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 세계에서 쓰이는 수많은 문자 가운데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 시기, 창제 이유와 방법에 이르기까지 창제 관련 정보가 분명하게 기록으로 남아있는 유일한 문자다. 한글은 민족의 유산을 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위대한 한글의 문자적·문화적 가치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문을 열었다.

이곳은 다른 종합박물관과 달리 한글을 주제로 한 전문박물관으로 한글의 역사와 독창성, 과학성을 직접 느끼고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야기가 있는 전시로 한글문화의 이해를 넓히는 상설 전시실과 교육 체험실, 다양한 한글문화의 융합을 실험하는 기획전시실,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한글 배움터를 운영한다. 또한, 어린이들이 놀면서 한글이 가진 힘과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전시 공간 ‘한글 놀이터’도 독특한 특징 중 하나다.

한글 창제의 철학적 배경인 하늘·땅·사람을 형상화해 지은 한글박물관의 1층 입구로 들어서면 한글누리 도서관의 책 냄새가 반긴다. 한글누리 도서관은 한글과 한글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제공하는 한글 전문 도서관이다. 옛 한글로 쓰인 고서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관 내부

박물관의 주전시실은 2층에 자리한 상설전시관 ‘한글이 걸어온 길’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한글이 없던 시절의 문자와 한글 창제의 원리, 한글이 보급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한글 사용이 금지됐던 일제강점기 때 주시경 선생 등 국어학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우리말과 한글을 지켜낸 역사도 확인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 놀이터는 3층에 있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춰 한글이 만들어진 원리를 설명하고 한글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아이들은 생소한 순우리말을 그림으로 배우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온몸으로 글자를 만들면서 한글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배움터도 인상적이다. 한글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과 다문화 주민 등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체험 전시공간으로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발음을 통해 살펴보며 소리글자로서의 한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글배움터에서는 한글을 통해 한국문화까지 알리고 있다.

한글박물관은 지난 2015년 1월 뉴욕타임즈에 ‘2015년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됐고, 9월에는 국제박물관협회 산하 국제교육문화위원회가 우수운영사례로 선정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기획특별전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덕온공주 한글자료’를 소개한다.

덕온공주가 혼례를 올린 날에 맞춰 지난 9월 13일에 개막한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선 23대 왕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의 막내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미공개 한글 혼례 자료가 공개됐다.

▲ 덕온공주의 혼수 발기문

▲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한글편지

이번 전시에서는 덕온공주의 혼례과정과 혼수 발기, 덕온공주의 혼인생활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책과 한글 편지 등 29건 41점의 자료를 통해 19세기 왕실 여성의 혼례와 한글문화, 그리고 공주를 시집보내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최근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은 역사 속에 실재했던 덕온공주의 오빠 효명세자를 모델로 한 것이다. 드라마 속 묘사처럼 효명세자와 누이들의 관계는 각별했고, 덕온공주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막내공주였다.

깊어가는 가을, 우리는 180년 전 공주의 혼례날을 기록한 한글 자료를 통해 글자마다 담긴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당시 왕족의 생활상과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국립한글박물관 12월 18일까지.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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