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의 안보가 다각도로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 30만 여명의 병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예비군 제도를 전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특히 핵전쟁에 대한 철저한 방안이 시급하다. 냉전 당시 미국은 관련 부서까지 만들 정도로 핵전쟁에 대해 확실한 준비를 했었다. 사드가 한반도에 있는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드가 부산, 광주, 대구로 향하는 핵무기로부터 수많은 한국인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실제로 핵전쟁을 일으키겠냐는 의문도 있으나 1990년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겠냐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듯이 불가능은 없다. 앞으로 어떤 정책, 어떤 제도가 도입되든 대한민국의 국·내외 안보 상황이 뚜렷한 변화를 겪었음을 인식하고 그 대처 또한 적절히 바뀌어야 할 것이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안보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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