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일환 한양대 아태지역 연구센터 교수

국가보훈처가 지난 달 2017년 새해 업무보고를 하였다. 이날 업무보고 가운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국가안보정책의 핵심은 ‘비군사적 대비’를 통한 안보위기 극복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변화 유도 및 핵개발 저지에 미흡하고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비군사적 대비’의 인식부족에서 오는 안보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사실 북한이 한미동맹의 해체를 겨냥하여 핵·미사일 위협을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한미연합방위태세로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북한의 변화 유도 및 핵개발 저지에 미흡하고 심지어 한미연합방위태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비군사적 대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사회 전 분야의 총체적 대응능력

그러면 ‘비군사적 대비’의 개념은 무엇인가? ‘군사적 대비’가 외부의 적에 맞선 군대의 직접적인 물리적 대응능력을 말한다면, ‘비군사적 대비’란 외부의 적을 대응함에 있어서 이러한 ‘군사적 대비’ 활동을 제외한 국가안보 대응능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외부 위협에 대한 정치·외교, 경제, 사회, 문화, 심리, 환경, 자원, 교육, 역사 등 제 분야에서의 총체적 대응능력이다.

그렇다면 ‘비군사적 대비’ 역량이란 레이 클라인(Ray S. Cline)이 말했듯이 ‘무형국력(無形國力)’ 또는 조지프 나이(Joseph Samuel Nye, Jr.)가 말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와 일맥상통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서 ‘비군사적 대비’와 관련하여 한미동맹의 핵심인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특별히 강조했는데, 그 이유는 한미연합방위태세에 있어서 물리력을 직접 활용하는 것은 ‘군사적 대비’에 해당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유지·강화하는 것은 외부의 적인 북한군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며 전쟁을 억지하는 효과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비군사적 대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동맹은 19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 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재발을 억지해 왔다는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동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한미동맹은 튼튼한 안보장치로서 국방비 절약을 통해 경제발전 비용 투자를 가능케 했고 외국자본의 투자 환경을 보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세계의 최빈국 중의 하나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부국이 되게 하는 든든한 후견 역할을 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국가안보의 주 기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외부의 적에 대한 군사적 대비뿐만 아니라, 평상시 국가안보의 중요한 한 축인 ‘비군사적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우리나라가 북한에 의해 상시적으로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국가보훈처가 2017년 업무보고를 통해 ‘비군사적 대비’ 업무를 강화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것은 국가안보를 위하여 매우 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남갈등 극복하는 국민통합의 기제

주지하다시피 외부의 적과의 대결은 군사적 대결과 비군사적(이념적) 대결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까지 군사적 대비는 국방부가 담당해 왔으나, 이념 대비와 같은 비군사적 대결을 담당하는 주관 정부부처는 불명확했다. 남북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도 북한이 반미자주화, 한미동맹 해체, 반정부 투쟁 등을 집요하게 되뇌는 대남 선전선동과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 과업’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통일전선전술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비군사적 대비’를 위한 전담 정부부처가 불분명했다는 사실은 남북한 간 비정규전에 있어서 거의 무방비상태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북한의 의도에 따라 쉽게 ‘남남갈등’에 휘둘리는 것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입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이념갈등은 진영논리로 구조화되어 북한, 미국, 통일 등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국론분열을 일으키며 ‘남남갈등’으로 비화하기 일쑤인데, 이는 우리의 국민통합을 저해하며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사가 증명하고 있듯이 군사적 대비에 필수적인 물리적 힘의 비축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나 전쟁 수행에 있어서 눈에 보이는 물리력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적과의 대결에서는 눈에 보이는 물리력 못지않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전력과 같은 ‘비군사적 대비’ 역량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세기 역사에 있어서, 우리와 같이 분단국이었던 서독은 국민통합을 훌륭히 이루어냄과 동시에 정치권이 단결하는 등 비군사적 대비 역량 강화를 통해 나토군을 유지하는 가운데 동독을 변화시킴으로써 군사적 대결 없이 분단 45년 만에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 반면에 자유베트남은 북베트남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서도 비군사적 대비 역량의 부족으로 북베트남의 선전선동과 통일전선전술에 농락당하고 미군 철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북베트남에 의해 흡수통일 되고 말았다.

한국도 서독과 같이 주도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비군사적 대비’ 역량 강화로 한미동맹을 튼튼히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을 변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우리 사회가 이념적 진영 논리에 갇혀 사사건건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다면 비군사적 대결에서 실패함으로써 한국 주도의 통일은커녕 북한에 의해 흡수되는 적화통일의 날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오늘의 안보 현실과 관련하여 우리가 ‘비군사적 대비’ 차원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나라사랑교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라사랑교육은 나라사랑 정신 함양으로 국가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민통합에 기여하는 훌륭한 기제에 해당한다. 아울러 나라사랑교육은 그 내용이 호국정신 고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내적 안보 강화와 밀접한 ‘비군사적 대비’ 역량 강화에 이바지한다.

 

나라사랑교육 획기적 강화 필요하다

지난해 국가보훈처 나라사랑 의식지수(전국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전화설문조사)에 따르면, 71.4%의 응답자가 우리나라 안보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77.9%의 응답자가 안보의식 제고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호국정신 함양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참고로 2015년에는 각각 50.9%, 75.3%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민의 안보의식이 크게 고취되고 호국정신 함양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있다는 사실은 ‘비군사적 대비’ 향상을 위한 안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도 국가보훈처 나라사랑교육 예산은 50억 원으로서 지난해에 80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안보현실을 미루어 볼 때, 크게 역행하는 일이요, 그만큼 ‘비군사적 대비’에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국으로부터 심한 안보 위협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2015년도에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나라사랑교육 예산 규모는 30억 셰켈(8,977억 원)에 달했다. 이스라엘 인구가 한국의 16% 정도에 불과한 841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라사랑교육 예산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비군사적 대비’를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사회적 갈등의 심화는 국가안보의 약화는 물론, 천문학적 갈등비용마저 초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5년에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0년도의 경우,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이 최소 82조원에서 최대 24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회적 갈등의 심화는 국가안보 약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갈등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을 수반하고 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라사랑교육 강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며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세우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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