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 기념공원 내의 ‘자유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메시지를 적은 석벽.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기념공원에 전쟁 당시 사망한 전사자의 명단을 적어 넣은 ‘추모의 벽’이 건립 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하원을 통과한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에 관한 법안(H.R. 1475)에 최종 서명함으로써 이 사업은 본격적인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추모의 벽 건립의 의미

이번에 세워질 추모의 벽은 한국전 기념공원을 둘러싸는 대형 유리벽이다. 여기에는 미군 전사자의 이름과 함께 6·25전쟁에 참여했던 미군과 한국군, 카투사 장병, 연합군 사망자 수 등이 상세히 기록된다.

기존의 기념공원에 조성된 판초우의를 입은 19명의 용사들 동상, ‘FREEDOM IS NOT FREE(자유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가 적혀진 기념물과 함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모의 벽이 들어설 한국전 기념공원은 1995년 7월 27일 정전 42주년에 맞춰 개장했으며, 6·25전쟁에서 희생한 사망자(미군 5만 4,246명·유엔군 62만 8,833명), 부상자(미군 10만 3,284명·유엔군 106만 4,453명), 실종자(미군 8,177명·유엔군 47만 267명), 포로(미군 7,140명·유엔군 9만 2,970명) 등의 숫자도 함께 기록돼 있다.

새로 건립되는 추모의 벽은 6·25전쟁 발발 65년을 넘어서면서 미국 국민에게 6·25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상기해야 할 전쟁이며, 오늘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런 뜻에서 한국전 기념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다음 문구가 새로운 기념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담고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1950-KOREA-1953(우리 나라는 결코 알지도 만난 적도 없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부름에 응답한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1950-한국-1953)”

 

▲ 워싱턴DC 한국전 기념공원에 참전용사 동상 모습.

법안 통과 과정과 향후 일정

추모의 벽 관련 법안은 한국전 참전용사인 공화당 샘 존슨 의원과 민주당 찰스 랭글, 존 모니어스 의원이 공동 발의해 지난 2월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첫 번째 과정을 넘어섰다.

이어 법안은 상원에서 수정된 후 9월 19일 다시 하원을 거치면서 지난달 최종 가결되고,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최종 발효된 것이다.

공동발의자는 미국 연방의회 의원 307명에 이른다. 그만큼 공감대가 컸다는 뜻이다.

발의자인 참전용사 랭글 의원은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직후 “추모의 벽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울 것”이라고 말하고 “돌아오지 못한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릴 수 있는 장소가 추가로 생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감회를 전했다

한편 새로 세워질 추모의 벽은 순수한 민간의 기금으로 건립된다. 법안이 미국 연방정부 예산을 추모의 벽 건립에 투입할 수 없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참전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금 모금을 본격 준비하고 있다. 특히 참전용사들이 90대를 넘어서고 있는 만큼 한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추모의 벽 건립을 완공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어 추진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참전용사 추모의 벽 건립이 미국 사회에서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아니라 ‘승리한 전쟁(Victory War)’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국내에서도 추모의 벽 건립에 정부예산을 지원함으로써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해 감사하는 한편 견실한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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